유튜버 크리에이터 새벽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유튜버 크리에이터 새벽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구독자 63만7000명, 전체 영상 조회수 7300만회를 기록한 뷰티 유튜브 크리에이터 ‘새벽’이 유튜브에 첫 영상을 올린 것은 2014년, 6년 전의 일이다.

“원래는 뷰티 블로거로 활동했었어요. 그러다가 유튜브를 시작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죠. 영상을 통해 가감 없이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매료돼 ‘해보겠다’고 덤벼들었습니다. 그 때 저에게 유튜브 활동을 제안했던 분이 지금 소속사인 아이스크리에이티브 김은하 대표예요.”

그러니까 새벽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1세대다. 그간 수많은 뷰티 유튜버가 등장했지만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고 팬덤을 만들어낸 유튜버는 손에 꼽힌다. 새벽도 그 중 하나다. 콘텐츠에서 보여지는 새벽의 솔직함, 당당함을 ‘닮고 싶다’는 팬은 해마다 늘어났다.

변화는 지난해, 28살 되던 때에 일어났다.

“계속 몸이 붓고 쉴새 없이 기침을 하는 통에 동네 병원에 갔었어요. 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혈액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충격을 받을 법도 했지만 “의외로 무던하게 넘겼다”는 것이 새벽의 이야기다.

“암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는 잘 알고 있었어요. 심해지는 증상에 겁을 먹기도 했고요. 하지만 좀 심한 감기에 걸린 것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았어요.”

고민되는 것은 오랜 시간 자신의 콘텐츠를 좋아해준 구독자들과 관련된 문제였다.

“항암치료를 받고 입원을 하는 도중에 활동을 쉬게 된다면 뭐라고 말해둬야 할지 고민했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지요. 그러다가 ‘새벽답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자는 거였죠.”

비가 내리고 세상이 맑게 갠 화창한 봄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이스크리에이티브 사무실에서 만난 새벽에게서는 ‘환자’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 화장이 잘 된 것 같다”고 재잘거리는 목소리 중간중간에 기침이 섞여 있기는 했지만, 온 사무실을 휘저으며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는 활기만이 느껴졌다. 그는 “솔직히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한 이후 저를 암 환자로만 보는 시선이 조금 불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새벽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에 걸린 사람’으로만 인식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성공한 크리에이터로서 새벽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새벽에게 콘텐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새벽은 단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투병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남기고 있다. 569만회 조회수를 기록한 ‘삭발 영상’은 외국에서도 화제가 돼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인터뷰를 하러 올 정도였다.

“뷰티 유튜버로서 저는 ‘아름다움’을 말하는 사람이잖아요. 빗을 때마다 한웅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어도, 심지어 머리카락이 없어도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큐브 크리에이터 '새벽'의 방송채널 캡처.
유큐브 크리에이터 '새벽'의 방송채널 캡처.

삭발 영상도 ‘나답게’

원래 그는 ‘나답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요. 저는 제가 참 좋아요. 제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 태도가 제 영상에 온통 반영돼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에게는 주근깨가 꽤 많거든요. 그래서 초창기에는 외모 지적도 많이 받았어요. 뷰티 유튜버가 피부가 그게 뭐냐는 비난이었죠. 하지만 저는 제 주근깨가 좋아요.”

새벽의 콘텐츠는 늘 솔직하고 자연스러웠다.

“제 구독자들은 ‘립(입술 메이크업) 하면 새벽’이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메이크업 제품을 써보고 솔직하게 리뷰하는 모습을 구독자 분들이 좋아하시더군요.”

암 투병 이후에는 좀 더 ‘내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움, ‘뷰티’라는 것이 외면을 얘기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마음의 아름다움을 얘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죠.”

그런 맥락에서 새벽은 자신이 사용하는 가발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하기도 하고 삭발한 머리 모양 그대로 잘 어울리는 메이크업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저는 암 투병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누구나 다 한 번쯤은 힘든 시기를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시기를 어떻게 넘기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아름다움을 어떻게 추구하는지에 대해서요. 그래서 요즘은 메이크업 제품, 화장법 같은 콘텐츠 말고도 저와 제 주변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고 있어요.”

얼마 전 책을 발간한 것도 그래서다. ‘오늘 이 슬픔이 언젠가 우릴 빛내줄 거야’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내면서 새벽은 지금까지의 삶을 한 번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하루하루 삶이 소중하다는 것, 나답게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귀한 일인지를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와 함께 커플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어요. 우리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지금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거든요.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울 수 있는 콘텐츠도 구상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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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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