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스타즈’의 범죄드라마 시리즈 ‘하이타운’의 총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74)와 영상 인터뷰를 했다. 브룩하이머는 ‘탑건’ ‘비벌리힐스 캅’ ‘카리브해의 해적’ 등의 영화를 만든 유명 제작자이다. LA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브룩하이머는 다소 사무적으로 질문에 짤막하게 대답했다. ‘하이타운’은 술과 약물에 절어 사는 국립해양어업서비스 소속 여성 직원이 매사추세츠주의 해변 도시 프로빈스타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드라마다.

-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으면서 어떻게 소일하는가. “다행히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 외출을 못 해 힘들긴 하지만 딸과 아내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것만 해도 큰 축복이다. 그동안 못 본 많은 TV 작품들을 뒤늦게 보고 있다. 영화를 만드느라 세계를 누비고 다니면서 못 본 작품들을 이제라도 보니 다행이다.”

- 이번 시리즈를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자기 구원이라는 주제를 지닌 흥미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삶과 영혼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특별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 결과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고 잘 만든 작품이 나왔다. 전염병 때문에 시리즈를 선전하고 홍보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영상으로나마 인터뷰를 할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의 영화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특히 액션영화를 많이 만든 제작자로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당분간 지속될 경우 이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정부와 의학계의 지침에 따라 영화 제작에도 새로운 수칙이 마련되리라고 본다. 스튜디오와 미국영화협회는 그런 수칙을 따르게 될 것인데, 어쨌든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 낼 것이다. 영화 산업은 역사가 장구하다. 결코 바이러스가 우리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 작품의 무대인 프로빈스타운에 가본 적이 있는가. 그 마을은 헤로인 상용자들이 많은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그 마을에 가보지도 않았고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영화 내용은 훌륭한 각본가들이 철저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만든 것이다. 관심을 끄는 인물들과 이런 흥미진진한 얘기를 만들어낸 것은 전적으로 작품을 쓴 사람들 덕분이다. 마을 사람들이 상용하는 헤로인은 옥시콘틴을 비롯해 여러 종류라는 것을 알았는데 현재 이런 것들이 온 미국을 휩쓸고 있다. 그래서 시리즈에서 이를 부각시켰다. 우리는 이런 끔찍한 상황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화계가 새 활동 수칙을 마련 중이라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현재 마련 중에 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내용을 많이 알고 있지는 않다. 내용의 일부를 읽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미술 부문 종사자들은 재택근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다른 부문의 작업도 이 인터뷰처럼 영상으로 대체될 것 같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일하는 공간도 현재보다 커지게 될 것이며 모두가 한 공간을 쓰는 대신 각자 다른 사무실을 쓰면서 작업을 할 것이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과 제작진은 모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해야 할 것이다. 속히 백신이 나오기만을 기대하는데 어쨌든 우리는 계속해 영화를 만들 것이다. 내가 현재 만들고 있는 작품들도 이와 거의 같은 절차로 후반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음향과 편집자들도 다 집에서 일하고 있다. 촬영을 채 끝내지 못한 부분은 외출 자제령이 해제되고 나서야 작업을 진행할 것 같다.”

- ‘비벌리힐스 캅 4’와 ‘배드 보이즈 4’를 만든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현재 제작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배드 보이즈 4’를 마이클 베이가 감독한다는 것은 낭설이다.”

- 코로나19 사태로 스타즈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청률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우리처럼 모든 매체를 통해 얘기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일이다. 우리는 대중에 우리의 얘기를 들려주고 보여주면서 대중이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 당신은 시애틀의 아이스하키 팀 소유주 중 한 사람인데 코로나19 사태로 관중 없이 경기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스포츠광이다. 스포츠는 또 하나의 오락과도 같은 것으로 나는 스포츠를 직접 하는 것을 즐긴다. 직접 하든 아니면 TV로 보든 즐거운 일이다. 하루빨리 백신이 나와 관중들이 다시 경기장에 오게 되기를 기대하지만 최소한 TV로라도 구경하면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운동경기가 관중 없이 치러지게 된다면 경기 전에 운동선수들도 영화계 종사자들처럼 바이러스 감염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 코로나19 사태로 영화제작에 있어 컴퓨터 특수효과가 더 많이 활성화되리라고 보는가. “그렇다. 지금도 컴퓨터 특수효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백신이 개발돼 사람들이 함께 일하게 되기 전까지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범죄드라마 시리즈 ‘하이타운’의 한 장면.
범죄드라마 시리즈 ‘하이타운’의 한 장면.

- 시리즈의 중요한 역에 라틴계 배우를 기용했는데 그들을 점점 더 많이 쓰는 것이 미국 TV의 추세라고 보는가. “모든 것은 재능에 달렸다. 시리즈에 라틴계 배우와 감독과 각본가를 기용한 것은 그들이 다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매우 운 좋은 일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셈이다.”

- 극장 체인 AMC는 유니버설이 코로나19 사태로 영화 ‘트롤: 월드 투어’의 극장 개봉을 무시하고 스트리밍으로 내보낸 데 항의해 앞으로 유니버설 영화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당신이 만드는 ‘탑건’ 속편도 극장에서 상영이 불가능하게 되면 스트리밍으로 먼저 내보낼 생각인가. “나나 톰 크루즈나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모두 극장 상영을 원하지만 스트리밍으로 내보내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파라마운트에 달렸다. 유니버설은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두 회사가 차이점을 잘 해결하기를 바랄 뿐이다.”

- ‘비벌리힐스 캅 4’와 ‘배드 보이즈 4’ 중 어느 것을 먼저 만들 것인가. “둘 다 제작 초기에 있는데 현재로선 ‘배드 보이즈’가 약간 먼저다. 두 영화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구체화돼 현재 ‘배드 보이즈’ 각본을 집필 중이며 ‘비벌리힐스 캅’은 내용을 정리 중이다.”

- ‘탑건’ 속편에 관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톰 크루즈와 다시 일하게 된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그는 참으로 눈부신 배우이자 훌륭한 사람이다.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근면한 사람이다. 그는 나보다 더 훌륭한 제작자이며 멋진 배우이기도 하다. ‘탑건’ 속편은 기차게 흥미진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지금 작업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 있다. 관객을 위해 어서 상영되기를 바랄 뿐이다. 당초 6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불행하게도 그럴 수 없게 되었다.”

- 코로나19 사태로 당신의 일상은 어떻게 변했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기회가 주어졌다. 보통 때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저녁도 거기서 먹는데 요즘은 요리 잘하는 딸이 해주는 음식으로 하루에도 두세 끼를 같이 먹고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그들과 매일 전화 회의를 하면서 일한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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