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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5호]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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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영화음악 거장과의 추억, 엔니오 모리코네가 인터뷰서 남긴 말

LA=글ㆍ사진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2020-07-07 오전 10:57:34

▲ 지난 7월 5일(현지시각) 세상을 떠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photo 박홍진
아카데미상과 골든 글로브상을 탄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지난 7월6일 91세로 로마에서 별세했다. 모리코네는 재즈밴드와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주자였던 아버지처럼 트럼펫을 불며 성장했는데 가끔 아버지를 대신해 재즈밴드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모리코네는 6세 때부터 작곡한 신동이다.
   
   모리코네는 철저하고 폭넓은 클래식음악을 공부한 덕분인지 그가 만든 영화음악은 주제나 관현악 편성이 오케스트라 음악을 닮았다. 모리코네는 “영화에는 음악이 과다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음악이 너무 많으면 음악의 진정한 심리적 아이디어와 목표를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모리코네는 1961년 첫 영화음악을 작곡한 이래 사망할 때 까지 500여곡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모리코네의 음악 중 가장 유명한 것이 그의 학우이자 평생 친구였던 세르지오 레오네(1989년 60세로 사망)가 감독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스파게티 웨스턴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 음악이다.
   
▲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감독을 맡은 영화 ‘황야의 무법자’(1964)의 한 장면

   채찍질 소리와 달리는 말발굽 소리, 그리고 휘파람과 총성을 섞어 만든 이 돌연변이 같은 음악으로 모리코네는 대뜸 세계적 영화음악가로 부상했다. 모리코네가 작곡한 또 다른 유명한 영화음악으로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있다. 두 영화는 다 레오네가 감독했다. 그리고 주세페 토나토레가 감독한 ‘시네마 천국’의 음악도 아름답다.
   
   모리코네의 음악이 아카데미 수상후보에 올랐던 영화들은 ‘데이즈 오브 헤븐’ ‘미션’ ‘언터처블즈’ ‘벅시’ ‘말레나’ 등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매번 고배를 마시다 2016년 퀜틴 타란티노의 웨스턴 ‘헤이트풀 에잇’으로 수상했다. 2007년에는 아카데미 생애 업적상을 타기도 했다. 모리코네는 ‘미션’과 ‘벅시’ 및 ‘헤이트풀 에잇’으로 세 차례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모리코네는 클래식, 재즈, 팝, 록 그리고 전자음악 및 이탈리아의 민속음악 등 모든 장르의 음악에 능통한 팔방미인이다. 2007년 2월 유엔에서 반기문 신임 사무총장을 축하하는 콘서트를 지휘하기도 했다. 당시 연주곡은 자작곡 칸타타 ‘침묵으로부터의 소리들’로 이 곡은 9·11 테러와 지상의 인간성 학살에 대한 모리코네의 응답이다.
   
   모리코네가 아카데미 생애업적상을 받은 2007년 2월 필자는 LA의 이탈리아 문화원에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학교 교장 선생님 같은 모습의 모리코네는 통역을 대동했는데 이탈리아인들 특유의 큰 제스처를 써가며 통역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청산유수 식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그를 추모하며 당시 인터뷰의 문답을 소개한다.
   
   
   - 처음 음악 공부를 시작할 때 누구의 음악을 듣고 영향을 받았나. 처음 산 레코드는 무엇이었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은 내 애인이 준 것이다. 그 여자는 지금 내 아내(작사자인 마리아 트라비아)인데 바르토크의 협주곡을 줬다. 나는 바르토크 외에 특별히 16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팔레스트리나를 좋아하고 스트라빈스키의 음악도 좋아한다.”
   
   - 당신의 수상을 기념해 나온 음반 ‘우리는 모두 엔니오 모리코네를 사랑해’를 보면 메탈리카와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다양한 가수들이 당신의 곡을 노래하는데 어느 가수의 해석이 가장 이색적인가.
   “너무 많은 다른 스타일의 음악과 가수 그리고 음성으로 구성된 음반 제작에 난 처음에 반대했다. 그러나 제작자가 고집을 부려 만들었다. 들어보니 모두가 최선을 다 했다고 느꼈다. 대단히 동적이요 강렬한 음반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해석이 있으나 여기서 밝히지는 않겠다.”
   
   - 당신은 할리우드 작곡가인가 아니면 이탈리아 작곡가인가.
   “나는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미국 작곡가이다. 나는 스스로를 세계의 작곡가로 여긴다.”
   
   - 음악은 주로 어디서 작곡하는가.
   “할리우드 음악을 작곡할 경우 초본은 미국에서 작곡하나 완성은 이탈리아의 스튜디오에서 한다.”
   
   - 당신은 어디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는가.
   “그건 미스터리다. 개인적으로 모른다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두뇌에서 올 수도 있고 내가 공부한 음악이론에서도 올 수 있다. 또 내 개인적 사랑과 음악에 대한 정열, 그리고 영화 그 자체에서 올 수도 있다. 그것은 이치를 넘어선 것이다. 나는 굉장히 엄격한 스승에게서 음악을 배웠는데 그는 학생들의 최대치를 요구했다. 나는 정말로 그 스승을 존경했다.”
   
   - 당신은 세르지오 레오네와 주세페 토나토레 같은 감독들과 호흡이 잘 맞았는데 새 감독의 영화음악을 작곡할 때는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감독의 작곡 제의를 수락했었다. 어떤 도전이든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요즘은 조심해서 수락한다. 감독과 친구가 돼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다. 영화음악은 영화의 흥행 성공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과 함께 그것이 음악인으로서의 나 자신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항상 제시한다. 그것이 내가 감독의 신뢰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감독을 맡은 영화 ‘헤이트풀8’(2015)의 한 장면

   - 당신과 쌍벽을 이루는 이탈리아의 또 다른 영화음악 작곡가 니노 로타(‘길’ ‘태양은 가득히’ ‘대부’의 작곡가로 1979년 67세로 사망)와는 친구 관계였는가 아니면 라이벌 관계였는가.
   “로타와는 단 한 번도 라이벌이 된 적이 없다. 내 음악은 다소 아방가르드적이고 로타는 전통적이었다. 우린 서로 스타일이 다르다. 로타는 내 음악을 잘 이해했다.”
   
   - 반세기 가까이 작곡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이 뭔가.
   “특별한 비결은 없다. 나보다 더 다작인 작곡가들도 많다. 난 1개월에 1곡 정도 작곡한다.”
   
   - 아카데미 생애업적상 수상 소감은.
   “전연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작곡할 때 상을 생각하고 작곡하진 않는다. 과거 모두 5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었는데 그것만 해도 행운이었다. 아카데미상은 일종의 복권 같은 것이긴 하나 매우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영화에 제공한 작업의 전체를 위해 주는 이번 상은 내겐 아주 뜻깊은 것이다. 나는 당신이 속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골든 글로브상 등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은 상을 받았으나 아카데미상만 없었는데 이제 그 빈자리가 채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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