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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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태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대학 은사를 잘 만났다. 은사(정성기 포항공대 전 총장)는 제자가 딴 길로 가려고 할 때마다 달래서 화학자의 길을 가도록 붙잡았다.

지난 6월 25일 만난 장영태 교수는 형광물질 연구자이다. 그의 방에는 분홍빛과 투명한 색깔의 형광물질을 담은 작은 병들이 한쪽에 몇 개 놓여 있었다. 그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단장 김기문) 부연구단장이다. IBS에는 30개 연구단이 있는데, 그 연구단을 이끄는 단장 한 사람 한 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과학자다. 그는 포항공대에서는 파견 형식으로 일한다.

물리에서 화학으로 바꾼 포항공대 1기생

장 교수는 포항공대 1기생인 1987년 학번. 부산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포항공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포항공대 물리학과에는 공부 잘하는 친구가 너무 많았고 물리학은 공부하기도 힘들었다. 그는 1학기 학점을 받아보고는 낙담했다. 장영태란 이름이 들어간 물리방정식을 이렇게 해서야 남길 수 있을까 싶었다.

1학년 겨울방학 때 기숙사에서 화학과 친구의 유기 화학책을 보았다. 벤젠 고리가 들어 있는 분자구조를 보고는 고교 시절 화학을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길은 여기에 있구나.’ 전과를 결심했지만 물리학과에서 한 사람이 빠져나가려면 다른 과에서 한 사람이 옮겨와야 한다고 학교 측은 말했다. 화학과 동기들을 대상으로 물리학과로 가고 싶은 사람을 찾았지만 없었다. 대신 수학과로 가고 싶다는 동기가 한 명 있었다. 그래서 수학과로 찾아가 물리학과로 갈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 한 사람을 찾았다. 결국 물리학과→화학과, 화학과→수학과, 수학과→물리학과로 이어지는 삼각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화학과에 옮겨온 뒤에는 성적이 잘 나왔다.

졸업 후 석사 과정에 진학해 놓고 18개월 방위병 군복무를 하면서 집에서 당시 세계적으로 연구 붐이 일던 인산이노시톨을 파고들었다. 인산이노시톨은 세포 안 벽에 붙어 있는 물질이다. 세포 밖에서 신호가 오면 그 신호를 받아 인산이노시톨이 세포 내부로 전달한다. 그런 물질을 2차전달물질이라고 한다. 칼슘이 세포 내 신호전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걸로 알려져 있었는데, 칼슘을 움직이는 2차신호전달물질이 인산이노시톨이라는 게 당시 막 발견되었다. 해서 화학자들은 인산이노시톨을 실험실에서 합성하려고 달려들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20개 그룹이 이 분야에서 연구를 했다. 장영태 당시 학부 학생은 화학과 친구(류영하 현 미국 텍사스 크리스턴대학 교수)와 둘이서 인산이노시톨을 연구하다 군복무를 하러 갔고, 1년6개월 뒤 노트 한 권을 들고 대학원에 복학했다.

인산이노시톨 합성에 빠져들다

노트에는 군복무를 하면서 구상해 본 인산이노시톨 합성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당시 알려진 인산이노시톨은 6각형의 탄소고리(고리핵산) 중 1번과 4번, 5번 자리에 수산기(O-H) 대신 인산기가 붙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1·4·5번이라는 원하는 자리에 인산기를 붙이는 게 쉽지 않다. 인산기를 들이대면 엉뚱한 자리, 즉 임의의 자리에 들러붙기 십상이었다. 어쨌든 고생 끝에 일부 유기합성 연구자가 인산기를 붙이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되니 1·3·4자리, 혹은 1·3·4·5자리에 인산기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학계의 연구가 자꾸 확대됐다. 결국 6개의 탄소고리 꼭짓점을 모두 염두에 두고 인산기를 붙일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되었다. 장영태 교수가 군 시절 한 일은 어떻게 하면 인산기를 붙일 수 있는지를 사고실험만으로 궁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간의 연구를 적은 노트를 들고 대학원에 복귀해 실험실에서 분자를 합성해 보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인산기가 4개 붙은 4인산이노시톨로 연구를 시작했다. 지도교수인 정성기 교수는 “4인산이노시톨 합성으로 석사 논문을 쓰면 되겠다”라고 했다. 4인산이노시톨의 종류는 15가지였다. 지도교수는 3개가 붙은 건 좀 어렵다면서 “박사 때는 3인산이노시톨로 하면 되겠다”라고 말했다. 1995년 박사를 시작할 때가 되니 3인산이노시톨 중 절반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박사 과정 1년을 마칠 때쯤 연구가 거의 다 끝났다. 3개, 4개뿐만 아니라 인산기가 고리핵산에 붙을 수 있는 거라면 1개, 2개, 5개까지 존재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만들 수 있게 됐다.

장영태 교수는 “하나씩 만드는 건 어려우니 한꺼번에 만들어보는 방식으로 관점을 바꿨다. 남들이 안 쓰는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사를 마칠 때쯤 보니, ‘분자 도서관(Molecular Library)’이라고 불리는 분자 세트 개념이 학계에 등장하고 있었다. 이노시톨의 경우를 보면 인산이 이노시톨에 붙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아우르는 전체 집합체가 있고, 이게 즉 ‘라이브러리’다. 이는 ‘조합화학(Combinatorial Chemistry)’이라고도 불렸다. 장 교수는 이 라이브러리가 “매우 매력적인 개념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분자를 한 개 합성하는 것도 어려운데, 모든 세트, 혹은 분자 라이브러리를 한 번에 어떻게 다 합성한다는 것인가?

분자 도서관의 세계

그는 인체의 면역체계가 항원을 만드는 방법을 비유로 설명했다. 면역체계는 바이러스와 같은 유해한 단백질이 들어오는 경우에 대비, 항체를 열심히 만들어놓는다. 항체 수는 100만개가 넘는다. 인체 유전자는 다 해봐야 2만개 남짓인데, 그걸로 어떻게 항체를 100만개 넘게 만들 수 있을까? 장 교수는 “알고 보니 인체도 조합화학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항체에는 항원과 결합하는 부위가 여러 개 있고 그 부위들에는 다양한 단백질이 들어갈 수 있다. 한 자리에 100종류, 다른 자리에는 20종류, 다른 자리에는 20종류, 그 옆에는 50종류가 들어갈 수 있으니 그걸 조합하면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가 만들어진다. 장 교수는 “이런 개념을 화학자가 흉내 낼 수 있다. 지금까지는 화학자가 잘 디자인해서 새로운 물질을 합성해왔다면, 이 레고블록으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이 있는 것이다. 레고블록을 모아놓은 라이브러리를 잘 만들어 갖고 있으면 필요할 때 원하는 걸 꺼내 쓰면 된다”라고 말했다. 조합화학, 라이브러리란 개념은 매력적이었지만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어떻게 골라 쓸 것인지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걸 하는 사람을 ‘조합화학자’라고 부르는데 처음에 이 영역에 덤벼들었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다 떨어져 나갔다.

그는 박사 연구를 놀랍게도 1년여 만에 마쳤고, 연구를 정리하기 위해 ‘인산이노시톨’이라는 책을 썼다. 그와 이야기하는 테이블 바로 옆 책장에 ‘인산이노시톨’이라고 쓰인 책 몇 권이 보였다. 대우학술서적으로 민음사에서 1998년에 나온 것이었다. 은사인 정성기 교수와 그가 공동저자로 되어 있다.

장영태 교수의 화학세포체학 낚시질.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 낚싯줄 끝에 붙이고, 세포 속의 어떤 물질이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한다. 그러면 새로운 분자의 용도를 확인할 수 있다. ⓒphoto 장영태 교수
장영태 교수의 화학세포체학 낚시질.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 낚싯줄 끝에 붙이고, 세포 속의 어떤 물질이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한다. 그러면 새로운 분자의 용도를 확인할 수 있다. ⓒphoto 장영태 교수

포스텍 사상 최단기 박사 받고 유학 떠난 사연

그가 박사 학위를 빨리 받게 된 것도 흥미로운 스토리다. 그는 전체와 부분의 조화를 추구하는 한의학에 매료됐다. 학부 때도 졸업하면 화학과 대학원이 아닌 한의대에 갈까 생각했다. 박사 연구가 끝났을 때 그 ‘열병’이 또 도졌다. 정성기 교수가 제자의 말을 듣더니 “한의대 가는 건 좋다. 박사 학위는 받고 가라”고 했다. 그는 왜 박사 학위를 받아야 하느냐고 따지자 은사는 “박사 학위가 있어야 혼자서도 연구할 수 있다. 박사 학위는 일종의 자격증이다. 대신에 학위는 빨리 주마”라고 말했다.

박사 학위는 1997년 2월에 받았다. 박사 과정 시작 2년 만이었다. 포항공대 사상 최단기 박사 학위 취득자가 아닐까 싶다. 당시 포항공대 교칙에 따르면 박사 학위는 3년 이상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정성기 교수는 학교 측과 싸우다시피하며 학칙을 고쳐 2년 만에 박사를 받게 했다.

그는 박사 학위를 받고서도 한의대에 편입해서 가려고 했다. 어느 날 ‘당신의 박사후연구원 신청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이메일들이 외국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은사를 찾아가 ‘어떻게 된 거냐’라고 물었더니, “응, 내가 신청한 거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은사는 “외국 경험을 해보고, 외국 사람의 접근방법도 경험해 봐라. 그 다음에 한의대 가는 건 결정하면 어떻겠느냐”고 그를 설득했다.

‘이렇게 된 거,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해보자’고 마음을 바꿔 먹은 후 제대로 된 ‘조합화학’을 하는 실험실을 찾아갔다. 그가 찾아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피터 슐츠 교수(현재는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근무)의 연구 분야는 ‘화학생물학’이었다. 장 박사는 그곳에서 몇백 개, 몇천 개 수준의 작은 크기의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법과 활용법을 배웠고 DNA 유전물질을 이루는 퓨린(Purin)기를 연구했다. DNA는 A, G, T, C라는 네 개의 염기가 이중나선구조를 이루고 이 네 개 중 A, G가 퓨린기에 속한다.(T와 C는 피리미딘(Pirimidin)기에 속한다.) 이 퓨린기를 가지고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당시 피터 슐츠의 실험실에는 박사후연구원이 30여명 있었다. 한국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규모로 미국에서도 톱클래스였다. 장 교수는 “박사 과정 2년간 논문을 평균보다 많은 15개를 썼는데 UC버클리에 가보니 내 논문들이 너무 적어 보였다. 논문 한 편에 들어가는 일의 양도 많고, 깊이도 깊고, 무섭게 연구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박사후연구원으로 3년간 일한 그는 2000년 뉴욕대학(NYU) 교수로 옮겼고 그곳에서 새로운 연구 토픽을 찾았다. 그는 UC버클리의 슐츠 교수 실험실에서 연구하던 퓨린과 짝을 이루는 피리미딘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장 교수는 “박사후연구원 때의 연구를 약간 가지치기 한 건데 뉴욕대에서는 이것만 하게 되었다. 당시 1만개쯤 피리미딘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세포에 색깔 입히는 화학생물학자

장 교수는 “내 분야를 크게 얘기하면 화학생물학이다. 화학생물학자는 생체에서 원하는 쪽으로 뭔가를 바꿀 수 있을 만한 일을 화학적인 도구를 사용해서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리미딘 1만개 라이브러리를 만든 뒤 이를 생체에 집어넣어 분자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항암효과가 나오는지, 당뇨병 치료를 할 수 있는지, 피부 색깔을 올리고 내리는 효과가 있는지 등등의 문제에 적용해 봤다. 세포와 예쁜꼬마선충, 제브라피시에 피리미딘 분자를 넣어 실험했다.

“이때 내가 한 일은 낚시질이다. 세포가 있으면 세포를 갈아서 단백질 수프를 만든다. 그런 뒤 분자를 낚싯줄 끝에 달아 이곳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낚시에 뭐가 달려 나오는지를 보는 거다. 피리미딘의 다양한 분자가 타깃으로 하는 물질이 뭐가 있는지를 찾는 것이다.”

낚시질은 어려웠다. 낚싯대에 분자를 매달아야 하는데, 끈을 달다가 물질의 활성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쉽게 낚시질 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링크 달린 라이브러리(Linked Library)’를 생각해냈다. 미리 링크를 달고 라이브러리를 만들면 나중에 링크 붙일 자리를 찾는 노력을 덜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는 새로운 낚시도구인 ‘링크 달린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5~6년 새 10개의 타깃 물질을 찾았다. 조교수가 된 후 보통 5년 차가 되면 정년심사(tenure)를 받는데 그는 연구 성과에 자신감을 얻어 1년 일찍 심사를 신청했다. 남들이 10년에 걸쳐 10개 찾은 걸 자신은 새로운 방법으로 절반의 시간에 같은 양의 타깃 물질을 찾았으니 정년을 보장해줄 만하지 않느냐는 자신감에서였다.

정년심사 통과 후 새로운 연구에 착수했다. 라이브러리 개념을 염료에 도입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UC버클리의 박사후연구원 때 그는 염료와 색깔 입히기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동료가 미시간대학 약대의 거스 로자니아(Gus Rosania) 교수다. 그는 세포 사진을 잘 찍었고 세포에 색을 잘 입혔다. 장 교수는 “그때 생물학을 배웠고, 형광물질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세포는 원래 아무런 색이 없다. 세포 사진을 찍으면 핵과 세포질,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것들을 구별할 수 없다. 구별하려면 세포의 각 기관에 색을 입혀야 한다. 보통 이걸 형광물질로 한다.

“센서가 필요하면 만들어주겠다”

장 교수는 “내가 원하는 색깔로 생체 내 뭔가를 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사진을 보면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그가 나의 취재수첩에 피리디늄과 알데히데 분자 구조를 그렸다. 두 개의 분자가 따로 있을 때는 색을 내지 않지만 결합하면 그제야 색을 낸다. 파트너를 잘 고르면 원하는 색을 내게 할 수 있다. 색깔 나는 물질은 일반적으로 끈적끈적해서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HPLC라는 고가 장비를 쓴다. 하지만 뉴욕에서 작은 실험실을 유지하면서는 비싼 장비를 쓰고 비싼 용매를 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인력과 장비를 밀어붙여 ‘염료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후 연구실을 옮겨 갈 다른 나라를 둘러봤다. 당시 싱가포르가 연구비 사정이 가장 좋았다. 싱가포르 정부가 과학에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2007년 9월 싱가포르국립대학으로 옮겼다. 연봉도 껑충 뛰었고, 연구비는 아주 잘 받았다. 뉴욕대에서는 박사후연구원 학생까지 10명을 데리고 일했다면 싱가포르에서는 최소 30명의 제자와 함께 일했다. 많을 때는 48명까지 있을 때도 있었다. “엄청난 인력과 남의 돈으로 염료 연구를 원없이 했다. 뉴욕대에서 만든 1만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운 연구를 했다. 인도계와 중국계 학생에게 ‘뭘 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만들어라. 라이브러리가 원래 그렇다’라고 얘기했다. 파랑에서 빨강까지 색 전체를 만들었다. 1만개를 새로 만들었다. 그 결과, 단일그룹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형광염료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었다.”

형광염료로 풀 수 있는 문제는 두 종류다. 첫 번째는 센서다. 독성, 마약, 커피 속의 카페인을 탐지할 수 있고, 진짜 위스키인지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두 번째 문제 풀이는 ‘화학 세포체학’에 적용하는 것이다. 형광염료로 보고, 어떤 종류의 세포라도 구분해 주겠다는 걸 목표로 한다. 장 교수는 “거의 모든 걸 탐지하는 센서, 그리고 화학세포체학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큰 토픽 두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10년간 일하다가 2017년 IBS부연구단장 겸 포항공대 교수로 한국에 왔다. 장 교수의 최근 연구를 보면 센서 분야에서는 세포 내 온도 측정을 한 게 있다. 인체는 37.5도라고 하나, 에너지공장인 미토콘드리아는 50도까지 올라간다는 걸 처음으로 알아냈다. 그 정도 온도까지 조직이 뜨거우면 단백질이 파괴될 것으로 여겨져 미토콘드리아 온도 측정은 놀라움을 안겼다. 화학세포학 분야 연구로는 암 줄기세포를 꼭 집어 추적하는 형광물질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장영태 교수는 “나의 꿈은 누군가 어떤 센서가 필요하다고 하면 짧은 시간 안에 그걸 만들어주는 것이다. 진단기기를 만들고 싶은 젊은 벤처 사업가들에게 아이템이 필요하다면 내 색깔 나는 센서 아기들을 마구마구 전해 주고 싶다. 세포도 마찬가지다. 특정 세포를 보고 싶다면 그걸 볼 수 있는 걸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연구를 종합하라고 하면 암(癌) 미세환경의 메커니즘을 총제적으로 구명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조직에는 암세포뿐 아니라, 암을 통제해야 할 면역세포들도 미쳐 날뛰는 암세포들을 달래느라 다양한 역할을 하다 보니, 이게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기묘한 상황이다. 장 교수는 “마치 영화 ‘무간도’나 ‘신세계’ 같은 상황이다. 이 복마전 속에 숨어 있는 수십, 수백 종류의 세포들을 하나씩 구명하고, 나름의 ‘색깔’을 입혀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은퇴한 은사 정성기 교수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나, 평생 스승으로부터 인생 행로 조정의 시간을 가진다고 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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