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유튜브 ‘미션파서블’ ‘피지컬갤러리’ 캡처
ⓒphoto 유튜브 ‘미션파서블’ ‘피지컬갤러리’ 캡처

“너 인성에 문제 있어?” “4번 훈련생, 넌 X나 이기적이야.”

남성 6명이 악을 지르며 100㎏이 넘는 고무보트(IBS)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려 애쓴다. 고무보트를 받친 팔이 머리 위로 뻗어지지 않아 결국 머리로 받치며 끙끙거린다. 하지만 이마저도 견디지 못해 고무보트는 곧 땅으로 처박힌다. 비틀거리고 끙끙대는 모습이 이어진다. 진흙밭에서 ‘대가리 박아’ 기합을 받던 훈련생이 흙이 입에 들어가 침을 뱉자 교관은 외친다. “너 이 X끼 뭐야. 인성 문제 있어?” 훈련받는 이들은 몸무게가 130㎏을 훌쩍 넘어 뛸 때마다 뱃살이 옷 밖으로 출렁거리는 과체중자부터 한국말이 어눌한 외국인 게임 BJ 등 다양하다. 모두 ‘평균 이하’의 체력으로 훈련 내내 괴로워한다.

23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는 지난 7월 9일부터 ‘일반인이 특수부대(UDT) 훈련을 경험한다’는 주제의 영상을 올렸다. 전직 UDT 요원과 교육대장을 맡았던 이들이 교관을 맡고 게임 유튜버, 인터넷방송 BJ, 래퍼 등 6명이 훈련생으로 참여했다. 연예인들이 군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서 착안해 프로그램 이름을 ‘가짜사나이’라고 지었지만, 이들이 받는 훈련 강도는 더 ‘진짜’ 같았다.

실제 UDT 훈련병들이 받는 훈련과 유사한 수준으로 출연자들을 몰아붙였다. 다리에 쥐가 나도 다시 뛰고, 지쳐 쓰러지면 교관이 덜미를 잡아 일으켜 또 뛰게 한다. 30㎏ 군장을 멘 상태에서 부상당한 동료를 들것으로 운반하는 훈련을 하던 출연자가 비틀거리며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자 교관은 출연자를 바닥에 자빠트리며 “넌 너무 약해. X나 약해”라고 질책한다.

7회 만에 3300만회 ‘가짜사나이’ 열풍

유튜브는 지금 ‘군튜브’라 불리는 콘텐츠 전성시대다. 먹방, 게임, 뷰티, 브이로그 등이 주를 이뤘던 유튜브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가짜사나이’ 시리즈는 첫 회가 798만회, 7회까지 총 33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너 인성에 문제 있어”라는 훈련 교관의 질타는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번지기까지 했다.

‘가짜사나이’를 제작한 피지컬갤러리는 ‘김계란’(활동명)이라는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로, 주로 웨이트트레이닝과 건강 이슈를 다뤄왔다. 김계란 역시 UDT 출신이다. ‘가짜사나이’는 한 회 분량이 평균 30분을 넘는다. ‘10분도 길다’는 유튜브 세계의 인기 공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매회 300만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달성했다.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첫 번째는 리얼함이다. 술자리에서 무용담처럼 늘어놓던 남성들의 군대 시절 이야기가 생생하게 화면에서 재연된다. 교관들은 실제 훈련을 방불케 하듯 훈련생 출연자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고강도 훈련과 기합에 악이 받친 훈련생들은 욕설을 내뱉는다.

유튜브는 지상파 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생생한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낼 수 있다.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은 더 이상 ‘설렁설렁하는’ 방송을 원하지 않는다.

연이은 바닷물 입수와 진흙탕에 ‘대가리 박기’, 끊임없는 구보로 훈련생들은 반쯤 넋이 나간 상태가 된다. 댓글에는 “군대 체험하던 지상파 프로그램보다 훨씬 리얼하다”는 반응이 달렸다.

두 번째는 스토리다. ‘가짜사나이’에 출연한 훈련생들은 100만명 안팎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터넷방송 진행자이면서도 대체로 나약하고 게으른 성격을 갖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어딘가 어설프다.

본인들도 그런 모습을 고치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극한까지 가는 훈련에 이들은 눈물도 뚝뚝 흘린다. 교관이 이들에게 다가가 “살면서 언제 가장 힘들었느냐”고 묻자 이들은 악플 때문에 괴로워했던 이야기, 불안정한 정서를 달래기 위해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털어놓는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할 거면 집에 가!”라고 외치던 교관이 따듯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슬럼프도 잘하고 있는 사람한테 오는 거다.” 금방 포기할 것 같던 출연자들은 결국 4박5일간의 훈련을 끝까지 마친다.

‘가짜사나이’와 같은 훈련 콘텐츠뿐만 아니라 UDT/SEAL 출신 전직 군인들이 겪은 ‘군생활 썰’ 영상들도 조회수 100만회를 거뜬히 넘었다. ‘가짜사나이’에 교관으로 출연한 ‘Agent H’(활동명)는 첫 유튜브 영상을 올린 지 3개월 만에 구독자 52만명을 돌파했다. UDT 출신이면서 군생활 동안 저격수 임무를 맡았다는 그가 소말리아 해적 소탕하는 작전 당시를 회상하는 영상은 148만회 조회됐다. Agent H는 준수한 외모와 근육질 몸매, 차분한 말투 덕에 인기를 끌고 있다.

UDT 출신의 한주호 준위 추모 영상에 ‘울컥’

그는 지난 현충일에는 UDT/SEAL 대원 중 순직한 이들을 기리는 충혼탑을 방문하며 고 한주호 준위와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고 한주호 준위는 2010년 천안함 실종 장병 구조를 위한 잠수 작전 중 숨졌다.

그는 영상에서 “아버지 같던 분이 다른 동료, 후배들을 대신해 무리하게 잠수를 하시다 돌아가셨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네티즌들은 “미국처럼 군인을 존경하고 고마워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국방부가 해야 할 방송을 전역자가 하고 있다” “군대 가본 적 없는 20대 여성이지만 영상을 보며 울컥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전문가들은 군 관련 유튜브 콘텐츠의 인기에 대해 “유튜브 콘텐츠의 질적 발전” “군이라는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최근 유튜브 콘텐츠들은 혼자 출연해 혼자 이끌어가는 1인 방송에서 발전해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은 규모의 연출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하 평론가는 “가짜사나이 시리즈의 경우 출연진, 구성, 편집, 촬영 등 일반적인 유튜브 콘텐츠에서 보기 힘들었던 수준”이라고 했다.

또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군생활’이라는 공감대를 잘 이끌어냈는데, 그게 인위적이지 않아 더 폭발적인 반응이 온 것”이라며 “군대 이야기하면 ‘꼰대’ 취급 당할까 걱정하던 남성들이 군 관련 콘텐츠에서 자부심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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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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