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7개월 사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다. 무려 360%나 올라 2000만원을 뛰어넘었다. 명색이 화폐로 태어났는데 어떻게 가격이 단기간에 이렇게 치솟는 것일까? 투기꾼들의 작전인가, 아니면 시대적 요청인가? 이 둘의 합동작품인가?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360% 상승

우선 암호화폐에 대한 관점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대체자산의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산 포트폴리오 투자대상으로 금보다 오히려 비트코인을 선호하고 있다. 제도금융권이 비트코인의 자산 가치를 인정하면서 제임스 사이먼스 등 헤지펀드 거물들이 속속 가상화폐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투자의 88%는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금보다 비트코인을 선호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최근 금선물 시장의 규제이다. 3차례에 걸친 증거금 인상과 레버리지 축소가 그것이다. 과거 2011년에도 이런 규제들이 연속적으로 발동되어 당시 금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몇십억달러씩 손실을 보았던 경험이 있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언택트 추세가 금 대신 비트코인을 선호하도록 만들고 있다. 고령층은 전통적인 대체자산인 금을 선호하지만 젊은이들은 비트코인을 좋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래 세대의 대체자산은 비트코인인 것이다.

현재 세계적 글로벌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디지털 자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골드만삭스와 함께 대형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는 중국 은행들과 손을 잡았다. 뱅가드는 최근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기업인 심바이온트와 뉴욕멜론은행, 씨티은행과 협업하여 블록체인상에서 디지털 자산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가상자산거래소 제미니와 협력해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글로벌 자산 운용사 중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피델리티는 아예 디지털 자산만 전담해 취급하는 피델리티 디지털 자산 홀딩스를 설립해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자체적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비트코인 수탁과 트레이딩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미국의 신생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투자 상품을 주축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 전문 투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 상품을 론칭한 이후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리플, 이더리움 클래식, 디지털 자산 라지캡 등으로 투자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일반투자자들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그레이스케일을 애용하고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자사의 신탁펀드(GBTC)에 2020년 11월 20일 기준, 이미 52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담가두고 있다.

헤지펀드 거물들 가상화폐 시장 진입

기관투자자들뿐 아니라 메이저 은행들도 가세하고 있다. JP모건은행은 지난 5월 메이저 은행으로는 최초로 가상자산거래소(코인베이스와 제미니)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했다. 즉 은행을 통한 비트코인 실명계좌 개설을 허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K뱅크도 아직 특금법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발 빠르게 공격적인 행보를 내디뎠다. 지난 6월 업비트 가상화폐거래소와 손잡고 비대면 실명계좌 개설을 통한 입출금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기업들도 가담하기 시작했다. 나스닥 상장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올해 하반기 2차에 걸쳐 4억2500만달러에 상당하는 비트코인 투자를 단행했다. 자사 포트폴리오의 일환이자 인플레이션 헤징 수단의 하나로 금 대신 비트코인 3만8250개 취득을 선택한 것이다. 시장도 이를 반겨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가 상승했다.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개인들의 반응도 뜨겁다. 미국의 올해 비트코인 투자자는 약 3200만명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트위터의 최고경영자 잭 도시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모바일 결제업체 스퀘어 수익의 절반이 비트코인 거래에서 나오고 있다. 2020년 2분기 스퀘어의 모바일 결제 앱인 캐시앱의 비트코인 거래 매출은 총 8억7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0% 증가했다. 비트코인 열풍이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되면서 은행, 기업, 개인들도 가세하는 전방위적 추세임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요소는 페이팔(PayPal)의 암호화폐 거래지원 소식이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이 지난 10월에만 30% 급등했다. 온라인결제 기업인 페이팔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비트코인캐시 등 4종의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내년부터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페이팔은 전 세계 3억5000만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기업이다. 2600만개의 페이팔 가맹점에서 암호화폐로 결제하면 이를 원하는 통화로 환전해 전송, 결제하는 방식이다. 페이팔이 암호화폐와 실제 화폐를 환전해 거래를 중개한다는 것은 암호화폐 결제 거래 활성화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암호화폐 거래의 공식적인 제도권 편입을 의미한다.

바이든 효과도 비트코인에 유리

미국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당선도 비트코인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까지 제로금리가 유지되는 지금의 저금리 기조에 더해 미국 민주당 바이든의 당선은 재정 확대 기대감으로 연결돼 유동성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으로 연결되고 실질 인플레이션 증가가 예상된다. 이를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금이나 가상자산(암호화폐)이다. 이 역시 비트코인이 치솟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조 바이든 경제팀에는 암호화폐 옹호론자와 친(親)디지털화폐 인사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우선 암호화폐 분야에 정통한 게리 겐슬러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은행 및 증권 규제를 검토하는 경제팀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밖에도 디지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MIT 슬론 경영대학원 사이먼 존슨 교수, 리브라 프로젝트 의회 청문회 증인으로 나섰던 조지타운대학교 국제경제법연구소 크리스 브루머 교수,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 필요성을 주장한 캘리포니아대 메흐사 바라다란 교수, ‘디지털 달러’ 개념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레브 메난드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바이든 경제팀에 포진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바이든 당선자는 장기보유 주식 양도세를 23.8%에서 39.6%로 올리겠다는 공약도 한 바 있다. 이는 비트코인 장기 차익세 15~20%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주식자금 일부가 암호화폐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바이든 당선자는 법인세 최고세율도 21%에서 28%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동안 미국 주식시장을 받쳐주었던 큰 동력 중 하나가 자사주 매입이었다. 그간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감세 정책에 따라 얻은 잉여현금으로 바이백(Buy Back·자사주 매입)을 해 주식가격을 부양했다. 바이백은 기업이 남는 유보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서 자사의 주식 가치를 부양하는 행위이다. 바이백은 회사 스스로가 판단하기에 현재의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사주를 매입해 시중 유통 주식 수를 줄이면 일반적으로 해당 주식가격은 상승했다.

하지만 법인세와 장기보유 주식 양도세 증세안이 현실화할 경우 바이백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대신 비트코인 매입이 주가를 받쳐주는 데 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스닥 상장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사가 비트코인을 취득해 주가가 상승했던 사례가 좋은 예였다.

미국은 은행의 암호화폐 보관 사업 허용

현재 미국은 기존 금융과 가상자산의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독일이 은행에 가상자산 보관사업(수탁사업, 커스터디)을 허용하자 미국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암호화폐거래소 대표 출신인 미국 통화감독청(OCC)장 브룩스는 기존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과의 융합을 공격적으로 추진해 지난 7월 은행의 암호화폐 보관사업을 허용했다. 그리고 특별허가제(은행 라이선스)를 통해 암호화폐거래소의 은행화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10월 크라켄 가상자산거래소는 와이오밍주로부터 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했으며, 코인베이스는 영국 금융감독원(FCA)으로부터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2020년 10월 싱가포르 DBS은행도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준비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금과 비트코인은 달러에 대한 대체재로서 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동행성이 강했다. 그러던 것이 금에 대한 규제(3차례 선물 증거금 인상과 레버리지 축소 등)가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이 금시장에서 발을 빼어 규제가 없는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또한 고령층들은 금에 대한 애착이 강한 반면 젊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선호도와 그 미래에 대한 확신이 강하다.

앞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이는 자연스레 화폐개혁으로 연결된다. 구권을 디지털화폐로 바꾸어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환 기간은 충분히 주겠지만 말이다. 이 과정에서 지하자금이 양성화되면서 실물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장점이 있겠지만, 양성화할 수 없는 지하자금은 부동산과 동산 등 재화 구입으로 돈이 몰리면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우려도 있다. 게다가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돈들도 있다. 이 돈들은 결국 추적하기 힘든 암호화폐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본격화되면 암호화폐 역시 일정 부분 활성화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의미에서 암호화폐는 이미 디지털 금으로서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패권적 지위를 추구하는 달러나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와 달리 상당수 사람들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세계인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세계화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젊은이들일수록 추적 가능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보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추적 불가능한 암호화폐를 선호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 고객상담센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photo 뉴시스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 고객상담센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photo 뉴시스

비트코인 폭락 경고 vs ‘이번엔 다르다’

최근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데는 중국의 암호화폐 단속이라는 요인도 있다. 지난 5월 비트코인은 새로운 반감기를 맞았다. 비트코인은 매 4년마다 반감기를 맞아 채굴 공급량이 2분의 1씩 줄어드는 구조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암호화폐 단속이 시작되었다. 이 통에 채굴자들의 암호화폐 현금화 채널이 동결되었다. 중국 채굴 풀의 74%가 암호화폐 현금화에 차질을 빚었다. 비트코인 시장에 공급 부족과 수요 증대가 동시에 발생해 가격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새로운 탈(脫)중앙 혁신 금융기법인 디파이 시장도 비트코인 수요를 늘렸다. 디파이 시장은 지난 1년간 비약적인 성장(26배)을 거두었다. 이로 인해 디파이에 필요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대폭 늘어나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스테이블코인을 사려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필요하다 보니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 행진할 수밖에 없었다.

비트코인 시장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과거의 악몽, 곧 트라우마도 있다. 2017년 12월 세계 파생상품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시카고의 양대 거래소,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시장을 거의 동시에 개설했다. 이 선물시장이 개설되자 비트코인은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선물 마감일이 다가오자 숏 매도에 연일 곤두박질치며 한때 국내에서 2400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이 반토막 났다.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비트코인 시장의 과열에 일침을 날렸다. 비트코인 가격이 2개월 안에 대폭락을 맞이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폭락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제는 과거와 여건이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우선 기관투자자 등 제도금융권 진입이 판이하게 다른 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과거에는 선물시장이 없어 가격 버블을 견제할 장치가 없었는데 이제 선물시장이 상존해 언제든 ‘숏 베팅’이 가능해 지금의 가격 상승은 버블이 아니라는 항변도 나온다.

사실 세계화폐는 모든 경제학자들의 꿈이었다. 우리가 자본주의 경제학자로 알고 있는 존 케인스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이전에 ‘통화개혁론’과 ‘화폐론’을 쓴 화폐경제 연구에 천착했던 학자로, 그는 줄기차게 세계화폐를 주장했다. 어떤 한 국가가 패권적 기축통화를 고집하면 세계적 재앙이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브레튼우즈 영국 측 대표로 참석했던 케인스는 각 나라가 무역 정산을 할 때 세계화폐인 ‘방코르(Bancor)’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었다.

패권국의 기축통화에 휘둘리지 않는 화폐를 주장했던 경제학자는 케인스뿐만이 아니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도 1976년에 쓴 ‘화폐의 탈국가화’를 통해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 주체들이 화폐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턴 프리드먼 역시 화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화폐경제학’에서 ‘미래의 화폐는 어떤 형태를 가지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미래의 화폐는 ‘과연 컴퓨터의 바이트일까?’라고 자문자답하며 현재의 디지털화폐를 예견하고 있다.

이후 세계경제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기득 통화금융 세력에 대항해 나온 세계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탄생한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금융위기 메시지를 담아 기득 통화금융 세력에 대항한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다.

암호화폐가 어느 날 뚝딱 탄생한 게 아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암호학자들이 주도해 30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탄생했다. 유대인 암호학자 데이비드 바움에 의해 1982년 국제 암호연구학회가 설립되었다. 그는 ‘디지캐시’라는 암호화폐를 개발해 동료 유대인 암호학자 닉 재보와 함께 1990년 네덜란드에서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던 중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은행들이 암호화폐 사업을 중도 포기하자 사업을 접고 귀국했다. 이후 1997년 ‘작업증명 알고리즘 창안자’인 유대인 암호학자 아담 백에 의해 ‘해시캐시’라는 암호화폐가 개발되고 이듬해 닉 재보에 의해 비트코인의 기원인 분산 암호화폐 ‘비트골드’가 설계된다. 여기에 스마트 계약 개념이 최초로 선보이게 된다. 이더리움에 채용된 스마트 계약은 이렇게 닉 재보에 의해 탄생되었다. 이후 2004년 유대인 암호학자 할 피니에 의해 해시 개념 ‘이머니’가 개발된다. 오늘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이처럼 30년간 개발되어 왔던 암호화폐 기술들이 집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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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월가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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