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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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화학과 이해신 교수는 재수해서 카이스트에 들어갔다. 1993년이었다. 과학고를 2년 만에 마치고 들어온 동기생들과 두 살 차이가 났다. 어린 동기생들은 그에게 “형이 과대(학과대표)를 맡으라”라고 했다. 지난 11월 17일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과대를 하면서 놀았다. 시험 때가 되면 벼락치기를 했다. 학점이 잘 안 나왔다. 그러다가 카이스트 대학원 시험에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석사 시험도 낙방

교수가 된 연구자가, 석사가 되는 길부터 난관에 부딪혔다는 얘기는 처음 접한다. 그는 재수를 해서 대학에 갔기에 대학원 재수를 할 여유는 없었다. 대학원에 곧장 적을 두지 않으면 입대해야 했다. 그래서 1997년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들어갔다. GIST의 세포생물학자 송우근 교수에게 가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3학기 때 공부를 중단했다. 석사 공부에 투자했던 1년 반을 왜 없던 일로 돌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미국 유학을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대학은 석·박사 통합 과정이 많으니, 석사를 한국에서 마칠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했다. 결국 1998년 이해신 학생은 군대를 갔다. 그때 한국은 외환위기를 통과하느라 아수라장이었다.

2년 뒤 제대를 하고 2000년 미국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답을 주는 곳이 없었다. 일단 카이스트 학부(생명과학과) 지도교수였던 박태관 교수 방에 들어가 의탁했다. 박태관 교수는 화학자로, 생명과학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화학자가 생명과학과 교수인 건 그가 생체 재료를 연구했다는 접점 때문이다.

이해신 교수는 생명과학과를 다닐 때 공부가 재미없었다. “암기할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4학년 때 박 교수님이 신임 교수로 오셨는데, 그분이 하는 고분자화학이 흥미로웠다. 생물 분야 중에서도 좀 더 화학적이고 분석적으로 연구를 하는 게 좋았다. 4학년 여름방학부터 졸업하는 2월까지 실험실에서 살았다.” 박 교수 방으로 돌아와 연구원으로 지낸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학부 때 나쁜 학점이 유학을 떠나는 데 계속 발목을 잡았다.

시카고대 호프 교수 밑에서 단백질 구조 연구

어느 날 미국에서 기쁜 소식이 왔다. 시카고대학에서 석사를 마친 카이스트 선배가 시카고대학의 은사가 ‘뛰어난 학생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래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시카고대학 화학과 바우터 호프(Wouter Hoff) 교수 밑으로 들어갔다. 생화학자였던 호프 교수 연구실에서는 단백질 구조를 연구했다. 호프 교수 밑에서 연구원으로만 있었고 박사과정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카고에서 1년 반이 지났을 때 그는 노스웨스턴대학으로 옮겨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그는 이 변화를 미국 정부가 주는 비자로 설명했다. 취업 비자인 H1에서 학생 비자인 F1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호프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백질 구조 연구가 내가 평생 연구할 만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토픽일까 생각했다. 아닌 것 같았다. 요즘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단백질 구조 연구가 중요하다는 걸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시카고에 있을 때는 분위기가 그렇지 않았다. 호프 교수가 박사과정에 들어오라고 했지만, 안 들어간 게 그 때문이었다. 호프 교수 방에 있는 동안 내내 연구원으로 일했다.”

노스웨스턴대학은 시카고대학에서 멀지 않다. 그는 시카고대학에서 차를 타고 노스웨스턴대학 화학과의 필 메서스미스(Phil Messersmith) 교수에게 면접을 하러 갔다. 메서스미스란 성은 처음 듣는다. 낯선 성이라고 했더니, 이 교수가 당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노스웨스턴대학 박사과정에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날이었다. 집에 있는 전화응답기에 노스웨스턴대학 교수라는 음성녹음이 남아 있었다. 전화 녹음을 들어보니, 메시지를 남긴 사람 이름이 ‘스미스’라고 들렸다. 스미스 교수는 “당신을 박사과정 학생으로 뽑고 싶으니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는 노스웨스턴대학 의공학과(Biomedical Engineering) 웹사이트에 가서 스미스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찾아봤지만 아무리 뒤져도 스미스란 성을 가진 교수가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연락하지 않았더니 며칠 지나 전화응답기에 음성녹음이 새로 들어왔다. 그래서 잘 들어보니 ‘스미스’가 아니고, ‘메서스미스’였다.

필 메서스미스 교수는 연구실로 찾아온 이해신 신임 박사과정 학생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홍합 사진<78쪽 참조>이었다. 그는 “나는 이걸 연구할 거야”라고 말했고, 그 순간 이해신 학생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그는 박사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세 개 분야를 1년 반씩 공부한 바 있다. 고분자화학(카이스트 박태관 교수 실험실 연구원), 세포생물학(GIST 석사과정), 단백질 구조 연구(시카고대학 바우터 호프 교수 연구실 연구원)였다. 각각의 시기에 논문도 썼는데 그게 스펙이 되었다. 메서스미스 교수의 홍합 얘기를 들어보니, 이 공부 모두가 연결되는 것 같았다. 지도교수가 알고 싶었던 건 홍합은 물속에서 어떻게 돌에 잘 달라붙는가였다. 시카고대학에서 단백질 구조를 연구한 이해신 학생은 “홍합 단백질의 인장력과 접착강도를 재어 보겠다. 힘의 크기를 분자 단위로 측정해 보자”라고 말했다.

측정하는 데는 3년이 걸렸다. 인장력의 크기를 알기 위해서는 양쪽에서 잡고 당겨봐야 한다. 이 실험에는 시카고대학에서 배운 원자탐침현미경을 이용한 단(單)분자 당기기 실험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홍합 접착단백질에서 접착력을 내는 단위 분자 하나는 약 800피코뉴턴(pN·1조분의 1 뉴턴) 크기로 측정되었다. 단일 분자 힘으로는 매우 큰 크기였다. 이 연구는 2006년 미국 국립과학회보(PNA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홍합 접착의 단분자 역학’. 이 교수는 “그전까지는 홍합 연구가 유명하지 않았다”라면서 이 논문의 인용횟수를 확인하더니 1648회라는 수치를 보여줬다. 다음 홍합 연구는 과학학술지 네이처(2007년 7월 표지 논문)와 사이언스(2007년 10월)에 줄줄이 나갔다. 당대 최고의 과학 학술지에 논문이 연달아 실렸으니, 2007년은 그로서는 최고의 해였다.

홍합의 접착단백질이 물체에 붙은 모습.
홍합의 접착단백질이 물체에 붙은 모습.

머릿속에 스파크 일으킨 홍합 연구

네이처 표지 이미지를 보니 도마뱀붙이(Gecko) 사진이 크게 들어가 있고, 관련 제목은 ‘홍합을 가진 도마뱀붙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도마뱀붙이는 물기가 없는 곳에서 뛰어난 접착력을 갖는다. 미끄러운 유리 기둥을 잘 기어 올라간다. 하지만 물이 있으면 접착력이 사라진다. 예컨대 유리창에 물을 뿌리면 붙어 있는 도마뱀붙이가 주르르 미끄러진다. 도마뱀붙이가 유리창에 잘 붙어 있는 건 발바닥의 나노 구조 때문이다. 나노 구조가 뛰어난 흡착력을 가지기에 미끄러지지 않는다. 물에서 잘 붙는 홍합과, 물이 없는 환경에서 뛰어난 접착력을 가진 도마뱀붙이의 서로 다른 장점을 모두 얻는 접착제 연구가 네이처 표지에 실린 논문이다. 이 교수는 “물속에서 떼었다 붙였다 착탈이 용이한 포스트잇은 없지 않느냐, 그 연구를 홍합을 갖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가지가 궁금했다. 그러면 왜 사람 손은 도마뱀붙이만큼의 흡착력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손바닥 겉면도 자세히 보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할 텐데. 나노미터 크기를 기준으로 하면 사람의 손도 매끄럽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상당한 접지력을 갖지 않을까? 이 교수는 “나노미터 크기 수준에서 보면 손바닥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령 유리창 겉면에 손을 댔을 때 닿는 면적은 얼마 되지 않는다. 손바닥 겉면의 튀어나온 부분만 닿는다. 닿은 면적이 전체 겉면적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분자 수준에서 보면 그건 닿은 게 아니다. 도마뱀붙이는 다리에 나노 털이 있다. 그래서 접착력이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홍합을 가진 도마뱀붙이’ 연구, 네이처 실려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나가고 3달 뒤(2007년 10월)에 사이언스에 논문이 실렸을 때 서울에서 조선일보 과학담당 이영완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보고 연락을 한 거다. 당시에는 사이언스에 한국인 논문이 게재되는 경우가 뜸했기에, 논문이 실리면 언론이 관심을 보였다. 당시 논문 제목은 ‘홍합 접착을 이용한 표면화학 개발’. 이 교수는 “조선일보와 인연이 좀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언스에 당시 실린 논문의 인용횟수를 구글스콜라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무려 6866회다.

2007년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논문이 연이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카이스트 화학과에서 교수로 오라는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모교 교수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입하기도 힘들었던 학생이, 뒤늦게 뛰어난 연구 역량을 인정받아 모교 교수가 된 것이다. 그는 교수 임용이 확정된 뒤에 대전으로 곧장 돌아오지 않았다. MIT에서 1년간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 있는 화학자들과의 네트워크 구축도 중요하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같이 MIT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던 친구 5~6명이 지금은 스탠퍼드대학, 터프츠대학,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어 협업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야단스럽게 자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화학자들은 미국화학회지(JACS)와 독일화학회지(앙게반테 케미)에 논문을 썼다,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고 자랑하던데 그런 게 더 없느냐. 그렇게 얘기해주지 않으면 내가 알 방법이 없다”라고 설명을 요구했다. 그랬더니 이 교수는 “표지논문을 셀 수도 없이 많이 썼다. 지난 10월에도 표지논문으로 나간 게 있다. 보셨겠지만 나의 방이나 실험실 벽에 표지논문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게 없다. 그건 지나간 연구들이다. 그런 걸 붙여놓으면 내가 게을러진다. 표지논문 포스터들을 보면서 ‘그래, 내가 저런 걸 했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만해질 수 있다. 그러면 안 되기에 하나도 붙여놓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카이스트 E6-6 건물 6층에 있는 이해신 교수 방에는 홍합이 보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홍합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카이스트 교수로 독립적인 연구자가 된 뒤 그는 어떤 연구를 해왔을까? 접착성 지혈제(상품으로 나왔다), 피 안 나는 주사기(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2018), 초강도 나무 재료 만들기(논문 준비 중) 등이 그가 소개한 자신의 연구다. 홍합 접착단백질 구조에서 시작한 연구가 확대된 것들이다.

지혈제 개발해 이노테라피 창업

지혈제는 수술 환자에게 두루 필요하다. 특히 출혈이 잘 멈추지 않는 혈우병 환자나 아스피린 복용 환자에게 그렇다. 그는 혈우병에 걸린 쥐를 만들어 그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이 교수가 개발한 홍합 접착제를 모방한 고분자 화합물 접착제는 지혈제로 상품화했다. 이 교수가 내게 건네준 명함은 그의 두 얼굴을 드러낸다. 명함의 한 면은 카이스트 교수이고, 명함의 다른 면은 이노테라피(InnoTherapy)라는 기업의 CTO(최고기술책임자)다. 이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여자 동기생인 이문수 박사가 창업을 했다. 이노테라피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데 2010년 창업했다. 이 교수는 코스닥 상장 기업인 이 회사의 주식도 갖고 있다. 보유 주식 평가액은 계산해 보니 상당했다.

이 교수의 두 번째 연구는 2017년에 나온 피 안 나는 주사기다. 이 교수가 개발한 이 제품이 나온 뒤 3대 공중파 방송에서 모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가 “보면 놀란다”라며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영상에서는 살아 있는 토끼의 커다란 귀에 바늘을 찔러 넣는다. 귀의 동맥은 붉게 보인다. 일반 바늘은 찔렀다 빼면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이 교수가 개발한 주사기는 바늘을 뺐는데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놀랍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바늘이 빠져나오는 순간, 바늘 바깥쪽에 붙어 있던 접착제가 상처 부위를 덮어 순식간에 봉합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실렸다.

이 제품은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의사들이 “굳이 그게 왜 필요해”라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하지만 코로나19 창궐로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감염이 안 되게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출혈 없는 주사기가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를 채취해야 하는데, 이때 감염 사고를 막는 데 필요하다”라며 “식약처에 현재 협의를 제의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이 교수 그룹은 개발 당시 주사기 바늘에 바이러스가 묻어나오지 않는 걸 확인한 바 있다. 연구 당시는 C형 간염바이러스(HCV)를 갖고 실험했는데 C형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 교수가 보여준 당시 논문에는 “주삿바늘 표면에서 HCV가 검출되지 않았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사진 촬영을 위해 그의 연구를 보여줄 수 있는 소품을 찾았다. 이 교수는 나무가 있다고 했다. 그는 홍합접착제 연구를 출발점으로 지난 5년간 나무 만드는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실험실에 갔을 때 만난 한 학생은 “실험은 끝났고, 논문을 쓰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지시를 받아 ‘초강도 나무 재료 만들기’ 연구를 한 학생이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요긴한 피 안 나는 주사기

이 교수에 따르면, 나무에는 ‘리그닌’이라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리그닌은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와 함께 나무를 이루고, 나무의 껍질에 많이 들어 있다. 나무로 종이를 만들 때 맨 먼저 제거하는 게 리그닌이다. 껍질을 벗겨내고 안에 있는 목재를 사용한다. 그런데 리그닌의 분자 구조가 홍합 접착단백질 구조와 비슷하다. 그러니 목재 성분에 홍합 접착단백질 구조에서 착안한 고분자 물질을 섞으면 다시 ‘나무’와 같이 단단한 물질이 된다. 이 교수는 “나무는 불에 잘 타지 않는다. 산불이 나면 나뭇잎이 타지 나무는 잘 타지 않는다. 이처럼 불에도 안 타고, 딱딱한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불에 나무가 잘 타지 않는다는 얘기도 낯설었고, 그가 만든 나무 소재가 권총 알도 뚫지 못하는 강도를 지녔다는 것도 새로웠다.

이 교수에게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유전자 치료를 위한 바이러스 연구를 하고 있는데 향후 10년은 치료제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주제는 접착제와 무관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관련이 있다. 바이러스에 접착제를 코팅한 게 이 연구의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접착제를 바른 바이러스를 동물 혈관에 넣었더니 바이러스들이 심장으로 갔다. 왜 심장으로 몰려가는지는 모른다. 어찌 됐든 심장으로 몰려가는 특성이 중요하다. 심장 유전병을 고쳐줄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심장으로 가는 바이러스에 유전자 편집 능력을 부여한다. 그러면 이 바이러스가 심장에 있는 세포들에 달라붙고, 세포 내 핵으로 들어가 핵 안의 DNA 유전자를 편집한다. 그게 목표다. 이 교수가 하는 건 유전자 편집을 하는 바이러스를 만드는 게 아니다. 그건 의학자가 할 일이다. 자신은 심장에 있는 세포들에 가서 정확히 달라붙는 바이러스를 만들기 위한 코팅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2018년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발표했다.

취재가 거의 끝났다. 이 교수에게 다시 물었다. 어떤 화학자냐고? 그는 “의화학자”라고 답했다. 그는 석사 준비도 안 됐다고 카이스트 화학과가 거절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뛰어난 화학자가 되었다. 가령 2018년에 그는 화학 및 재료분야 논문 인용지수 전 세계 1% 안에 들어간 바 있다. 이 기록은 학자들이 대단히 자랑스러워하는 기준이다. 이 교수는 “공부는 천천히 시작해도 된다. 계속 달릴 수는 없지 않느냐. 고교 때 대입을 위해 달렸는데,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그렇게 달리지 않아도 된다. 미국 대학생들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걸 몸으로 직접 보여준 경우라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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