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간의 생활상이 바뀐 해였다. 비대면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차선책이던 원격진료,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수업이 메인 무대로 진입했고, 이에 따른 다양한 IT 기술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상용화될 기술들이 좀 더 빠르게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끝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떤 기술이 구현되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까. 10가지 기술을 통해 미래의 삶에 대비해 보자.

 ⓒphoto networ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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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미리 경험하고 예측하는 ‘디지털 트윈’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전 인류가 속도를 늦추는 대신 디지털 세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 특히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의 활용도가 확대되었다. 그 흐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장은 예측했다.

디지털 트윈의 활용 분야는 에너지, 항공, 헬스케어, 자동차, 국방 등 무궁무진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의료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쌍둥이처럼 복제하여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을 컴퓨터에 똑같이 구현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여 결과를 예측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세계에 변화를 가했을 때 실물이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하며,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분석한다.

예를 들어 실제 인물과 같은 조건(성별, 나이, 신장, 기저질환 여부 등)으로 가상 인물을 만든 다음 약물을 투여했을 때의 반응이나 치료 효과, 부작용 등을 판단한다. 자신과 똑같은 신체를 가상으로 만든다면 나만을 위한 맞춤치료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시험해볼 수 있다. 또 코로나19 감염자의 역학조사처럼 도시 내에서 질병이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강도로 발생하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가용 의료자원을 할당하고, 질병의 확산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주로 제너럴일렉트릭(GE), IBM, SAP 등 글로벌 기업이 솔루션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지면서 우리나라 정부도 디지털 트윈을 유망기술로 선정해 적용 분야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photo venture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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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로 생산비용 절감

세계의 모든 기업은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기술을 연구하고 적용한다. 그중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손실은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기술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다. RPA는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사무직, 관리직, 또는 전문 인력이 하는 일을 자동화한다. 데이터 처리를 비롯해 챗봇, 자동응답 시스템, 인적 자원, 계약, 금융서비스 등에 넓게 활용된다.

RPA의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한 비용의 시스템으로 방대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데도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싱가포르 은행 OCBC의 경우 RPA를 도입해 주택담보대출 전환에 걸리는 시간을 45분에서 1분으로 줄였다. 적격 여부 심사, 다른 옵션 등을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최근엔 인지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여 더 많은 업무를 간단하게 자동화한다. 비즈니스 이메일 내용의 초안을 잡거나 전체를 작성하는 일을 쉽게 처리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예측에 따르면 세계 거대 조직의 85%가 2022년까지 RPA를 도입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람 손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RPA 기술이 더욱 중요하게 인지돼 기업들의 활용도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03 에듀테크 실험 중, 원격학습이 교육을 바꾼다

코로나19로 교육은 ‘비대면 방식의 원격수업’ 전환이라는 급격한 재창조를 겪었다. 아마존닷컴의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버너 보겔스(Werner Vogels)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원격교육은 지속될 것이며, 일부에게는 이것이 효과적이면서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언제든지 원격교육(또는 근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전염병, 자연재해, 인재 등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도 학습을 지속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학급 친구들에게 학습이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는 교육에 기술을 도입하는 에듀테크(education+technology) 실험에 한창이다. 사용자의 감각정보(시각·촉각·동작인식 등)를 실시간으로 계산하여 컴퓨터로 만들어놓은 최첨단의 가상현실(VR)과 혼합현실(MR)을 지원하는 기술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이 학습자의 기존 학습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난이도를 조절하여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기술, 온라인 강의 등 대용량 콘텐츠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트래픽을 분산시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네트워크 기술이 더욱 연구되고 있다.

 ⓒphoto forb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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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컴퓨터 비전’으로 세상을 본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술이 상용화될 것이다. 최근 동영상을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진 CCTV, 유튜브 영상까지 수많은 영상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사진이나 동영상을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이 뜨고 있다.

컴퓨터 비전은 기계의 시각에 해당하는 부분을 연구하는 컴퓨터 분야 중 하나다. 공학적인 관점에서 말하면 컴퓨터 또는 로봇에 시각 능력을 부여하여 인간의 시각이 하는 몇 가지 일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본질적으로 컴퓨터가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할 때 숫자나 문자가 아닌 영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얼굴이나 물체 인식은 가장 흔한 컴퓨터 비전이다. 폰캠으로 할 수 있는 QR코드·바코드 스캐닝,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등 많은 일상생활에 사용된다. 컴퓨터 비전의 정확도는 10년이 채 안 돼 50%에서 99%로 향상되었다.

컴퓨터 비전은 특히 의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의료 데이터의 90%가 영상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의 애든브룩스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너아이(InnerEye) 소프트웨어는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종양 등을 찾아낸다.

컴퓨터 비전을 통해 계산 절차를 없애는 무인 상점도 등장했다. 아마존 자사가 운영하는 식료품점 아마존 고(Amazon Go)가 대표적이다. 고객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설 필요 없이 계산대를 통과만 하면 끝이다. 고객이 매장을 들어설 때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한 아마존 전용 앱에서 실시간 고객정보가 확인되며, 고객이 물건을 고르면 거기 달린 센서와 고객 스마트폰이 연동돼 결제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처음엔 이 기술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비판이 따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숙명과 같은 미래형 상점으로 대두하고 있다.

 ⓒphoto ultrale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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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불필요한 접촉은 이제 그만, 터치리스 기술

코로나19로 위생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터치리스(touchless)’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이나 대중교통 손잡이 등 불특정 다수의 손길이 닿는 곳을 만지기 꺼리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터치리스 기술이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일본의 대표적 엘리베이터 기업 후지테크는 버튼 근처에 손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 층수를 지정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출시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에는 손을 인식할 수 있는 적외선 센서가 설치돼 있다. 세균 증식의 위험이 있는 양변기에도 접촉 없이 센서 위쪽으로 손을 비추면 물이 내려가 오염물질로 인한 감염을 예방한다. 마이크로파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변기가 열리고 닫혀 물내림을 진행한다. 터치리스 방식은 의료기관이나 제약회사의 무균실처럼 위생관리가 철저한 곳에서부터 점점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photo cb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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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인수공통전염병’ 통합관리 기술로 전염병 예방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유망기술로 ‘인수공통전염병 통합관리 기술’을 선정했다. 사람과 동물 간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에 대한 탐지·조사·대응 등을 통해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최근 유행하는 전염병의 공통점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75%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인간과 동물이 모두 걸리는 병이지만 주로 동물에게서 사람에게 감염되는 병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약 250종이 알려져 있고, 이 중 전파력이나 치사율이 높아 집중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질환은 약 100여종이다. 에이즈, 조류인플루엔자(AI),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코로나19 등이 이에 속한다.

현재 지구촌은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높다. 따라서 사람, 동물,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각국의 정부뿐 아니라 학계, 의료기관, 민간단체 등과 파트너십을 유지하여 지속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07 친환경 플라스틱 만드는 바이오 기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넘쳐나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또 다른 재난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인간이 입고 쓰고 신고 갖고 다니는 물건의 70%가 플라스틱인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생활이 이어지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은 급증했다. 배달 음식과 택배 이용이 늘어 플라스틱 종류의 포장재가 셀 수 없을 만큼 쌓이고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마스크의 부직포 역시 플라스틱 종류다. 세계의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물학적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영국 포츠머스대학의 존 맥기헌 교수팀이 미생물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높은 효율로 분해할 수 있는 변종 효소를 개발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영국의 사회적기업가 제임스 롱크로프트 또한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과 종이를 합성해 생수병을 만들었는데, 이 플라스틱은 바다에서 불과 3주 만에 분해가 가능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바이오 기술을 통해 마스크를 포함한 플라스틱 재료들이 친환경적인 재료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08 크리스퍼 기술 통해 고연령 질환에 대응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 기술 또한 보편화할 것이다. 유전체 서열분석법을 처음으로 개발한 하버드대 의대의 조지 맥도널드 처치 교수는 유전자 편집 요법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전자가위는 진짜 쇠붙이 가위가 아니라 유전자를 자르는 제한효소다. 인간 세포와 동식물 세포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사용한다. 질병과 관계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교정하거나 돌연변이가 일어난 특정 부분을 잘라내 원상 복구할 수 있다.

처치 교수는 크리스퍼를 코로나19 등 각종 질환 예방이나 노화 억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컴퓨터에 막대한 데이터를 넣고 학습하게 하여 새로운 패턴을 찾아내는 머신러닝 기술로 요법 성공률을 높이고, 단백질 라이브러리를 구현해 다양한 고연령 질환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오류를 바로잡아 맞춤형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photo wired.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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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ICT 기반 물류정보 플랫폼으로 전체 물류 과정 파악

머신러닝이 점점 발달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계 간 통신(M2M)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의 연간 인터넷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인터넷 접속의 33%만이 M2M인 데 비해 2021년에는 M2M이 모든 연결의 50%에 이르고, 이후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하라’는 머신러닝 플랫폼을 사용해 식품이 가장 필요한 지역과 사람들을 파악하여 식품을 가진 농부들과 연결시키고, 그 사이의 물류 과정을 파악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ICT 기반 물류정보 통합플랫폼’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기술의 하나로 선정했다. 물류정보 통합플랫폼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디지털화된 물류정보를 활용해 계약, 배송, 재고 등을 종합 관리하는 기술이다. 이미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물류정보 솔루션을 도입해 주문, 운송, 창고, 결제 등 개별 기능별로 이뤄지고 있는 시스템을 통합시켜 하나의 플랫폼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10 중첩과 양자얽힘 이용한 양자컴퓨터 꽃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양자컴퓨터가 꽃피기 시작한다. 아마존닷컴의 최고기술책임자 버너 보겔스는 앞으로 10여년 후면 화학 공학, 재료 과학, 약물 발견, 재무 포트폴리오 최적화, 머신러닝 등에서 양자컴퓨팅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자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기억소자로 활용하는 컴퓨터로, 양자칩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인 큐비트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0과 1이라는 2개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현상을 이용하여 정보로 처리한다. 양자역학의 아주 독특한 현상 중의 또 하나는 양자얽힘이다. 멀리 떨어진 두 개체가 즉각적으로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양자컴퓨터의 중첩 현상과 얽힘 현상을 활용하면 기존 컴퓨터의 한계점이던 암호화 기술을 강화할 수 있다. 암호화된 데이터는 해킹이 불가능한 시스템이 되고, 동시에 현행 암호화 시스템은 무력해진다. 또 화상회의의 보안성도 강화된다. 생체정보나 인증서 등을 이용한 참여자 검증과 화상정보 위조 여부 등을 판별하고, 화상정보를 직접 전송한다. 코로나19로 자리를 잡은 비대면 화상회의는 양자컴퓨터의 보안 기술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폭넓게 적용될 전망이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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