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에 열세로 평가받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를 뒤집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문에 얽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치러지게 된 여권의 보궐선거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당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고칠 때는“뻔뻔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사망 후 7개월여 지난 지금 박 전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후보와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는 최근 ‘청와대의 북한 원전 지원 의혹’을 두고 여야 간의 정쟁이 부각되면서, ‘박원순 성비위’이슈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묻힌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박 전 장관이 여성 정치인이므로 성비위 문제에서 한 발 떨어질 수 있다는 이점도 작용하고 있다.
주간조선이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메트릭스리서치에 의뢰해 1월 31일 18세 이상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 전 장관은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의 양자대결에서 50.3% 대 40.6%로 오차범위(±3.5%) 밖 우위를 점했다. 박 전 장관(46.0%)과 오세훈 전 시장(44.3%)의 대결은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박 전 장관이 유일하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오는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다. 안 대표와 박 전 장관의 양자대결에서 안 대표는 47.6%로 박 전 장관(44.0%)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31%의 지지도를 얻어 박 전 장관(35%)에 오차범위 내에서 뒤쳐졌다. 박 전 장관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양자대결에서도 35.8%를 얻어 27.1%를 얻은 오 전 시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박 전 장관이 유일하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오는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다. 안 대표가 범야권 단일후보가 되고 박 전 장관과 맞붙을 경우, 안 대표(39.7%)는 박 전 장관(33.5%)에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였다.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 전 장관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꽤 오랜 시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하반기만 하더라도 선거 전망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박 전 장관이 중소벤처기업부에 애정이 큰 만큼 장관직 수행을 더 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출마 선언 후 지지율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선거 캠프 분위기도 함께 달아오르는 상황이다.
야권에선 설 연휴 후 시작될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인해 여권의 지지도가 더 올라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장관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오면서 당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만약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단일화하지 못하면 ‘나가 죽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