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photo 뉴시스

HBO가 만든 6부작 스릴러 드라마 ‘언두잉(Undoing)’에서 10대 아들 헨리와 의사 남편 조너선(휴 그랜트 분)을 둔 뉴욕의 성공한 정신상담의 그레이스로 나오는 니콜 키드먼(52)과 영상 인터뷰를 했다. 시리즈의 원작은 진 한프 코렐리츠의 소설 ‘유 슈드 해브 논(You should have known)’. 시리즈는 덴마크의 여류 감독 수잔 비에르가 연출했다. 그레이스의 평온한 삶은 남편이 연루된 치정살인이 일어나면서 무너지고 이와 함께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난다. 그레이스는 아들과 자신을 위해 새 삶을 마련하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키다리 니콜 키드먼은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흰 피부를 지녔지만 아주 따스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질문에도 미소를 지으면서 자상하고 상냥하게 대답했다. 키드먼의 남편은 유명 컨트리가수 키스 어번이다.

- 휴 그랜트는 인터뷰에서 촬영장에서의 당신이 우습고 장난과 농담을 즐기는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런가. “집에 있을 때면 언제나 우습게 굴고 또 어리석을 정도로 재미와 농담을 좋아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나를 보여주는 것이 정신적 긴장을 풀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휴 그랜트와는 30년 지기여서 그 앞에선 아주 자연스러워진다. 그와는 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동아리를 이루고 있다. 그는 아주 훌륭한 배우인데 연기를 사랑하면서도 연기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위해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본다. 마력적인 연기다.”

- 그와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작품에 출연하게 됐는가. “감독 수잔 비에르의 힘 때문이다. 수잔이 내게 휴 그랜트와 일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난 그가 더 이상 연기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에 그의 출연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수잔이 ‘내게 맡기라’더니 한 달도 안 돼 휴가 합류하더라. 작품에 나오는 배우들은 다 수잔이 골랐다. 내 아버지로 나오는 베테랑 연기파 도널드 서덜랜드도 그렇다. 도널드 서덜랜드는 실제 내 아버지와 닮아 우린 즉각적으로 호흡이 맞았다.

또 아들 헨리 역의 노아 주프도 수잔이 골랐고 은퇴한 미국 네트워크TV 최초의 아시안계 여성 앵커 카니 정을 TV 인터뷰 기자로 작품에 불러낸 것도 수잔의 힘이다. 수잔이 아버지와 남편과 아들을 얻어준 셈이다. 이 남자들과의 복잡한 관계에 매달린 여자 역을 맡게 된 것은 배우로서 황금과도 같은 기회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역이어서 긴 침묵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수잔은 이 시간도 다른 감독들과는 달리 충분히 허락했다. 그는 정말로 강력하고 특별하며 능력 있는 감독이다. 수잔은 하루 12간의 강행군에도 지칠 줄 모르는 사람이기도 했다. 집에 가서도 그리고 주말에도 일하는 노력파다. 그것이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다.”

- 당신은 휴대폰에 집착하는 편인가. “아이들 때문에 갖고 다닌다. 그러나 아이들은 휴대폰이 없다. 난 그것을 세트장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수잔도 마찬가지다. 촬영진은 촬영과 촬영 사이에 말하는 것이 적당치 않아 문자를 주고받는 것으로 안다. 좌우간 휴대폰은 이제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 그레이스는 직업상 생각하기 위해 오랜 산책을 하는데 당신도 실제로 그레이스와 닮았는지. “난 처음에 수잔이 산책 장면을 제의했을 때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산책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정신상담의라는 직업에 잘 맞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긴장하면서 걷는 산책이 내 역을 구성하는 한 요건이라고 해도 되겠다. 실제로 난 자라면서 저녁식사 후 숙제를 끝내고 아버지와 오랜 산책을 즐기곤 했다. 아버지가 정신과 의사여서 그 산책은 의학적인 면에서 기인하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부녀간의 사랑을 다지는 기회였다. 때론 집 주위를 몇 시간씩 걷곤 했는데 아버지는 과묵한 분이어서 말은 많지 않았으나 서로 소중한 말은 나누었다. 그 같은 경험이 나의 한부분이 되어 이제 내 아이들에게 그 경험을 반복해주고 있다.”

- 그레이스처럼 사람들에게 질문을 잘하는가. “그렇다. 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 묻기를 잘한다. 그러나 자기분석에 대해선 서툴다. 그레이스도 마찬가지다. 우린 그런 면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사실은 왜 사람들이 자기 앞에 분명히 있는 것도 보지 않기로 결정했는가를 고찰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 사람들은 자기 앞에 분명히 있는 것이라도 본능적으로 보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HBO가 만든 6부작 스릴러 드라마  ‘언두잉’의 한 장면. ⓒphoto 뉴시스
HBO가 만든 6부작 스릴러 드라마 ‘언두잉’의 한 장면. ⓒphoto 뉴시스

-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직접 선택했는가. “아니다. 그것도 수잔이 ‘난 당신이 이렇게 보이기를 원한다’면서 일일이 선택해줬다. 그는 시각적으로도 뛰어난 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난 그저 마네킹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다.”

-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느낌을 말해 달라. “참담한 심경이다. 우리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무서운 일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렵기만 하다. 경각심을 잃지 말고 지금까지의 습관을 버리도록 자각해야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으나 난 이것이 세상이 변화하는 것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본 영화의 내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 무서울 뿐이다.”

- 딸들은 잘 있는지. “11세 난 큰딸은 영화를 만들고 있다. 매주 영화를 찍는데 매우 정열적이다. 작은딸은 언니의 영화에 나오면서 배우가 되려고 하는데 둘이 영화를 만들다가 싸우기도 한다. 내가 하는 일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둘 다 이번 시리즈에 대사가 있는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수잔이 역을 줬다. 그러나 특혜는 없었다. 5일간 혹한 속에서 일하고도 불평 한마디 안 하더라.”

- 딸이 만드는 영화에 나오는가. “아니다. 딸이 날 원하지 않는다. 자기 학교 친구들을 직접 오디션한 후 배역을 주고 있다. 언젠가 딸의 영화에 나오기를 희망한다.”

- 계속해 TV 작품에 나오는 이유는 가족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인가. “아니다. 영화나 TV나 작품의 내용이 좋으냐 아니냐에 따라 선택한다. 내용과 함께 작품 소화 능력이 있다고 보이는 감독이냐 아니냐에 따라 작품을 선택한다. 그 때문에 같은 감독과 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 자라면서 본 영화들 중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거의 모든 영화를 다 봤는데 가장 충격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14세 때 주위 영화인들의 소개로 본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들이다. 그들은 내게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를 봐야 하고, 펠리니와 키슬로스키 감독의 영화도 봐야 하며, 또 러시아어와 프랑스어도 배워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후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영화에 나오면서 그의 조언에 따라 브론테 자매의 글을 통독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비롯해 자막이 있는 영화들을 많이 봤다. 이런 까닭에 난 국제적 작품을 추구하고 있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