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 멜라메드 IAI항공그룹 대표 ⓒphoto IAI
요시 멜라메드 IAI항공그룹 대표 ⓒphoto IAI

지난 5월 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선 이스라엘 국영기업이자 최대 방산업체인 IAI사와 국내 항공정비 전문기업 ㈜샤프테크닉스케이(대표 백순석),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김경욱)가 ‘인천공항 항공기 개조사업 투자유치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번 합의각서에 따라 IAI와 샤프테크닉스케이는 별도 합작법인을 설립해 2024년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보잉 777-300ER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P2F)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

합작법인의 항공기 개조 생산공장은 2023년까지 인천국제공항 내 항공정비단지 예정지에 완공될 예정이다. 2024년 초도기 개조 생산을 시작으로 2040년까지 총 94대의 항공기가 개조돼 수출될 예정이다. 이번 항공기 개조사업 투자유치로 2024년부터 2040년까지 총 8719개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1조340억원의 수출효과가 기대된다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밝혔다.

이번 합의각서 체결은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IAI는 여객기의 화물기 개조와 관련해 미 보잉사를 제외하곤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과 권한을 갖고 있어 IAI사 투자 유치를 하려는 국가와 공항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IAI는 결국 한국 인천공항을 선택했다. 특히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업체인 샤프테크닉스케이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 것이다. 샤프테크닉스케이는 항공정비 전문서비스 기업으로, 2018년 약 40명의 항공 정비인력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약 250명의 전문 정비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120대의 항공기 정비를 목표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화물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여객기의 화물기 개조가 더욱 각광받는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번 합의각서 체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1953년 설립된 IAI사는 각종 미사일, 무인기, 레이더, 위성, 방공체계, 항공 및 사이버 분야에서 세계적 방산업체로 한국군과도 밀접한 인연을 맺어왔다. 서북도서 감시정찰 임무를 맡고 있는 ‘헤론’ 무인기, 북 미사일 발사 때마다 놓치지 않고 탐지해온 ‘그린 파인’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하피 무인자폭기 등이 한국군이 도입한 IAI사 무기들이다. 자회사인 엘타사는 첫 한국형 국산 전투기 KF-21(KF-X)의 핵심인 AESA(능동 위상배열) 레이더 개발에 참여해왔다. 최근 팔레스타인 로켓들을 성공적으로 요격해 주목받은 ‘아이언 돔’의 레이더를 만드는 곳도 엘타사다. 지난해 기준으로 IAI는 직원 1만5000여명(엔지니어 6000명 포함)으로 지난해 41억84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수출 비중은 71~80%에 달한다.

일각에선 이번 합의각서 체결을 최근 IAI사의 적극적인 한국 시장 진출 움직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IAI는 지난 3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유·무인 복합운용체계(MUM-T·Manned-Unmanned Teaming)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AI가 개발 중인 국산 소형무장헬기(LAH)에 IAI에서 개발한 무인기를 탑재해 유·무인 복합운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LAH에서 IAI의 자폭 드론 ‘미니 하피’를 발사해 목표물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IAI는 중견기업 한국카본과도 2017년 조인트 벤처 KAT를 설립, ‘팬더’ 등 하이브리드 수직이착륙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합의각서 체결 배경과 IAI사의 성공 배경, 한국 진출 계획 등에 대해 요시 멜라메드 IAI항공그룹 대표를 이메일로 인터뷰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5월 4일 이스라엘  IAI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샤프테크닉스케이가  보잉777 화물기 개조  MOA 체결식을 열고 있다.  오른쪽이 요시 멜라메드  대표. ⓒphoto IAI
지난 5월 4일 이스라엘 IAI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샤프테크닉스케이가 보잉777 화물기 개조 MOA 체결식을 열고 있다. 오른쪽이 요시 멜라메드 대표. ⓒphoto IAI

- 지난 5월 4일 인천공항공사, 샤프테크닉스케이와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세계 여러 나라, 그리고 한국 내 대형업체들이 이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아는데 한국과 샤프테크닉스케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40년간 IAI사는 모든 크기의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데에 있어 글로벌 선두주자였다. IAI는 이스라엘을 비롯하여 전 세계 각지에 화물기 개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개조기지 선정기준은 시장수요 충족 여부이며 또한 항공기 대수, 운영자, 기술, 인력, 화물 물동량 등과 같은 변수를 고려하게 된다. IAI는 대한민국의 항공산업체들과 여러 분야에 걸쳐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본 사업의 경우, 샤프테크닉스케이의 MRO(항공기 정비) 역량 개발에 대한 굳은 의지와 IAI의 전략적 상업관계를 토대로 정부지원하에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신규 역량 및 기술력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합의각서 체결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IAI는 아시아 지역 내 우수한 정비인력과의 협업을 열망하고 있다. 이 같은 파트너십은 대한민국 내에 화물기 개조와 관련하여 고용기회를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IAI는 대한민국 공군, 육군, 해군에 당사의 군용 체계 역량을 공유하길 희망한다.”

- IAI는 대형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IAI는 화물기 개조에 동원되는 기술력과 의지를 통해 매출 성장을 이뤘고, 시장 수요를 충족해 성공적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다. IAI는 미 보잉을 제외하고 모든 항공기 크기에 대해 개조 화물기의 부가형식 증명을 수행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업체이다. 부가형식 증명은 소형기(Narrow Body), 중형기(Mid-sized Body), 중대형기(Wide Body)에 대해 모두 수행할 수 있다. 화물기 개조사업은 IAI 사업영역의 핵심이다. 산업 내 다른 분야에 집중하는 경쟁사와는 현저히 다른 부분이다.”

- 2019년 IAI를 방문했을 때 달 탐사선 발사에 실패한 직후였지만 곧바로 다시 재도전에 착수하는 등 불굴의 도전 정신을 보여줘 인상적이었다. 그 도전 정신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스라엘이 건국됐고 전 세계 유대인들의 고향이 되었다. 신생 국가로서 기반을 굳게 다지고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국가적 인프라, 기간산업, 과학기술 등을 발전시키면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온 국민의 불굴의 정신과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이스라엘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IAI 항공그룹사의 구호는 ‘꿈꾸고 용기 있는 자에 대한 경례(A salute to those who dream and dare)’다. 투지와 확신이 있기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 이번 한국 방문은 어떠했는가. 그리고 정년을 넘긴 나이에도 CEO로 장수하고 있는데. “IAI에서 오랜 기간 근속하면서 다양한 민수사업과 군용사업을 위해 대한민국을 방문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대한민국 내 카운터 파트너를 만나 업무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훌륭한 전문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기존 사업들이 모두 성공적이었고, 대한민국에 큰 기여를 해왔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IAI항공그룹은 ‘꿈꾸고 용기 있는 자에 대한 경례’와 같은 투지를 토대로 계속 혁신할 것이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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