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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2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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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파슈툰족 탈레반의 동력은 종교 보다 복수!

▲ 지난 5월 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부의 한 고등학교에서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테러로 사망한 하자라족 여학생들. 고등학교가 있던 곳은 하자라족 거주지이다. photo 뉴시스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서쪽으로 약 400㎞ 떨어진 다이쿤디(Daykundi)주는 겨울이 되면 도로 통행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척박한 땅이다. 1년 중 3개월은 외부와 이동하는 게 어려울 정도다.
   
   다이쿤디주에 사는 사람들은 하자라족이다. 아프가니스탄은 다민족 국가다. 다수 민족은 파슈툰족으로 전체인구 3700만명 중 약 40%를 차지한다. 25~30% 정도를 차지하는 타지크족이 두 번째로 많다. 하자라족은 10%가 채 안 되는, 아프간 내 소수민족 중 하나다.
   
   하자라족의 외모는 인종적으로 볼 때 이곳에서 이질적이다. 우리와 생김새가 닮았다. 과거 몽골제국이 이곳으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아프간에서는 몽골계 사람들을 통틀어 ‘하자라’라고 부른다. 하자라족은 수니파 집단인 탈레반과 달리 시아파에 속한다. 이들이 거주하는 다이쿤디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평화롭고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도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모여 공부하며 영어도 곧잘 사용한다. 여성들이 농업에 관여하고 운전도 할 수 있다.
   
   

   파슈툰족의 대규모 학살
   
   하자라족 지역은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뒤 공포로 뒤덮였다. 탈레반은 그들에게 포식자 같은 존재다. 외부에서는 탈레반의 진군을 종교적으로 해석한다. 원리주의와 세속주의의 대결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한데 단편적인 시각이란 지적도 있다. 난디니 데오 미국 리하이대 교수는 뉴스위크 기고문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단층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민족적인 문제다. 미국인들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이슬람의 문제로 보고 있지만, 아프간 사람들이 갖는 긴장감의 원천은 다른 인종 집단들 사이의 불신이다”라고 지적한다.
   
   탈레반은 파슈툰족의 조직이다. 파슈툰족과의 연결고리는 탈레반이라는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탈레반은 탈리브(학생)라는 파슈툰족 언어의 복수형이다. 조직 구성원도 파슈툰족이 다수를 차지한다. 파슈툰족은 아프가니스탄 남부에 걸쳐 넓게 퍼져 있다. 탈레반의 발호 역시 이 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영국과 소련 등의 침략, 쿠데타로 등장한 공산정부와의 길고 긴 내전 등을 통해 아프간인들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국민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탈레반이 채택한 건 강력한 파슈툰족 중심의 이슬람주의였다. 파슈툰왈리(Pashtunwali)라고 부르는 파슈툰족의 보수적인 부족 윤리강령이 샤리아(이슬람법)와 결합하면서 더욱 폐쇄적인 체제가 완성됐다. 이런 파슈툰족 입장에서 볼 때 소수민족에 이슬람 분파가 다르고 상대적으로 열린 문화를 갖고 있는 하자라족 같은 존재는 자신들과 상극에 가깝다.
   
   하자라족의 공포는 학살의 기억에서 비롯된다. 1998년 8월 8일 아프간을 휩쓸던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도시 마자르에샤리프를 점령했다. 이곳은 당시 반(反)탈레반 비(非)파슈툰족이 연합해 대항하던 거점도시였다. 탈레반은 도시를 점령한 지 몇 시간 뒤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을 사살했다.
   
   그 뒤 며칠간은 색출 작업이 이루어졌다. 타지크족, 하자라족, 우즈베크족 등의 공동체에서 남성들을 찾아내 잡아갔다. 특히 하자라족은 종교적 정체성 때문에 표적이 됐다. 가택 수색을 하는 동안에도 저항을 막기 위해 수백 명의 하자라족 남자와 소년들이 그 자리에서 약식으로 처형됐다. 다양한 인종 공동체에서 잡혀온 수천 명의 남자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이송됐다. 한 컨테이너에 100~150명씩 갇힌 상태였는데 트럭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안에 갇힌 남자들은 달궈진 컨테이너에서 질식사했다. 그렇게 학살로 생긴 피해자 수만 약 8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2001년 미국에 의해 정권이 붕괴된 뒤 탈레반의 민족우월주의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반군으로 대열을 재정비한 탈레반은 노선을 바꾸었다. ‘외세 축출’ 등 카불 정부의 정통성에 대항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상대적으로 빈곤하고 낙후된 농촌지역의 민심을 얻으며 반정부 운동을 벌였다.
   
   정부에 비슷한 불만을 가진 타종족을 포용하는 노선도 취했다. 이 기간 탈레반은 타지크족과 우즈베크족을 받아들였고 그들에게 역할도 부여했다. 20년 동안 탈레반이 늙지 않고 새로운 피를 수혈할 수 있었던 건 파슈툰족의 지원도 있었지만 이런 타민족의 합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슈툰족과 비파슈툰족의 내전
   
   그런 포용이 탈레반의 정체성을 바꾸었을까. AP통신에 따르면 미군 철수 뒤 탈레반이 카불로 확장해오는 과정에서 하자라족의 마을 여러 곳이 불에 탔고 한밤중에 민간인을 향한 습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하메드 아유브 미시간주립대 명예교수는 탈레반을 움직이는 동력을 파슈툰족에서 찾는다. “부활한 탈레반은 부분적으로만 종교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은 파슈툰족의 위엄, 그리고 복수에서 동기를 부여받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탈레반에 끝까지 대항하는 세력, 혹은 저항을 선언하는 세력들을 보면 ‘민주와 반민주’ 같은 가치 투쟁보다 민족을 기준으로 가른 투쟁에 좀 더 가깝다. 현재 카불 북동부에 위치한 판지시르주에는 탈레반에 저항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을 비롯한 저항군이 모여 있다. 이곳은 아프간 정부군이 최후의 보루로 삼는 곳이다.
   
   이곳은 ‘판지시르의 사자’라고 불리는 아프간 민족의 영웅 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의 고향이기도 하다. 판지시르의 반탈레반 세력 중심에는 그의 아들인 마수드 주니어가 있다. 살레 부통령과 마수드 주니어, 그리고 이를 거점으로 삼은 정부군들의 다수는 판지시르주의 다수를 차지하는 타지크족이다.
   
   또 다른 반탈레반의 축은 아프간 북부에 있다. 전직 아프간 부통령이자 악명 높은 군벌 중 하나인 압둘 라시드 도스툼은 지병 치료를 위해 터키에 있다가 탈레반과 싸우겠다며 귀국을 선언했다. 그가 탈레반과 싸우는 이유는 자신의 거점인 아프간 북부지역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와 그를 따르는 민병대는 아프간 소수민족인 우즈베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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