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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7호]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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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과연 헝다뿐일까? 헝다 사태에 숨은 중국 경제의 그늘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 지난 9월 21일 베이징 헝다그룹 플라자 벽면에 새겨진 헝다그룹 프로젝트 지도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photo 뉴시스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알려졌던 지난 9월 23일 아시아 달러채권의 수익률은 12%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그만큼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는 뜻이다. 올 초만 해도 수익률은 7%에 불과했다. 헝다가 파산위기에 내몰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헝다의 부채는 80%가량이 단기 채권이어서 구조부터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금융파생상품 시장의 붕괴를 초래해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이됐다. 과연 헝다는 밀려드는 채권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끝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이어질지, 결국 파산한다면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쏠린다.
   
   
   리먼과 헝다는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헝다와 리먼은 다르다. 단기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지만, 헝다그룹 위기가 ‘제2의 리먼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우선 규모에 있어 차이가 있다. 헝다그룹의 해외 부채는 전체 부채의 10%를 넘지 않는다. 보유자산의 내용을 보면 질적 차이는 더욱 크다. 리먼은 금융자산을 보유했지만 헝다는 부동산자산을 가지고 있다. 헝다의 자산은 주로 토지와 주택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으며 자산 규모는 2200억달러를 넘는다.
   
   헝다는 자기 자금 수십 배를 빌려 투자하는 헤지펀드도 아니고, 보유한 금융자산의 가치가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투자은행도 아니다. 말 그대로 305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부동산개발회사다.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현금 지원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개발 프로젝트를 끝내서 이를 정상적으로 매각하고 상당한 빚을 상환할 수도 있다. 헝다 사태가 주택가격을 폭락시킬 가능성도 거의 없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정부 통제와 개입이 강하다. 땅값은 최소한 금융상품보다는 투명하고 안정적이다. 특히 중국은 지방정부가 토지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2014년과 2015년처럼 지방정부가 땅을 다시 사들일 수도 있다. 헝다의 디폴트가 세계적인 충격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헝다 사태의 의미는 따로 있다. 중국 시장에서 상업적인 파산은 사실상 국가의 선택이다. 헝다의 위기는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중국 정부 당국이 부동산 업체들의 과도한 차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발생했다. 생각해보면 헝다가 그동안 3000억달러가 넘는 빚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단지 사업성 전망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현재 헝다가 발행한 달러채권은 266억달러 규모다. 주로 블랙록과 아문디, 피델리티 등 국제 자산운용사들이 가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잘못된 믿음
   
   사실 중국 안팎에서는 지난 7월부터 헝다그룹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지난 7월과 8월 이 회사의 채권을 추가로 사들였다. 특히 홍콩상하이은행의 경우 지난 7월 기준 채권 보유 규모가 5개월 사이에 38%나 늘었다. 헝다그룹에 대한 이런 투자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암묵적 지지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맹신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특히 헝다 같은 큰 회사는 정부의 보호를 받을 테니 안심해도 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헝다만이 아니다. 중국의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1630억달러로 전년 대비 4.5% 늘어났다. 전 세계 FDI가 40% 줄어든 것에 비하면 대단한 실적이다. 올해 들어서는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규모는 910억달러로 1년 전보다 33.9% 늘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유치가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을 감추지는 못한다. 국제자본시장협회 집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기업은 약 6조5500억달러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7520억달러가 미국달러 등 외화로 판매됐다. 초저금리 시대에 적지 않은 미국 등의 투자회사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중국 채권을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가가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은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국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시장에서 혼란이 일어난다면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다. 실제 그간 중국에서 디폴트는 일상적이지 않았고 회사채는 주거래 은행이 안고 갔다. 아직도 외화 채권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정부가 보증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언제까지 가능할까. 중국 정부의 의지에 기대는 투자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헝다의 위기가 중국의 경제개발 모델이 바뀌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면 어떨까.
   
   
   최대 13조달러의 중국 그림자금융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국내총생산(GDP)의 30% 내외를 차지해왔다.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었다. 당연히 중국 공산당은 고도성장을 위해 건설 투자를 확대해야만 했다.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부터 둔화를 겪어왔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을 줄이는 과정에서 부동산 대출 문부터 닫았다. 그 결과 2018년 전체 디폴트의 5.8%에 불과했던 부동산 부문이 올 1분기에는 디폴트의 26.9%를 차지했다. 시장의 불안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렵다. 중국은 그동안 건설 부문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한 나머지 현재 약 3000만채의 미분양 아파트가 있다. 게다가 앞으로 중국 인구는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기 직후 100%였던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2020년에 163%가 됐다. 기업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게 급선무인 중국으로서는 시장의 거품을 하루빨리 빼야 한다. 늘어난 유동성을 줄이는 과정에서 헝다는 또 나올 수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편적인 기업의 디폴트 뉴스가 아니다. 사실 헝다의 위기로 다시 조명되고 있는 것은 중국 금융 시스템의 한계다.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자본 배분에 있어 비효율적이고 경제성장 모델 이면에 있는 부채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헝다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최근 사례에 불과하다. 중국 금융시장의 최대 취약점은 투명성 부족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 은행의 자산은 50조달러로 불어났고 기업과 가계의 총신용은 10년 전 GDP의 178%에서 287%까지 급증했다. 늘어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불투명성이나 규칙 적용의 일관성 부족은 여전하다. 부동산은 그 부산물로, 가계는 자금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영은행 대신 부동산에 쏟아부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그림자금융을 이용, 막대한 부채를 끌어다 썼다. 중국의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는 이른바 방 안의 코끼리다. 그림자금융은 정부 통제를 벗어난 비금융권에서 이뤄지는,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중앙은행의 엄격한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자금중개 기관이나 상품을 일컫는다. 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금융중개 기능을 수행하지만, 흔히 사업구조가 복잡하고 레버리지가 높다. 보통 고위험 채권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린다.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가 추정한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적게는 6조달러에서 많게는 13조달러 정도다. 넓은 의미에서의 그림자금융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다. 같은 기간 은행업 총자산의 29%에 달하는 수치다. 그림자금융으로 흘러간 자금은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고 지방정부의 부채를 늘리면서 자칫 문제가 생기면 중국의 전체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
   
   
   헝다의 위기는 예상 범주 내의 일
   
   중국도 그 위험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중국 금융 당국은 2016년 하반기부터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해왔다. 하지만 헝다 사태가 보여주듯이 조정은 쉽지 않다. 중국에서는 이미 과거에도 수차례 그림자금융에 따른 부채 폭증과 시장의 위기가 있었다. 패턴은 항상 같았다. 경기부양을 위해 당국이 돈을 풀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유동성이 그림자금융을 통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키운다. 당황한 정부는 규제의 끈을 조이고 그럼 부도가 늘면서 시장에 위기가 발생해 다시 정부는 직접 개입을 통해 사태를 가라앉힌다. 미봉책만 거듭되는 사이, 위기의 요인은 쌓여간다. 그림자금융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상황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다.
   
   헝다그룹은 앞으로 시간을 다소 늦출 수는 있어도 결국은 파산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동 번영을 내세우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중국 정부가 헝다의 회생을 위한 직접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과도한 부채를 안고 방만한 경영을 하는 기업들에 경고한다는 차원에서도 시범 사례가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헝다의 파산에 대비하라는 지침을 이미 내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대신 행정적 지원 등을 통해 흔히 말하는 ‘질서 있는 디폴트(orderly default)’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헝다그룹이 안고 있는 빚은 중국 은행권 대출의 0.3%에 불과하다. 파산을 시켜도 당장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처리가 마무리되면 헝다는 결국 국유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손실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
   
   물론 중국 내 부동산 시장에 제한적인 충격은 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인 만큼 전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한 기업의 질서 있는 디폴트로 발생하는 충격을 버텨낼 여력은 된다.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이나 단기 자금 시장에서 이상조짐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헝다 위기의 의미다. 헝다의 위기는 예상 밖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이 바뀌고 있다면 위기는 헝다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한 해 293억달러로 역대 최고였던 중국 기업채권의 디폴트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250억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중국 기업채권 디폴트 중의 41%는 국영기업이었다. 중국 당국이 용인하지 않은 국영기업 디폴트는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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