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 필리핀 해역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 로널드레이건호가 이끄는 다국적 합동공격 훈련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이 훈련에는 일본 자위대와 영국 해군 등도 참가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3일 필리핀 해역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 로널드레이건호가 이끄는 다국적 합동공격 훈련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이 훈련에는 일본 자위대와 영국 해군 등도 참가했다. ⓒphoto 뉴시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 12월 16일 ‘워싱턴은 중국과 잘못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Washington is preparing for the wrong war with China)’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대만해협 갈등으로 촉발되는 미·중(美中) 전쟁의 가능성과 전개 양상을 분석·예측한 글이다. ‘갈등은 길고 지저분할 것(long and messy)’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필자는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문제연구소(SAIS) ‘키신저 석좌교수’이자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인 할 브랜스(Hal Brands)이고, 또 한 사람은 터프츠대학 정치학과 부교수인 마이클 베클리(Michael Beckley)이다. 베클리는 ‘무적(無敵): 미국은 왜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 남는가?(Unrivaled: Why America Will Remain the World’s Sole Superpower)’란 책을 냈고, 브랜스는 ‘불확실한 투쟁: 냉전이 오늘날 강대국 경쟁에 대해 가르쳐주는 것(The Twilight Struggle: What the Cold War Teaches Us About Great-Power Rivalry Today)’이란 저서를 새해 1월 출판할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미·중 전략 경쟁에 일가견을 가진 국제정치학자란 점에서 이들의 기고문은 자세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포린어페어스’의 무서운 경고

두 학자가 예측한 미·중 전쟁 시나리오는, 양국 지도부가 바라는 양상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은 중국을 주적(主敵)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만을 방어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을 개발해왔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의 민주체제가 정복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워싱턴이 준비하는 전쟁은 ‘잘못된 전쟁’이 될 수 있다고 저자들은 경고한다.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침공을 좌절시키기만 하면 ‘단기간에’ 전쟁에서 이길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도부 역시 전광석화 같은 공격으로 대만의 저항을 무너뜨리고 대만을 점령한 뒤 그것을 미국에 ‘기정사실(fait accompli)화’하는 것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모두 서태평양에서 인상적이지만 소규모인 전쟁을 선호하지만, 장차 전개될 전쟁은 결코 그런 종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두 학자의 진단이다. 대만을 놓고 벌어지는 전쟁은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며, 국지전(local)이 아니라 지역전(regional)이며, 시작은 쉽지만 끝내기는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분석했다. 또 그 전쟁은 양쪽 모두 잃을 수 없는 분쟁에서 승리의 길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확장되고(expand) 격화될(escalate)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서 저자들은 미국이 이 갈등을 끝내는 준비를 지금 시작하지 않는다면, 총격이 시작되는 순간 대재앙(catastrophe)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중 전쟁은 장기간의 난투극 될 것”

미·중 전쟁은 “꽝” 하는 소리로 시작할 것이라고 두 학자는 예측한다. 중국의 군사 교리는 적을 일격에 무력화하는 합동작전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베이징은 대만의 방어시설뿐만 아니라 서태평양의 대규모 미 해군과 공군기지에 기습적인 미사일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사이버공격과 위성파괴 작전으로 미국과 대만에 혼란을 야기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방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상륙작전과 공습을 통해 대만의 저항을 압도함으로써 ‘기회의 창’을 통과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이 싸울 준비가 되었을 때쯤이면, 전쟁은 사실상 끝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미국은 당연히 이러한 시나리오를 예방하기 위한 준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군을 증강하고 주둔지를 분산하는 것이 첫째다. 다음으로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공격부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비대칭 능력을 배치하고, 중국의 상륙함정을 침몰시키는 능력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 계획은 며칠은 아니더라도 초기 몇 주의 전투가 자유 대만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20세기에 벌어진 나폴레옹전쟁, 크림전쟁, 1·2차 세계대전이 그랬듯이, 미·중 전쟁도 장기간에 걸친 난투극이 될 것이라고 두 학자는 예측한다. 미국은 전쟁이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더라도 계속 싸울 것이다. 왜냐하면 대만을 둘러싼 전쟁을 지역 패권을 위한 싸움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전쟁이 미군 기지에 대한 중국의 ‘진주만식(式) 미사일 공격(Pearl Harbor-style missile attack)’으로 시작된다면, 분노한 미국 국민과 지도자들은 패배를 받아들이기 더욱 어렵게 된다. 설사 미군이 중국군의 대만 점령을 저지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쉽게 굴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전쟁 초기 미국에 의해 대만 점령에 실패하더라도 중국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생존을 건 도박(existential gamble)’이기 때문이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곧 공산당 통치체제의 정당성과 시진핑 주석의 권력을 위험에 빠뜨린다. 이는 중국의 지역 패권의 꿈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시진핑이 제시한 국가 목표인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도 좌절시킬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전쟁을 계속하는 것도 끔찍한 전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배한 상태에서 전쟁을 그만두는 것은 더욱 견딜 수 없다.

게다가 두 강대국은 전쟁을 지속할 능력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다른 전역(戰域)에서 선박과 항공기와 잠수함을 동원하여, 일본에서 대만을 거쳐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島鏈·island chain) 너머에서 중국군에 지속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중국 역시 살아남은 공군, 해군, 미사일 부대를 동원해 대만에 대한 2차, 3차 공격을 가하고 해안경비대와 민간 어선까지 전쟁에 투입할 수 있다. 그리하여 미·중 모두 초기 충돌에서 피투성이가 되겠지만, 지치지 않고 ‘길고 추한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더 큰 전쟁은 더 큰 목표를 요구한다”

강대국 간 전쟁이 계속되면 그 양상은 더 커지고, 더 복잡해지고, 더욱 다루기 힘들어진다. 교전국들은 새로운 전선을 만들고 동맹국을 전투에 투입한다. 그들은 공격목표의 범위를 확장하게 되며, 민간인 희생에 대해서도 덜 걱정하게 된다. 때로는 도시를 폭격하거나 민간 선박을 어뢰로 공격하는 등 노골적으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기도 한다. 교전국들은 또 해상봉쇄, 제재, 금수조치를 통해 적을 굶주리게 하여 굴복시키고자 한다.

필자들은 ‘더 큰 전쟁은 더 큰 목표를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이기는 데 필요한 희생이 커질수록, 그러한 희생을 정당화할 더 나은 궁극적 평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 방어를 위해 전쟁을 시작했지만, 중국의 공격적 군사력을 완전히 파괴하여 다시는 새로운 침략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목표로 수정할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의 전쟁 목표는 대만 정복에서 미국을 서태평양 밖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확대할 수 있다.

두 학자는 이 과정에서 미·중이 전술핵무기 사용의 유혹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양대 강국이 ‘아마겟돈’을 피하려면 ‘승리의 정의(定意)’를 ‘현상유지’로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대만은 공식적인 독립을 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승인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중국은 대만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해결 방법이란 것이다. 이는 사실상 차이잉원 정권을 제외한 역대 대만 정부가 추구해왔던 노선이기도 하다. 즉 대만의 현 정부가 독립보다 ‘현상유지’ 노선만 채택해도 전쟁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는 얘기다. 아울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더라도 대만 통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관련 당사국의 막대한 피해만 야기하고 전쟁 전 상태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의 대만 전쟁 6단계 시나리오

‘포린어페어스’의 분석은 지난 11월 로이터통신이 발표한 ‘대만 전쟁 6단계 시나리오(T-Day: The Battle for Taiwan)’와 겹쳐보면 흥미롭다. 이 시나리오는 중국의 군용기가 940여차례나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해 전쟁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에 나왔다. 로이터는 대만·미국·일본·호주의 군사전략가 12명과 전·현직 장교 15명을 인터뷰하고 연구보고서를 종합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이 탐사보도문을 냈다. 여러 군사전문가의 견해를 종합해 전쟁 전개 양상을 지도 위에 역동적 그림으로 제시한 점도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1단계는 중국의 마쭈섬(馬祖島·마조도) 봉쇄이다. 마쭈섬은 대만 주민 1만3500명이 사는 열도로, 대만에서 170㎞ 떨어진 반면 중국 푸젠(福建)성 해안에서는 9㎞ 거리에 있다. 대륙에 붙어 있어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점령할 수 있는 위치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대만 정부가 청년 세대의 여론에 힘입어 독립노선을 강화할 경우 시진핑과 중국 군사 지도자들은 1단계로 군사력을 동원해 마쭈섬으로 가는 모든 선박과 항공편을 차단, 대만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2단계는 중국의 진먼섬(金門島·금문도) 침공이다. 진먼섬 역시 중국 푸젠성 샤먼(廈門)에 인접한 섬으로 거주민은 14만명이다. 이 섬은 과거 양안(兩岸) 간 포격전의 무대가 되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중국 베이징대 린이푸(林毅夫) 중국경제연구센터장은 대만에서 태어나 군 장교로 근무하다 진먼섬에서 헤엄쳐 중국으로 망명했다. 이 섬과 중국 땅은 그만큼 가깝다. 2000년대 초반 필자 역시 진먼섬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바다 건너 샤먼의 산과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로이터는 중국의 마쭈섬 봉쇄에도 불구하고 대만이 중국과의 통일 협상을 거부할 경우 중국군은 기습적으로 대포와 미사일을 퍼부어 진먼섬을 점령할 것으로 예측했다.

3단계는 중국의 대만 본섬에 대한 비행기·선박 출입과 수출입 통제이다. 이 단계에서 대만은 여전히 통일 협상을 거부하고 미국의 F-16 전투기와 장거리 대함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도입한다. 또 일본은 동중국해 부근 다도해에 육상·해상자위대를 파견해 대규모 상륙 훈련을 벌인다. 이에 중국은 새로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설정해 대만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기를 통제하고 선박의 출입도 제한하여 최소한의 식량과 에너지만 통과시킨다. 대만은 생필품 부족, 특히 에너지난에 시달린다.

대만 전쟁이 동아시아 국제전으로 확산

4단계는 중국의 대만 전면 봉쇄이다. 통일 회담을 거부하는 대만을 향해 중국은 모든 선박의 출입을 봉쇄, 중동에서 들어오는 유조선마저 중국 항구로 돌린다. 중국이 설정한 ADIZ를 침범하는 항공기의 승객이나 화물은 인민해방군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해상의 대만 군함은 항복을 강요받고, 항복을 거부하는 전함은 중국의 공격으로 침몰한다. 미국과 일본, 호주는 괌 등에서 폭격기를 출동시켜 중국 봉쇄망 격파를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이에 중국은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다.

5단계는 중국 공군과 미사일 부대의 대만 공격이다. 중국은 사전경고 없이 대만의 핵심 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한다. 공항, 항구, 레이더시설, 통신시설, 군 지휘부, 미사일기지, 해군기지와 군함, 통신 네트워크, 발전소와 전력 배송시설, 정부 건물, 라디오와 TV 방송국 등이 공격 목표이다. 대만은 지하사령부에서 정규군을 지휘, 전면 침공에 대비한다. 대만 전투기는 산악지대의 격납고에서 발진하여 중국 공군기에 반격을 가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공 방어시스템은 은폐된 기지로부터 미사일을 발사,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군기를 공격한다. 이 단계에서 미국과 동맹들은 대만 방어를 위한 군사력 배치를 시작할 것으로 로이터는 예측했다.

6단계는 중국의 전면 공격이다. 시진핑과 군 지휘부는 미국의 아시아 군사력 증강과 대만의 방어력 강화로 인해 ‘기회의 창’이 좁아지고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이 바닥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중국은 미국과 동맹들이 대응하기 전에 상륙작전과 공중낙하를 결합한 대대적 공격을 감행해 대만을 제압하려 한다. 중국은 대만의 군사시설에 대규모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 동시에 일본과 괌의 미군기지에도 미사일 공격을 단행해 미군의 지원을 차단한다. 이어 중국은 공중침투 특수부대를 보내 대만의 정치·군사 지도자 체포에 나선다. 대만은 지하 군사기지에서 반격을 가하고 미국과 일본, 호주는 중국 인민해방군에 공격을 가한다. 미국과 일본의 잠수함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병력 수송선과 전함을 공격한다. 미국의 스텔스기는 인민해방군 수송선과 항공모함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다. 수 시간 내에 전쟁은 동아시아 전체에서 격렬해진다.

시진핑은 2022년 대만 공격할까?

이상 두 개의 전쟁 시나리오를 종합해보면, 중국의 대만 침공은 생각만큼 ‘속전속결’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대만 전쟁이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의 분쟁이 아니라 동아시아 강대국이 모두 개입하는 국제전으로 비화할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지도자들의 움직임도 이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나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발언이다. 아베는 지난 12월 1일 대만의 한 연구기관이 마련한 화상회의에 참석,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은 지리적·공간적으로 반드시 일본 국토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일으키게 된다. 시진핑 주석은 결코 오인해서는 안 된다. 군사적 모험은 경제적 자살로 가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현직 총리 대신 전직 총리가 나서 발언함으로써, 일본은 중국과의 외교적 분쟁은 피하면서 상대편에 정확히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앞의 시나리오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대만 전쟁이 터지면 일본은 미국과 함께 개입할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호주까지 가세하면 국제전이 된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와 관련 지난 12월 15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화상회담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위협이 가중되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두 지도자는 양국의 포괄적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의 압박에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두 지도자가 우크라이나 문제와 대만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대만과 우크라이나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의 군사력이 막강하다 해도, 3개의 전선은커녕 2개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하기도 어렵다. 미군의 전력이 대만과 우크라이나로 분산되면, 핵을 가진 북한의 김정은이 한반도의 질서를 뒤흔들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집단안보체제를 강화해왔다. 지난 9월 미국이 영국·호주와 함께 3국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서둘러 발족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2022년 새해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것인가. 필자의 견해는 ‘가능성이 낮다’는 쪽이다. 중국은 새해에도 여전히 무력 시위로 대만해협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다. 그것을 통해 중국은 자체 군사력을 강화하고, 대만 내부의 여론을 분열시키며, 미국의 대응능력을 지속적으로 시험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군사력이 여전히 열세이고 장기전과 국제전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군사적 모험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대만 전쟁의 (부분적) 패배는 공산당 정권과 시진핑의 권력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40년간 중국이 이룩한 발전의 성과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2022년 말 3연임을 앞둔 시진핑은 칼집의 ‘칼’을 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不戰而屈人之兵)’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필자는 전망한다.

지해범 전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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