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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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 백화점에 이런 게 있네?”

“와 대박이다. 이 가격 맞아?”

세컨드핸드(Second Hand·중고품) 기업 ‘마켓인유’의 백화점 팝업스토어에 쏟아진 반응이다. 백화점 고객도 중고 의류에 놀랐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김성경(40) 마켓인유 대표도 놀랐다고 한다. “목표 매출의 2배가 넘었다. 현대백화점 측도 놀랄 정도였다.”

마켓인유는 미국에서 중고 의류를 직수입해 선별작업과 세탁을 거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중고 의류 시장에서 마켓인유처럼 수입과 판매를 동시에 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제3국의 자원 시장을 거쳐 들어온 옷을 취급한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마켓인유 성수’에는 미국 파트너사가 보낸 중고 의류가 컨테이너째 들어온다. 한 번 컨테이너가 들어올 때마다 5만여벌의 옷이 도착한다. 팝업스토어 옆에 탑처럼 쌓아놓은 옷 꾸러미가 미국에서 들어올 때의 상태이다. 김 대표는 이를 ‘자원’ ‘원료’라고 부른다.

김 대표는 “자원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매장 옆에 전시했다. 제3국을 거쳐 들어오는 경우 폐기율이 30~40%인데 우리는 미국에서 1차 분류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폐기율이 3% 미만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옷의 적정가격 책정이 관건이라고 했다. 컨테이너가 도착해 옷을 쏟아낼 때마다 전 직원이 매달려 품목, 브랜드, 상태, 오염 정도에 따라 가격을 매긴다. 성수동 매장 지하 660여㎡(200여평)의 공간에는 대기 중인 옷이 10만여벌이다. 김 대표는 “중고 시장이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는 시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고 의류라는 걸 알면 그냥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일부러 찾아온다”고 말했다. 매출 그래프도 죽죽 올라가는 중이다.

김 대표는 남들보다 일찍 중고의 가치에 눈을 떴다. 좌판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시장을 키웠다. 앞서 걷다 보니 바람도 거셌다. 끈기 있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맷집이었다. 그의 이력은 간단치 않다. 폭주족 청소년기를 거쳐 고3 때 바짝 공부에 매달려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했다. 한 지상파에서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바람에 유명세를 타면서 연예인이 될 뻔도 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그의 관심을 끈 것은 도시마다 있는 벼룩시장이었다. 그 문화를 만들고 싶어서 서울대 캠퍼스 한쪽에 좌판을 깔고 집에 있는 물건을 들고나와 팔았다. 셀러들을 끌어들이고 장이 커지면서 교내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학교 측으로부터 상설 공간을 이끌어냈다. 서울대 중고 장터 ‘스누마켓’의 역사다. 3년여의 스누마켓 운영이 마켓인유로 이어졌다.

‘중고는 남이 입다 버린 것’에서 ‘자원의 재순환’ ‘가치소비’으로 인식이 바뀌기까지 플리마켓을 전전하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매장을 확대한 시점에 코로나19가 터져 위기에 몰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우리나라 ‘세컨드핸드’ 시장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시장에 확신이 있었다. 반드시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고 “그래도 이렇게 길고 힘들 줄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중고’라는 용어보다 ‘세컨드핸드’를 앞세운다. ‘두 번째 주인’ ‘두 번째 가치’의 발견으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마켓인유의 슬로건은 ‘better than new!(새것보다 더 나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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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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