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포르투 가이아 지구 세하두필라르 수도원에서 바라본 도오루 강변의 동루이스 다리와 히베리아지구.
포르투갈 포르투 가이아 지구 세하두필라르 수도원에서 바라본 도오루 강변의 동루이스 다리와 히베리아지구.

늦은 밤, 낯선 도시의 거리는 고요했습니다. 돌바닥을 구르는 내 캐리어 바퀴의 요란한 진동을 고스란히 느끼며 어둠의 중세도시로 찾아들었던 기억이 아득합니다. 그 캐리어를 끌고 카메라 가방을 메고 곧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겠지요. 사람들이 자주 묻습니다. 격리의 시대가 끝나면 가장 먼저 어디를 가고 싶냐고.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다. 포르투갈 북부에 있는 포르투(Porto)입니다. 사실 그곳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을 간 김에 들러보자는 ‘덤’ 같은 도시였습니다. 리스본에서 고속버스로 3시간30분 거리였습니다.

2000년 역사를 간직한 포르투는 1996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도우로(Douro)강을 바라보는 이곳은 ‘해리포터’가 탄생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작가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의 영감을 얻었다는 렐루서점은 팬데믹 이전에는 관광객들로 가득 찼고, 파란 타일을 이어 그림을 그린 아줄레주 건축이 골목 어디에서나 감탄을 자아내는 도시입니다.

아줄레주 건축이 아름다운 포르투의 시내를 트램이 지나고 있다.
아줄레주 건축이 아름다운 포르투의 시내를 트램이 지나고 있다.

이곳에서 3일을 머무르는 동안 ‘동다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루이스1세 다리에 매일 나갔습니다. 파리 에펠탑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Teophile Seyrig)가 설계해 1886년에 완공했습니다. 172m 높이의 아치형 다리 위에서는 푸른 도우로강과 오렌지색 지붕의 도시가 한눈에 보입니다. 첫째 날 도시가 더 아름다워지는 매직아워(Magic Hour), 일몰에 맞춰 삼각대와 카메라를 세팅하고 야경까지 한 시간가량을 찍었습니다. 카메라만 들여다보다 문득 뷰파인더를 벗어나니 바로 옆에 한 초로의 여행자가 난간에 기대서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일몰에 물들어가던 나이 지긋한 여행자의 표정은 풍경만큼이나 오래 각인돼 있습니다.

사진가인 나는 가끔 카메라를 두고 여행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나오는 사진가 션 오코넬(숀 펜 분)처럼 중요한 순간은 가슴으로 찍기 위해. 그러나 꼭 후회를 동반합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최고의 순간을 남기고 싶은 욕심 때문에. 같은 장소였는데 3일 동안 본 루이스1세 다리의 풍경은 매일이 달랐습니다. 이베리아반도 항구도시의 햇살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반사시켰습니다. 시간, 날씨, 바람 그리고 그때그때 머물던 사람들도 매번 다른 느낌으로 보였습니다. 매일 아침 도우로강가를 거닐고, 오렌지색 지붕이 다정한 골목길을 느리게 걸으며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날을 상상하면, 지쳐가는 일상을 좀 더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여행, 다시 포르투!

유운상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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