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 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국민 담화 발표를 하며 사과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 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국민 담화 발표를 하며 사과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역사는 문재인 정부 5년을 어떻게 기록하고, 후대의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기보다 이른바 ‘문파 팬덤’과 운동권 세력의 수장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또 문 정부는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무능했던 정부로 기억되지 않을까.

촛불을 들었던 온 국민의 열망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에 걸었던 기대는 컸다. 한때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고 90%까지 다가가기도 했다.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에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2020년의 총선에서도 대승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시절이 신기루로 보일 정도로 문 정부의 끝은 초라하다. 역대 모든 행정부가 그 정부를 기억할 만한 크고 작은 업적을 남겼지만, 문 정부를 떠올리게 할 업적은 찾을 수 없다. 중요한 개혁과제는 철저히 방치했고, 문 정부가 고수해 온 정치적 신념으로 시장은 교란됐다. 결국 국민들은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던 검찰총장을 문 정부의 심판자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이유를 꼽자면 다음의 2가지다. 과도한 정치적 편향성, 그리고 무능. 우선 정치적 편향성부터 따져보자. 문 정부는 정책적 합리성보다 정치적 신념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노동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비주류 극좌 경제 이념을 내세우거나, 대통령이 ‘판도라’라는 영화 한 편을 보고 감동을 받아 에너지정책을 틀어버린 일도 있었다. 터져나오는 부작용을 무시하고 억누르면서, 신념에 기반한 실험을 계속했다. 외교나 안보에서는 반서방 독재국가인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대상으로 굴종적 태도를 일관되게 보였다. 문 정부의 중요한 고위인사들도 이러한 국정운영 기조에 맞추어 당파성과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두 번째, 무능이다. 이론과 증거를 기반으로 국정운영을 하기보다 자신들의 신념으로 나라를 운영했기에 문 정부의 무능은 필연적이었다. 전문성보다 당파성에 따라 정해진 인사에서 좋은 정책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문 정부 5년의 결과를 보자면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면서 1년 미만의 단기 정부 고용 일자리만 늘었다. 원자력발전을 무조건 배제하려는 에너지정책은 우리 원자력발전 기술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면서 한국전력공사의 심각한 재정적자를 유발했다. 이는 곧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K방역이라 자화자찬하던 문 정부의 방역은 세계 최다의 확진자수를 보이며 자영업자들의 극심한 경영난을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문 정부와 판박이인 것이 있으니 바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중앙선관위 역시 정치적 편향성이 짙고 무능하다는 면에서 문 정부의 완벽한 축소판이다.

우선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을 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대통령 임명이 3명, 대법원장 임명이 3명, 국회 임명이 3명이다. 그런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즉 대통령의 몫과 대법원장의 몫을 합친 6명은 직간접적으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처럼 중앙선관위는 구조적으로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기 어렵다. 그런데다가 더불어민주당은 한술 더 떠서 국회 몫으로 배정된 3인 중 국민의힘이 추천한 1인의 임명마저도 거부했다. 결국 중앙선관위 위원은 한참 동안 국민의힘 추천인사가 배제된 8인 체제로 운영되었다. 그간 선거 현수막 문구에 관해 야당에 불리한 조치를 하거나 공직선거법을 노골적으로 여당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등, 중앙선관위가 보여왔던 정치적 편향성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중앙선관위의 수장인 노정희 위원장부터 친여성향의 판사로 정평이 나 있었다. 노 위원장은 친여성향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대법관 시절 이재명 선거법위반 무죄판결을 주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본인이 대법원 주심으로 맡은 재판에서 법조문도 제대로 읽지 않고 판결했다가 하급심에서 뒤집어지는 망신을 샀던 경험도 있다. 그런 사람을 무리하게 중앙선관위의 총책임자로 두었으니 그간 중앙선관위가 보여준 정치적 편향성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중앙선관위원 9명 중 가장 실권이 있는 상임위원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조해주를 앉혔다. 중앙선관위의 상임위원은 임기가 6년이지만 상임위원 임기 3년이 끝나면 잔여임기를 모두 채우지 않고서 퇴임하는 관행을 지켜왔는데, 조해주는 이를 깼다. 다시 중앙선관위의 비상임위원이 되려는 꼼수로 무리하게 임기를 연장하려다가 선관위 공무원 2700명의 항의로 결국 물러났다.

이렇듯 실력이나 사명감보다, 당파성을 기준으로 선별된 인사들이 주를 이룬 문 정부의 중앙선관위가 유능할 리 없다. 이제 중앙선관위가 얼마나 무능했는지를 들여다보자. 이번 20대 대선 사전투표 현장에서 중앙선관위의 무능은 충격과 공포를 일으키는 수준이었다. 한 사람에게 투표용지가 2장 발부되는가 하면, 확진자들의 투표용지를 소쿠리나 쇼핑백에 담아 운반하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1번이나 2번 기표가 이미 된 투표용지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본 투표장에서도 황당한 일이 일어나긴 마찬가지였다.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던 사람이 투표를 하러 본 투표장에 갔더니 이미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처리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사전투표의 부실관리로 대한민국이 혼란 속에 빠져있을 때에도 노정희 위원장은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중앙선관위의 무능에 구조적인 문제는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중앙, 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의 4단계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읍면동 차원에서는 선관위의 자체 조직이 없다. 따라서 그때그때 동사무소 직원들을 필요에 따라 동원하거나, 단기 및 장기 계약직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선거 실무를 보는 인원 자체가 대단히 적고, 그 인원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거관리 업무가 자신의 고유한 전담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관리의 전문성과 책임성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행정편의적 행태들이 이러한 원인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번에 중앙선관위가 보여준 무능은 그 자체의 구조적 결함을 핑계로 댈 수 없다. 이미 2020년 총선에서도 사전투표 부실관리 문제점이 꾸준하게 지적됐다. 선관위의 부실관리는 부정선거의 의혹까지 불러일으키면서 수많은 국민에게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는 2년 동안 이 문제를 철저하게 방치했다.

또한 이미 선거 몇 달 전부터 오미크론 확산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그에 대해 야당도 꾸준하게 지적해왔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확실한 선거관리를 호언장담하며 안일한 태도와 행정편의적 행태들을 줄곧 보여왔다. 당파성이 아니라 책임감이나 실력으로 중앙선관위원들을 선정했다면 국민이 이 정도의 참사는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 정부의 중앙선관위는 무능 그 자체다. 시종일관 정치적으로 편향됐고 무능했던 문 정부는, 정치적으로 편향됐고 무능한 중앙선관위의 손에 의해 그 끝을 맞이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봉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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