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신현종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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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물리학과 박종철 교수는 암흑물질 이론 연구자다. 그는 2019년 4월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포스코 청암재단이 주최한 ‘청암 펠로 학술교류회’에 참석했다. 지난 2월 10일 충남대에서 만난 박종철 교수는 “청암 펠로 학술교류회의 물리학 분과 모임은 좋은 연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라서 매해 갔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곳에서 포항공대 응집물질 물리학자 이길호 교수 발표를 들었다. 이 교수는 그래핀이라는 물질과, ‘조셉슨 접합’ 원리를 갖고 아주 예민한 센서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개 층으로 된 물질이고, 조셉슨 접합은 ‘조셉슨 효과’를 이용한 장치다. 초전도체 두 개가 얇은 절연체를 사이에 두고 결합되었을 때에도(조셉슨 접합) 초전류가 흐르는 걸 조셉슨 효과라 한다. 초전류는 전류인데 저항이 없이 흐르는 전류다. 보통 아주 낮은 온도에서 초전류가 흐르는 초전도 현상은 초전도체에서 나타난다. 조셉슨 효과에서는 초전도체 사이에 절연체를 쓰지만, 이길호 교수는 절연체 대신 그래핀을 사용했다.

포항공대 이길호 교수와의 협업

이길호 교수가 만든 장치가 센서가 되는 원리는 이렇다. 초전류가 흐르는데, 외부에서 아주 작은 에너지가 들어와서 그래핀 온도가 상승하면 초전류가 더 이상 흐르지 못한다. 예컨대 일정한 에너지의 전자기파가 들어오면 초전류가 끊긴다. 그러니 이 장치는 외부에서 에너지가 들어왔는지를 감지할 수 있다.

이길호 교수 발표 내용은 다음해인 2020년 최상위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빛 알갱이, 즉 광자 하나를 검출하고 그 에너지 크기를 읽어내는 게 이길호 교수의 궁극적인 목표다. 고체물리학자가 초저(超低) 에너지 측정을 위해 개발한 센서를 접하고 나서 박종철 교수는 ‘그게 암흑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가 될 수 있겠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몇 달 후 포항으로 찾아갔고, 두 사람은 암흑물질 검출기를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초저 에너지 센서가 일부 시중에 나와 있다. TES(Transition-Edge Sensor)와 MKID(microwave kinetic inductance detector)가 그런 제품이다. TES는 1eV(전자볼트) 크기의 에너지를 볼 수 있고, MKID는 그보다 10분의1 이상 작은 에너지(10meV(밀리전자볼트)~0.1eV)를 본다. 박종철 교수가 이길호 교수와 만들고 있는 극초민감도 센서는 그보다 더 작은 에너지를 검출할 수 있다. 0.1meV~1eV를 커버한다.

물리학자들은 미지 물질인 암흑물질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5배나 양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암흑물질을 찾기 위한 물리학계 노력의 현주소가 어디이기에, 박종철 교수는 1eV 이하의 영역을 볼 수 있는 암흑물질 검출기를 만든다는 것일까? 일반물질을 구성하는 입자 중에는 양성자, 전자가 있다. 양성자 질량은 약 938MeV(메가전자볼트)이고 전자 질량은 0.5MeV이다. 그러니 전자보다 50만분의1 가벼운 질량을 보겠다는 거다. 0.1meV~1eV를 커버하는 박 교수의 센서가 얼마나 민감한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박 교수가 만드는 센서 이야기를 더 하기에 앞서 암흑물질을 찾는 입자물리학 연구의 큰 그림을 잠시 구경하도록 하자.

0.1meV~1eV 커버하는 극초민감도 센서

박종철 교수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윔프(WIMP)라는 가상의 암흑물질 후보 입자를 연구했다. 지도교수는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이론 입자물리학자였던 김진의 교수. 윔프는 한국 출신 이휘소 박사(1977년 사망)와 미국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1979년 노벨상 수상) 논문을 바탕으로, 우주를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제안된 입자다. 박 교수는 김진의 교수 밑에서 200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윔프는 어쩌다 보니 암흑물질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입자로 주목받았다. 그런 물리적 특징을 가진 입자가 우주에 있다면 암흑물질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전체 양을 잘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게 물리학자들의 생각이었다. 실험 물리학자들은 크고 작은 실험을 통해 윔프를 찾는 실험에 나섰다. 그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1990년대다.

윔프 수색 작업은 세 방면으로 진행됐다. 직접 검출, 간접 검출, 그리고 직접 만드는 것이다. 직접 검출은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단장 김영덕)의 COSINE 실험(공동대표 이현수)이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럽의 DAMA 실험, 유럽의 XENON 실험, 미국의 CDMS 실험이 유명하다. 윔프와 질량이 비슷한 크기의 원자핵을 가진 물질을 많이 갖다놓고 암흑물질 윔프가 우주를 날아다니다가 이 원자핵을 때리는지를 알아보는 게 장치의 원리다.

간접 검출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cosmic ray)을 연구한다. 박 교수 설명을 들어본다. “암흑물질이 우주에 많으니까 날아다니다가 자기들끼리 충돌한다. 충돌해서 쌍소멸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의 입자로 바뀔 수도 있다. 우주선이 붕괴해서 만들어지는 입자들을 보는데, 표준모형 입자가 일부 생각보다 많이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암흑물질이 자기들끼리 쌍소멸했고, 그 결과로 표준모형 입자가 더 많이 나온 것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다. 그게 간접 탐색인 우주선 방식이다.”

간접 검출 실험은 지구 궤도, 남극, 지하 1000m, 사막 등에서 하고 있다. 우주 실험에는 Fermi-LAT(미국의 우주망원경 실험·2008년 발사), AMS-02(국제우주정거장에서 하는 미국 실험·2011년 이후)가 있다. 남극에서 하는 실험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그룹이 주도하는 아이스큐브(2010년 구축)가 대표적이다. 일본 도쿄대학교 그룹은 지하 깊숙한 폐광에서 슈퍼가미오칸데 실험을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나미비아사막에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그룹 등이 2002년부터 HESS라는 실험을 하고 있다. 세 가지 암흑물질 검출 방식 중 마지막인 직접 생성은 입자가속기를 갖고 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충돌기(LHC)에서 입자빔 충돌을 만들고 거기에서 암흑물질이 나오는지를 본다.

암흑물질 수색 작업의 역사

박종철 교수는 세 가지 범주를 다 연구한다. 그는 “모든 걸 열어놓고 연구한다. 우주선 관측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 우주선 실험이 매우 다양하다. 중성미자, 감마선 입자 등 우주선 종류가 다양하니까, 그걸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실험 정치로 다양하게 연구한다. 실험 결과가 나온 논문을 계속 공부하는 거다. 그래야 그걸 바탕으로 이론 논문을 쓸 수 있다. 입자가속기와 관련된 것도 ‘입자가속기를 갖고 암흑물질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만들면 그 신호는 어떻게 볼까’를 생각해 왔다”라고 말한다.

10여년 전부터 박종철 교수는 윔프가 암흑물질 후보가 아닌 경우를 연구하고 있다. 세 방식의 윔프 검출 실험 어디에서도 윔프를 검출했다는 소식이 아직 들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윔프가 현재 우주에 있는 암흑물질이 아니라면, 암흑물질이 초기 우주에서 만들어진 다른 메커니즘을 생각해야 한다.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고등과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는데, 2011년에 쓴 이론 논문(Assisted Freeze-out 모델)이 윔프를 대체하는 ‘새로운 생성 메커니즘’ 중 하나다.

윔프는 질량이 양성자보다 더 큰 영역이나, 앞으로는 그보다 가벼운 질량 영역을 봐야 한다. 반응성은 윔프와 비슷하지만, 질량이 작은 영역을 수색하는 거다. 박 교수는 “반응성 크기가 더 작거나 질량이 더 작은 쪽을 앞으로 찾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질량은 윔프 크기이나, 반응성이 작은 특징을 갖고 있다면 실험을 더 키워야 한다. 예컨대 기초과학연구원의 COSINE 실험은 COSINE-100이라는 이름의 윔프 검출 실험이다. 여기에서 100은 아이오딘화나트륨, 즉 Nal(Tl) 결정의 크기를 가리킨다. COSINE 실험은 결정 크기를 2배 키워 COSINE-200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그란사소 국립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XENON 실험의 경우도 2006년 제논 액체 15㎏으로 시작했으나, 165㎏(2008년)으로 키웠고, 2016년부터는 제논 3t 이상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받았다. 현재는 8t 이상의 제논을 활용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윔프가 와서 제논 핵에 충돌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윔프보다 암흑물질 질량이 가벼우면 현재의 핵자 충돌 방식으로는 보기 힘들다. 핵자 충돌 방식으로 잘 볼 수 있는 질량 범위는 1GeV 이상이다. 질량이 작다면 새로운 방식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게 전자 충돌 방식이다. 전자는 원자핵과 함께 원자를 이룬다. 원자핵보다 전자는 훨씬 가볍다. 상대적으로 작은 에너지를 외부에서 가해도 전자를 원자에서 뜯어낼 수 있다. 이 반응을 확인해서 미리 계산한 수치와 같은 결과가 나오면, 물리학자는 기다리고 있던 암흑물질이 와서 충돌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에 따라 암흑물질 질량이 1GeV 이하인 경우를 탐색하는 실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가벼운 영역, 즉 1MeV 이하의 영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박종철 교수가 현재 가진 문제의식이고, 이 글의 서두에 소개한 포항공대 이길호 교수와의 협업 내용이다.

박종철 교수는 “1MeV 이하로 내려가면 핵에서 전자를 떼어내는 방식으로 보기도 힘들다. 전자를 떼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 크기가 보통 1eV 수준이다. 다른 방식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1eV 이하를 볼 수 있는 검출기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런 게 초전도체, 초유체, 3차원 디락 물질, 그래핀 조셉슨 접합 방식 검출기다”라고 말했다. 초전도체와 초유체를 사용하는 논문이 학계에 나온 건 2016년이고, 3차원 디락 물질을 사용한 검출기 아이디어는 2018년에 나왔다. 박 교수는 “고체물리학의 아이디어를 갖고 와서, 암흑물질 검출기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 논문들이다”라고 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연구비 지원

박종철 교수는 ‘그래핀 조셉슨 접합 암흑물질 검출기’가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논문을 2020년 2월 한 과학학술지에 제출했다. 연구는 그를 포함해 4명이 했다. 이론과 검출기의 기본 아이디어 제시는 박 교수와, 미국 텍사스 A&M대학의 입자이론가인 김두진 박사(서울대 물리학과 97학번)가 했고, 대규모 검출기 개념 설계는 이길호 포항공대 교수와 이 교수의 지인인 킨충퐁 박사가 했다.

“아이디어 단계 논문에서는 이론하는 사람이 훨씬 할 일이 많았다. 이길호 교수님을 통해서 실제 실험을 구현하기 위해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까 하는 연구를 했다. 계산 모델링을 하고 계산 코드 돌려서, 그래핀 조셉슨 접합 암흑물질 검출기를 만들면 볼 수 있는 질량과 반응 영역이 어떻게 되는지를 예측해 내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논문 심사를 맡은 연구자가 ‘개념은 알겠는데, 잘 작동하는지 직접 만들어서 시험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반응성은 어떻게, 잡음 통제는 어떻게 할 거냐’라며 실험 데이터를 요구했다.” 박 교수 논문에 앞서 나온 초전도체, 초유체 등의 검출기 개념 논문은 실물을 만들지 않고도 아이디어만으로도 출판이 된 바 있다.

생각지 못한 장벽에 부딪힌 박 교수는 실험 장치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돈이었다. 이길호 교수의 도움을 받더라도 실험 연구비는 박종철 교수가 만들어야 했다. 그래핀 조셉슨 접합 암흑물질 검출기를 만들어 가동하려면 10mK(밀리켈빈)까지 내려가는 극저온 장치도 필요한데, 극저온 장치는 고가이다. 그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에 연구 제안서를 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도전적인 연구 주제일수록 환영한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박종철 교수의 제안서를 받아들였고, 작년 6월부터 연구비 지원을 시작했다.

박종철 교수는 “검출기가 볼 수 있는 에너지의 최저값은 0.1meV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암흑물질 탐색을 위해서는 하나의 조셉슨 접합 센서가 아니라, 다수의 센서를 연결해야 한다. 그래서 효과가 좀 안 좋아지는 경우를 감안하면 0.1meV~1eV를 검출 가능한 에너지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다. 박종철 교수는 “그 누구도 못 가본 영역을 처음으로 가겠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남들이 안 가본 길을 가는 중”

박종철 교수는 “이 연구 재밌다. 새로운 걸 하니 좋다. 즐겁고 에너지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론 입자물리학자인 자신이 실험 장치를 고안하고 암흑물질 검출 장치의 구축 프로젝트를 직접 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업은 초기 2년간 1단계에서 조셉슨 접합 센서 1000개를 직렬 연결하는 걸 만드는 게 목표다. 이게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봐야 한다. 고체물리학자인 이길호 교수는 센서 한두 개를 만들어 실험하지, 이렇게 수백 개를 연결해서 만드는 일은 해본 적이 없다. 처음 작업으로는 15개를 직렬 연결로 만들었고,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걸 확인했다. 이어 작년 후반부터 올 초 사이에 123개, 216개 센서를 직렬 연결한 걸 만들었다. 박 교수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남들이 안 가본 길을 간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수백 개를 직렬 연결하고 이때 집단적으로 검출기로서의 물성이 안정적으로 나오는지를 확인해가고 있다. 5~6월에는 극저온 냉장고도 들어올 예정이다. 냉장고 안에 만든 검출기를 넣고 한 달 두 달 신호가 나오는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그게 잘되면 2단계 작업으로 암흑물질 신호가 잡히는지를 탐색하는 검출기로 사용되게 된다. 박 교수는 “이 검출기는 액시온 검출기로도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액시온은 다른 암흑물질 후보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액시온이 날아다니다가 검출기 그래핀의 전자와 반응하면 액시온은 사라지고 그 질량에 해당하는 만큼의 광자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액시온은 윔프와 함께 양대 암흑물질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박종철 교수의 암흑물질 연구 얘기를 다 들었다고 생각했다. 박 교수가 “아니다. 이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라며 내가 들고 간 프린트를 가리켰다. 순간 아차 싶었다. 박종철 교수는 지난 2월 7일 중앙대 물리학과가 주최한 ‘표준모형 너머 워크숍’에 초청받아 강연한 바 있다. 그 내용을 미리 알고 나는 박 교수의 발표 슬라이드를 구해서 프린트해 갔다.

박 교수는 현재 자신의 암흑물질 연구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길게 설명을 들은 ‘아주 가벼운 암흑물질의 직접 탐색 연구’가 그 첫 번째다. 두 번째 연구 영역은 빠르게 움직이는 암흑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고,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검출할 것인가에 관한 연구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우리 주변의 암흑물질은 광속의 1000분의1로 움직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특정한 조건에서는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암흑물질이 극히 드물게 존재할 수 있다. 이게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이것을 검출할 수 있느냐에 관한 연구다. 우주에는 고에너지 우주선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또 우주의 어디에나 암흑물질은 있으므로 우주선과 암흑물질이 충돌할 수 있다. 암흑물질과 우주선이 충돌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암흑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암흑물질이나 중성미자 검출기의 원자핵이나 전자와 충돌하면, 기존에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신호가 나올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제안했다.

입자물리학자들은 암흑물질도 한 종류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반 물질도 기본입자가 17종류나 있듯이, 암흑물질도 입자들이 여러 종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물질과 암흑물질은 서로 상호작용을 일부 할 것이고, 그 접점을 ‘포털(portal)’이라고 표현한다. 이와 관련해서 수도 없이 많은 이론물리학자의 아이디어 논문이 나와 있다.

박종철 교수의 세 번째 연구영역은 암흑물질 직접 생성이다. 현재 지구촌에는 특히 중성미자를 보기 위한 실험이 많다. 고정된 표적에 양성자 빔을 때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보는 실험들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 실험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잘 분석하면 암흑물질이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중성미자를 보기 위한 실험이지만, 암흑물질도 만들어질 수 있고, 그렇다면 쏟아지는 데이터에서 어떻게 암흑물질이 만들어졌는지를 볼 수 있는지 분석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연구를 했다. 관련 연구는 2020년 피지컬리뷰레터스(미국 물리학회 발행)와 2022년 JHEP에 출판되었다고 했다.

박종철 교수는 에너지가 좋았다. 설명하는 능력도 돋보였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암흑물질 연구의 현주소를 상당히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험까지 직접 하게 된 이론가라니. 특히 그 점이 매력적이었고, 앞으로 박종철 교수의 연구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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