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이종성 의원이 지난 4월 20일 서울 청량리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KTX-이음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이종성 의원이 지난 4월 20일 서울 청량리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KTX-이음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점거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철도 고상화 방안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장애인의 날인 지난 4월 20일, 서울 청량리역에서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국가철도공단(KR), 현대로템 등 관계 기관들과 현장 정책간담회를 갖고 “철도를 고상화했을때 휠체어 탑승문제 해소 및 모든 승객의 탑승시간 단축 효과가 있다”며 “버스는 저상화하고 철도는 고상화해서 휠체어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철도의 해묵은 과제로 꼽히는 철도 고상화 문제가 집권 여당 대표 입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도 고상화는 열차에 탑승하는 플랫홈 높이를 열차 발판 높이에 맞게 높이는 것을 뜻한다. 현행 지하철에서 쓰고 있는 방식이다. 반면 KTX와 SRT 같은 고속철을 비롯해 ITX-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은 저상홈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방식으로 탑승이 이뤄진다. 이로 인해 장애인과 노약자들은 주변의 도움 없이는 열차를 타고 내리기가 힘들어 이동권을 심각하게 제약한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게다가 저상홈은 비(非)장애인들의 열차 탑승시에도 고상홈에 비해 소요시간이 오래걸려 전체적으로 열차 지연을 초래하는 등의 문제가 적지 않았다.

지하철은 고상홈, 고속철과 일반철도는 저상홈처럼 이원화된 탑승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철도선진국인 일본을 비롯해 중국, 대만 등지에서는 지하철은 물론 고속철에도 고상홈을 광범위하게 채택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현대로템 등 관계 기관들도 고상홈과 저상홈에 모두 대응가능한 발판을 갖춘 차량을 개발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차량교체 등 막대한 예산문제가 줄곧 발목을 잡아왔다. 한데 전장연의 지하철 점거시위에 맞서 ‘철도 고상화’를 대안으로 제시한 이준석 대표의 언급으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철도계 역시 이준석 대표의 고상화 언급에 상당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철도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장애인단체가 열차 점거시위를 벌여야하는 곳은 고상홈을 채택하고 있는 서울지하철이 아니라 저상홈으로 인해 장애인 탑승이 사실상 불가한 코레일 산하 역들”이라며 “그래도 전장연 시위 덕분에 저상홈에서 고상홈으로의 전환이 조금이나마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신규 도입되는 차량의 고상홈 대응능력은 확보되어 있지만 정작 역사별로 고상화에 대한 계획이 아직 잡혀있지 않다”며 “정책은 디테일에 있다”고 밝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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