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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가로수를 입양하세요"

나무 돌보미 사업을 아십니까?

글 | 정장열

윤수정 인턴기자·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년 

지난 4월 11일 서울 강동구 5호선 고덕역 인근 삼익 아파트 2차 단지 앞 띠녹지(키가 작은 하층목들이 군집을 이뤄 형성한 화단이나 수목 구간). 아침 9시가 채 안 된 이른 아침부터 노란 조끼를 입은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을 놀려 띠녹지 수목 사이로 쉴 새 없이 낙엽을 걷어내고 있었다. “요즘 낙엽은 잘 썩지도 않아서 걷어내지 않은 채 쌓이면 나무가 숨을 못 쉰대요.” 올해 중학교 1학년생이 된 심은서(14)양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아내며 설명했다. 
 
은서양을 비롯한 10여 명의 중학생이 속해 있는 강동구 명일예술단이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인 이유는 ‘나무돌보미(Adopt-a-Tree)’ 활동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Adopt(입양)’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 동네, 내 집 앞  가로수와 띠녹지를 자신이 책임지는 나무 혹은 구역으로 입양해 직접 돌보는 봉사 활동이다.  
 
수목이 자라는데 방해되는 잡초 및 낙엽 제거, 생활쓰레기 청소, 수목 훼손 방지와 겨울철 수목 월동준비 등 공용 수목에 대한 전반적인 생육환경 관리가 주를 이룬다. 서울시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활동성과에 따라 3년 혹은 5년 단위 계약도 가능하다. 단체나 가족 단위로 신청할 경우 녹지대, 자투리 땅, 마을마당, 쉼터 등 비교적 너른 단위의 띠녹지도 입양할 수 있다. 입양 나무나 구역에 돌보는 단체의 이름 및 관리 지역과 범위가 새겨진 명패도 세워준다. 구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집게, 양동이, 쓰레기봉투, 나무돌보미 유니폼 등 각종 필요 도구도 지원받는다. 개인은 주로 작은 단위의 띠녹지 혹은 집 근처 가로수 1~2그루 정도를 입양할 수 있다. 
 
이날 만난 강동구 명일예술단 학생들 대부분은 나무돌보미 활동을 위해 아침밥과 꿀 같은 휴일 늦잠을 포기했다고 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들은 “당연히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으나 한결같이 “그래도 이 활동이 좋다”고 말했다. 1년 전부터 활동한 다른 아이들과 달리 활동한 지 채 2달이 안 되었다는 성덕여중 김은경(16) 학생은 “처음에는 학교수업과 내신을 위한 봉사활동 점수를 채우기 위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무돌보미 활동 참가자에겐 성인의 경우 1일 2시간, 중·고생의 경우 평일 2시간, 토·공휴일은 4시간 범위 내 자원봉사활동시간이 인정된다. “활동을 할수록 ‘다 내 나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나무 돌보는 게 즐겁더라고요. 특히 낙엽을 치울 때 새싹이 돋아 있는 걸 보니 아, 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좋았어요.” 은경양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무돌보미 사업에 많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강동구에 심은 가로수 및 띠녹지는 67만8000주. 그 중 28개 단체에 속한 585명의 나무돌보미들이 관리하는 가로수 및 띠녹지 수목은 9만9903주로, 전체의 약 14.7%에 해당한다. 
 
서울시 푸른도시국에서 제공한 나무돌보미 활동 현황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시 전체에 조성된 가로수 및 띠녹지수목 가운데 203만8000주가 입양 대상이다. 주변에 띠녹지 없이 혼자만 대로변에 있는 가로수의 경우 사실상 큰 관리가 필요 없어 입양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시 전체로는 203만8000주 중 현재 47만4000주가 입양 되었고 아직까지 156만주 이상의 나무가 돌봄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청 푸른도시국 조경과 이병선 주무관은 “매년 꾸준히 신청자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입양대상 나무에 비해 봉사자 수는 적은 편”이라며 “나무돌보미 사업의 친환경 교육효과와 녹지관리예산 절감효과를 감안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할 계획이므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구청에 따르면, 가로수 및 띠녹지 관리 비용은 만만치 않다. 띠녹지를 제외한 강동구 가로수 총 1만5000여주 관리를 위한 기간제근로자 인건비만 해도 올해 1억3800만원이 책정돼 있다. 반면, 강동구에 책정된 올해 나무돌보미 사업 예산은 1245만원에 불과하다.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 예산 자체가 얼마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나무돌보미 자원봉사자가 늘어날수록 가로수와 띠녹지 관리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강동구청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 전체를 놓고 보면 비용 절감 효과는 더 명확하다. 서울시 측은 “서울시 전체 가로수(띠녹지 제외)가 강동구의 20배에 달하는 29만3000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의 유지 관리를 위한 인건비만 연간 27~28억여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청에서 공개한 ‘2015년 푸른도시국 예산총괄표’에 따르면 나무돌보미 사업에 드는 돈은 2015년 기준 9900여만원에 불과하다. 수목표찰과 청소 및 관리용품 제공 이외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나무돌보미 사업은 강동구를 비롯해 서울시 전체 25개구 및 동부·중부·서부공원녹지사업소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나무돌보미 사업의 시초는 1985년 미국 텍사스주 교통국에서 진행한 ‘도로입양(Adopt a highway)’ 제도. 시민과 기업이 도로청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공시설을 일종의 ‘양자’로 삼아 유지 관리 자원봉사를 활성화시키자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깨끗한 공원녹지관리는 물론 자원봉사활동을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제도가 도입됐다. 서울시도 2012년부터 강동구를 시작으로 나무돌보미 사업을 도입했으며, 2013년 3월부터는 공원돌보미(Adopt-a-park)로까지 확대 시행 중이다.
 
2012년 강동구에서도 최초로 나무돌보미 활동을 시작했던 강동구 선사초등학교 나무돌보미 단체 ‘선사푸르미’ 인솔교사 김희경씨는 “나무돌보미 사업이야말로 초등학생들에게 있어 아주 훌륭한 교육의 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사가 이 프로그램을 타 단체에도 적극 추천하는 이유는 참가자들에게 지원되는 ‘숲 해설사 생태교육프로그램’ 때문. 숲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사가 파견돼 나무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나무짚끈으로 팔찌 만들기, 산수유씨 멀리 보내기, 거울 들고 숲 걸어보기 등 다양한 환경친화적 놀이와 공작수업도 진행한다. 김 교사는 “숲 해설 프로그램 덕분에 아이들이 활동 소감문에 또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적는다”면서 “아이들에게 힘들 수도 있는 봉사활동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말했다.
등록일 : 2015-05-04 11:30 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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