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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간호사를 만나다

글 | 황은순

▲ 그리움의 종착역
영화, 간호사를 만나다
황은순 차장 hwang@chosun.com
 
‘서울 대정동에 보구여관이라는 여병원이 있는데 병든 여인들을 지성껏 잘 보아주며 또 그 병원 안에 합설한 간호원양성학교가 있으니 이 학교에서는 다른 학교와 같이 역사 같은 것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총민한 여자를 뽑아 병 치료하는 법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행하여 배우게 하며 여러 고명한 의원과 선생을 청하여 좋은 공부를 많이 시키더라. 그 주장하는 이의 말을 들은즉 어떤 여자든지 와서 공부하기를 시험하여 보고 어렵던지 소원에 합당치 못하면 가도 관계없으니 장성한 여자들과 젊은 여인들은 좋은 때를 허송치 말고 이런 학교에 많이 가서 공부를 부지런히 하여 우리나라 여인들도 좋은 일들을 많이 하기 바란다.’
 
1906년 6월 25일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잡지인 ‘가뎡잡지’의 9월호에 실린 기사이다. ‘보구녀관과 그 안에 잇는 간호원양성학교’라는 제목의 기사로 일부 고어는 현대식 표기법으로 바꿔 옮긴 것이다. 2년 후 1908년 11월 보구여관 간호원양성학교 제1회 졸업식에서 한국인 간호원 2명이 탄생한다. 우리나라 첫 간호원으로 기록된 이그레이스와 김마르다이다.
 
2015년 현재,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33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전문직이었던 간호사가 지난 1세기 동안 양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면, 2015년은 ‘한국의 간호’가 ‘세계의 간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질적 성장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오는 6월 서울이 세계 간호사들의 축제의 장이 된다. 6월 17일부터 23일까지 2015 서울세계간호사대회(ICN Conference and CNR 2015 Seoul) 가 개최된다. 세계간호사대회는 각 나라의 간호 학문 및 실무분야의 최신 동향과 정보를 교류하고 간호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다. 국내 간호사, 간호대학생 4000명을 포함해 해외 참가자까지 8000여명이 참석한다. 대회에 앞서 각국 대표자회의(CRN)도 개최되는데 135개국에서 온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세계보건문제와 간호현안을 결정한다. 전 세계 간호계 대표들이 참석하는 만큼 신성장동력인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및 관광산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간호계 역대 최대 축제는 이미 시작됐다.  스크린을 통해 화려한 축제의 막이 오른다.  ‘2015 서울 세계간호사대회’를 유치한 대한간호협회(회장 김옥수)는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대회에 앞서 ‘간호영화제’를 마련했다.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협약을 맺고 함께 진행하는 간호영화제는 5월 29일(금)부터 6월 2일(화)까지 5일간 서울 메가박스신촌에서 열린다. 시민에게 무료로 상영되는 간호영화제는 개막작인 래리 쇼우 감독의 ‘위기에 빠진 간호사’를 시작으로 ‘내심장을 쏴라’ ‘청춘의 증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그리움의 종착역’ ‘아메리칸 너스’ 등 6편의 영화가 매일 3편씩 서울 메가박스 신촌 4관에서 상영된다.
 
국내서도 인기 있는 미드 ‘위기의 주부들’을 만든 래리 쇼우 감독의 ‘위기에 빠진 간호사’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 어떤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간호 실습생들이 열대우림에 파견되는 의사들을 돕기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가다 비행기 결함으로 밀림 한복판에 불시착한다. 의사들이 모두 큰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간호실습생들은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극한의 상황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실습생에서 진짜 간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영화는 실화이다.
 
2009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작 ‘그리움의 종착역’(조성형 감독)은 파독간호사로 고국을 떠난지 30여년 만에 돌아와 남해 독일마을에서 인생 제 3라운드를 시작하는 세 부부의 삶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독일인과 결혼해 살면서 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았지만 정작 고향의 삶은 만만치 않다. 독일마을은 관광지화 되면서 주말이면 마을 앞 도로에 차와 사람이 넘치고 관광객은 시도 때도 없이 그들의 삶을 경계없이 침범한다. 독일 문화에 적응하며 살아온 이들이 낯설고 힘든 시간을 겪으며 서서히 고향의 땅에 적응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은 잔잔하면서 깊은 울림이 있다. 그리움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감독은 종착역이 아닌, 느리지만 꾸준히 달리는 기차와 같은 이들의 삶을 통해 시간 흐름과 순환, 인생의 의미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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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쏘라

 
‘7년의 밤’ ‘28’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문제용 감독)는 올해 개봉관에 걸린 화제의 영화이다. 이민기, 여진구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스물다섯 동갑내기 주인공 승민과 수명으로 출연했다. 어린 시절 겪은 사고로 ‘가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6년째 정신병원을 드나드는 수명과 재벌집안의 숨겨진 아들로 유산상속 갈등 때문에 강제 입원한 승민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친구가 된다. 승민은 환자들의 도움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이들을 막으려는 병원 간호사와 보호사들의 감시는 점점 악랄해진다. 결국 병원의 철창을 넘어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승민과, 자신의 두려움과 마주하고 용기를 내는 수명은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상대해 볼 힘을 얻게 해 줄것이다. 작가 정유정은 간호사 출신으로 간호대학시절 정신병동에서 실습했던 경험을 쓴 소설 ‘내 심장을 쏴라’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상의 그의 이름을 알렸다.
 
이 외 '아메리칸 너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청춘의 증언' 등 6편의 영화는 생을 붙들기 위해 절박한 사람들과 마주한 간호사들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신청은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www.koreanurse.or.kr)에 들어가서 하면 된다. 선착순으로 마감되기 때문에 상영을 원하는 사람은 서두르는 것이 좋다. 신청자는 영화상영 당일 메가박스 신촌 5층 티켓부스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티켓과 교환하면 된다.
등록일 : 2015-05-29 17:52 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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