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10년 전 여름 ‘집구석 골프레슨’이라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심짱’이라는 닉네임을 단 유튜버가 친구와 함께 민소매티를 입고서는 집안에서 골프채를 가지고 연습하는 영상이었다. 골프란 으레 나름의 관습을 지켜 엄숙하게 하는 스포츠이고, 골프 레슨 역시 보통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돼왔는데 ‘심짱 집구석 골프’는 별종이었다. 친구와 함께 낄낄대며 진행하는 골프 레슨을 보고 당시만 해도 몇 명 되지 않던 국내 유튜브 시청자들이 반응을 보였다.

“사실 그 영상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찍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찍고 보니 제가 봐도 재미있어서 한번 업로드해봤지요. 당시만 해도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데 수시간이 걸리던 때입니다. 자기 전에 업로드 눌러놓고 아침에 일어나야 업로드돼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골프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에서 가장 구독자 수가 많은 ‘심짱골프’ 채널을 운영하는 심서준 프로의 말이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것이 2009년의 일이니 어쩌면 ‘가장 먼저’ 유튜브를 시작한 골퍼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그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애초에 그는 한창 구독자가 늘고 유튜브 영상 시청자가 증가할 적에도 ‘수익창출’이라는 단어를 유튜브와 연결시키지 못했었다. 이제는 대표적인 골프 분야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기획·촬영·편집을 혼자서 도맡아 한다. 그가 주로 촬영하는 서울 마곡동 ‘심짱골프 스튜디오’에서도 다른 스태프 없이 혼자서 기자 일행을 맞이했다.

14만명의 구독자를 이끄는 ‘심짱골프’ 채널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5755만회. 유튜브에서 골프 동영상을 시청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그의 채널을 접해봤다 해도 과언이 아닌 숫자다. 왜 그의 채널이 가장 많은 구독자를 자랑할까.

“저는 골프에 대해 다른 이들과는 약간 차별화된 접근을 하는 편입니다. 해외에서 골프를 배우고 돌아온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골프는 마냥 엄숙하기만 한 스포츠가 아니었습니다. 얼마든지 재미있고 신나게 운동할 수 있는 게 골프지요. 그래서 제 채널은 전반적으로 좀 유쾌합니다. 물론 진지하게 배울 때는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러 어려운 용어를 쓴다거나 말로만 설명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심서준 프로는 몇 번이고 혼자서 같은 내용을 다시 찍기도 한다. 찍어놓고도 재미가 없다거나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면 다시 찍는다. 다른 무엇보다 동작을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

“잘못된 스윙을 보여주고 잘된 스윙을 보여주면 무엇이 좋고 나쁜 동작인지 깨닫기 쉽거든요. 저는 말보다 동작을 더 많이 보여주는 편입니다. 말은 기억하기 어렵거든요. 매체 특성에도 맞지 않고요.”

‘골프를 유튜브로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심서준 프로는 “보고 배운다는 측면에서 유튜브든 현장 레슨이든 모두 다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

골프 크리에이터가 된 역도선수

심서준 프로는 뒤늦게 골프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다. 원래는 역도선수였다.

“지금은 그래도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역도선수가 선수생활을 끝내고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에 골프를 접하게 돼 진로를 변경했습니다.”

2000년 25살의 나이로 뉴질랜드로 골프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교습자격증(teaching license)을 따고 골프 관련 일을 하다가 필리핀에서 이런저런 사업에도 참여했다.

“어린 나이에 야심 차게 시작한 사업들이 있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사업을 접고 귀국해 몇 년을 허비했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가 골프와의 연(緣)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유튜브에 있었다. 틈틈이 찍어둔 골프 레슨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사람들이 요청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나둘 골프와의 끈이 강해졌다. 골프에 대한 칼럼을 쓰기도 하고 강습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되면서 영상 콘텐츠도 풍부해졌다.

“제 영상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나오는 것이 많아요.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다 보면 저절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발견하게 되거든요. 몇 번 도와주면 금세 고쳐지는 것을 보고, 이걸 그대로 유튜브에서 알려주면 되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심서준 프로는 평소에도 늘 ‘심짱골프’에 대해 생각한다.

“늘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문제로 느끼는지, 그걸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고민에 대한 답이 나오면 영상을 찍어 올리고요.”

이런 고민에 몰두하고 있다 보니 막상 직업으로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정체성은 약한 편이었다.

“유튜브 영상이 수익을 낼 만큼이 되면 유튜브에서 물어봐요. ‘수익창출을 하시겠습니까’라고요. 그런데 저는 매번 ‘아니오’를 눌렀거든요. 너무 오래전부터 그저 ‘내가 좋아서’ 영상을 찍어 올리다 보니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막상 몰랐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러다가 구독자 수가 일정 수준을 넘긴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유튜브 세미나를 다녀와서야 비로소 유튜브가 그 자체로도 수익을 창출하고 시장을 만들어내는 직업 환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프라인에서 하는 강습처럼, 온라인 강습 역시 직업의식을 가지고 수익을 얻으면서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렇게 깨닫고 주위를 보니 모두 다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이고 있더군요.”

혼자서 기획부터 편집까지 도맡아서 하는 골프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심서준 프로 외에는 거의 없는 형편이었다.

“제가 많은 구독자를 모을 수 있었던 데는 누구보다 먼저 시작했다는 이점도 작용했을 거예요. 아무도 유튜브로 골프를 배운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시점부터 혼자서 헤쳐나갔던 노하우를 그대로 썩히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한국의 골프 인구를 600만명으로 추산하곤 한다. 엄청난 규모에 비해 골프 유튜버의 수는 아직도 부족할 뿐 아니라 콘텐츠의 양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산업으로서 골프 유튜브 콘텐츠 역시 아직 갈 길이 멀거든요. 더 많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생겨날 수 있고, 더 높은 조회수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시작부터 망설이게 되는 게 사실이지요.”

그래서 심서준 프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같은 인터넷 스타들을 관리하고 콘텐츠를 유통하는 조직인 MCN(Multi Channel Networks)을 설립했다. 골프 유튜브 크리에이터만 전문적으로 육성·관리할 예정인 이 회사의 이름은 ‘골프패치’다.

“보통 방송에서 상표를 가리는 행위를 ‘패치를 붙인다’고 하거든요. 어디를 가더라도 패치가 붙여질 수 있는 인기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해보자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될 것”이라는 게 심서준 프로의 한결같은 자세였다.

키워드

#트렌드
김효정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