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의 가상화폐 시세판. ⓒphoto 뉴시스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의 가상화폐 시세판. ⓒphoto 뉴시스

암호화폐, 가상화폐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하면서 ‘김프(김치 프리미엄)’ 또한 다시 커지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 시세와 비교해 볼 때 얼마나 높은지 뜻하는 단어인데, 한국 시세가 높을 경우 “김프가 꼈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한국 시세가 낮을 경우 “역프가 발생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난 1월 3~4%에 불과하던 김치 프리미엄은 4월에 접어들면서 적게는 13%, 많게는 20%까지 끼고 있다. 예컨대 2021년 4월 14일 현재 빗썸이나 업비트에서는 1비트코인이 약 81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중국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약 7100만원에 불과하다. 가격으로 따지면 1000만원, %로 따지면 약 14%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 차이를 이용하여 차익거래를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김치 프리미엄 재정거래, 차익거래라고 한다. 해외로 돈을 송금하여 비트코인을 구매한 후 한국 거래소에 되판 다음, 그 매각자금을 다시 해외로 송금하여 비트코인을 구매, 판매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2017년 말~2018년 초에 이러한 차익거래가 성행한 바 있는데, 암호화폐 열풍이 다시 불면서 2021년 상반기에도 이러한 차익거래가 다시 여러 방면으로 시도되고 있다. 코인판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차익거래를 하는 방법(신용카드로 구매, 소액으로 송금 등)이나 해외 송금 방법, 한도 등에 대한 여러 글이 올라오고 있고,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실현했다는 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김치 프리미엄이 10% 이상 유지되는 이상, 각종 수수료를 제하고도 안정적으로 1~3%, 많게는 10% 내외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합법이고 누구나 쉽게 대량으로 해외 송금을 할 수 있었다면, 13~20% 수준의 김치 프리미엄이 이렇게 장기간 유지될 수 있을까?

소액으로 쪼개 보내면 괜찮나

우선 해외로 큰 자금을 송금하는 것 자체가 매우 까다롭다. 건당 5000달러 이하 거래의 경우, 별도의 외환신고도 필요 없고 외국환은행의 확인도 필요 없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다. 연간 송금액 한도(5만달러)에서도 차감되지 않는다.

하지만 건당 5000달러가 넘어갈 경우 건당 거래금액 또는 연간 누계액에 따라 지정외국환거래은행장의 확인이 필요하거나 외환 신고가 필요한데 암호화폐, 가상화폐 구입을 위한 송금은 현재 은행에서 막고 있는 상황이다. 암호화폐 구입을 위해 큰 자금을 한 번에 해외로 송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차익거래를 시도하는 사람 대다수가 5000달러 이하로 돈을 쪼개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액으로 수십, 수백, 수천 회에 걸쳐 송금을 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도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다.

5000달러 이하로 보낼 때에는 별도 신고가 필요하지 않은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될까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5000달러를 초과하여 돈을 보내려고 했고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고의로 분할해서 보낸 것이라면, 총거래금액이 합산되어 하나의 거래로 판단한다. 외국환거래규정 제7-2조 제7호에서는 거래 건당 지급, 수령금액이 5000달러 이내인 경우 신고가 필요하지 않다고 규정하면서, 분할하여 지급·수령하는 경우에는 각각의 지급·수령 금액을 합산한 금액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컨대 지인에게 8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대신 사달라고 부탁하면서 은행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4000달러로 쪼개 총 20번 송금한 경우 4000달러 거래 20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8만달러 거래 1건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건당 5만달러를 초과하는 거래를 할 때에는 외환신고를 해야 하므로, 이 경우 미신고 행위로 인정되어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된다.

즉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져볼 때에는 원칙적으로 개별 거래 건별로 따져보지만 ‘금액을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이른바 분할거래 방식의 자본거래’를 한 경우에는 분할거래 액수가 모두 합산되어 그 합산액을 기준으로 외국환거래법령 위반 여부를 따져보게 된다.

위반액수가 10억이 넘는다면

미신고 자본거래 액수에 따라 처벌도 달라지는데 위반액수가 10억원이 넘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실제 김치 프리미엄 차익거래가 형사적으로 문제가 된 사례가 존재한다. 필자도 예금 6000만원 정도를 가지고 2018년 1월부터 3월까지 약 460회에 걸쳐 가상화폐 차익거래를 한 A씨에 대한 변호에 나서 무죄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 사안에서 검찰은 A씨의 총거래금액이 13억8000만원에 이르므로 미신고 자본거래 액수가 10억원이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필자는 당초부터 10억원 이상을 거래하면서 단지 외국환거래법령상 처벌,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10억원 이상을 나누어 거래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겠으나, A씨는 당초 10억원이 아닌 6000만원만 가지고 있었으므로 분할송금을 했다고 하더라도 6000만원을 분할하여 송금한 것이지 10억원을 분할하여 송금한 것이 아니어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반액수가 10억이 되지 않는다면

위반액수가 10억원이 넘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실제 수천 회에 걸쳐 소액송금을 한 사안에서 3억원 상당의 과태료가 부과된 바 있다. 이 경우 송금 당사자인 B씨 입장에서는 수천 번의 거래가 있었다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금융당국에서는 거래시간, 당사자, 거래목적이나 의도 등을 종합하여 송금 횟수는 수천 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십 건의 거래가 있었다고 보았다. 이에 B씨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고, 거래금액의 2%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거래 방식이나 형태, 유형 등에 따라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거래의 경우 외국환거래법령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고, 액수나 방식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하고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암호화폐는 아직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으므로, 관련 거래는 규제 내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따라서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거래를 시도하기 이전에 과연 내가 시도하려는 거래 방식이 외국환거래법 위반인지 아닌지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익 실현, 인증 글만 믿고 차익거래에 나섰다가는 수억원의 과태료 또는 징역,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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