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으로 찍은 ‘대에티오피아부흥댐’. ⓒphoto 뉴시스
위성사진으로 찍은 ‘대에티오피아부흥댐’. ⓒphoto 뉴시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에서 국가 간의 물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나일강을 두고 에티오피아와 이집트·수단의 충돌 가능성이 커졌고, 중앙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이리강(伊犁江) 개발에 따른 카자흐스탄의 발하슈호 물 부족 사태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나일강 상류에 댐을 건설한 에티오피아와 갈등을 벌이는 이집트와 수단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무력 개입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수단의 관영 SUNA 통신은 이집트의 군병력이 수단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위해 수도 카르툼에 도착했다고 지난 5월 21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두 나라는 ‘나일강의 수호자’라는 작전명의 합동군사훈련을 5월 말까지 실시하며 이는 ‘두 나라가 직면한 위협을 처리할 방안을 통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두 나라 특수부대는 ‘나일강의 독수리’라는 작전명으로 합동군사훈련을 펼쳤다.

이집트와 수단이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는 이유는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에 건설한 길이 145m에 달하는 ‘대에티오피아부흥댐(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에티오피아는 2011년부터 나일강의 지류인 청나일(Blue Nile)강에 댐 건설을 시작했으며, 2020년 7월 우기(雨期)가 시작되었을 때 처음으로 댐을 막고 나일강 물을 저장했다. 현재 댐은 80% 건설된 상태로 2023년 완공 예정이다.

에티오피아의 나일강 댐 건설이 부른 갈등

46억달러가 투입된 이 댐의 건설은 이탈리아 건설업체가 진행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댐이 완공되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는 일곱 번째로 큰 수력발전댐이 된다. 댐의 물을 가두는 데는 4~7년이 걸린다. 이 댐은 우기에 135억㎥의 청나일강 물을 저장하며, 총저장량은 184억㎥에 달한다. 청나일강은 나일강의 2대 지류 중 하나로 우기에 나일강 수량의 80%를 공급한다. 청나일강은 수단의 카르툼에서 백나일(White Nile)강과 합류하여 이집트를 지나 지중해로 흘러간다.

에티오피아가 댐을 건설한 이유는 가난한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남는 전기는 수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나일강은 이집트와 수단에는 생명선이다. 인구 1억의 이집트 국민들은 필요한 수자원의 97%를 나일강에서 공급받는다. 수단도 나일강에 생존을 의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나일강 상류에 위치한 에티오피아가 댐을 운영하며 나일강의 수량을 조절하면 이집트나 수단은 물 부족 사태나 홍수에 시달릴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나일강을 자국의 경제와 문화유산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간주하며, 에티오피아 댐 때문에 나일강의 흐름에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에티오피아가 처음 댐에 물을 저장했을 때 크게 반발했던 이집트와 수단은 올해 에티오피아가 또 135억㎥의 물을 저장하려 하자 자국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두 나라는 미국, 유엔, EU(유럽연합) 등에 댐 운영과 물저장에 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중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는 댐 운영은 주권에 관한 사안이라며 외국의 개입을 거부했다. 또 아프리카국가연합의 중재에만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나일강에 대한 이집트의 지분은 어느 나라도 건드릴 수 없으며(untouchable), 에티오피아가 국제적 합의 없이 댐에 물을 저장하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불안정’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난 4월 초에 현재 아프리카국가연합 의장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의 중재로 회의가 개최되었다. 회의 주제는 에티오피아가 물을 얼마나 저장할 것인가, 가뭄이 지속될 경우 물을 방류할 것인가, 그리고 관련국들이 분쟁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등이었다. 그러나 협상은 4월 6일 성과 없이 끝났다. 이집트와 수단은 에티오피아가 갈등을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집트·수단 ‘나일강 수호자’ 합동군사훈련

이집트의 엘시시 대통령은 지난 4월 7일 에티오피아가 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충돌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 장성 출신인 엘시시는 “그 누구도 이집트에서 단 한 방울의 물도 가져갈 수 없다. 하고 싶으면 해봐라.… 누구도 우리가 그것을 막을 수 없다고 상상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에티오피아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는 “에티오피아는 이집트와 수단에 어떤 피해를 줄 의도는 없지만, 암흑 속에서 살고 싶지도 않다”며 댐에 물을 저장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아머드 알리는 이어 지난 4월 18일 트윗을 통해 “에티오피아는 댐에 물을 저장하기 전에 지난해 저장해 놓은 물을 새로 완성한 수문을 통해 방류했으며 이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다. 다음 물 저장은 우기인 7~8월에 할 예정이며, 이는 수단에 홍수 발생을 줄이기 때문에 이익이 된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0일 에티오피아 외무부는 댐에 물을 저장하며 오는 6월부터 8월까지 발전(發電)한다고 발표하고 “물을 저장하는 과정, 운영, 방류에 혼란을 일으킬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인 5월 21일 이집트 군 병력이 수단에 도착하고, 두 나라가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이전부터 에티오피아 댐을 둘러싼 이집트·수단·에티오피아 등 3개국의 분쟁 가능성을 인지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1월 상원인준청문회에서 이집트·에티오피아·수단 간의 갈등이 ‘끓어넘치고 있다(boil over)’며 ‘충분한 개입(fully engaged)’을 다짐했다. 3개국은 수에즈운하로 향하는 홍해를 접한 전략적 요충인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에 자리 잡고 있는데, 댐 문제 이외에도 에티오피아 티그레이(Tigray) 내전으로 최근에는 7만여명의 난민이 수단으로 유입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지역 담당 특사를 임명하는 등 본격 개입을 시작했다.

중국 이리강 개발에 피해 입는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은 자국 내 발하슈호에 흘러드는 중국 이리강의 수질과 수량 때문에 중국과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카자흐스탄 동부에 위치한 발하슈호는 면적이 1만9000㎢에 달하는 세계에서 15번째로 큰 담수호이다. 발하슈호는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서 발원하는 이리강에서 물의 70~80%를 공급받는다. 이 나라 최대도시인 알마티 등 인구의 3분의 1은 이리강과 발하슈호의 물에 의존하여 산다. 그런데 2000년 이후 발하슈호는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은 2000년에 물을 공유하며 물 관리를 위해 상호협력한다는 협정에 서명했지만, 무용지물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학자들은 발하슈호의 운명이 무분별한 개발로 거의 사라진 아랄해(Aral Sea)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걸쳐 있었는데, 소련의 관리 실패로 사실상 소멸이라는 재앙을 맞았다. 1960년 소련은 아랄해 주변의 드넓은 평야에 면화를 재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면화는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다. 충분한 관개시설이 없던 당시 소련은 아랄해에 물을 공급하던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에서 500㎞에 달하는 운하를 만들어 면화재배지에 연결하였다. 이 때문에 아랄해는 물 부족 사태를 맞게 되었다. 1980년이 되자 두 강물에서 아랄해에 이르는 수량은 이전의 10%에 불과하게 되었다. 1989년에 아랄해는 두 개로 분리되었고, 1997년이 되자 면적이 40년 전의 1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주변 습지의 95%는 사막으로 변했다. 2014년에 호수 동쪽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랄해가 메마르면서 상상도 못 했던 재앙이 발생했다. 줄어든 물에서 염분의 비율이 증가하고 비료나 살충제 오염도 심해졌다. 지금은 아랄해의 바닥이었던 곳에서 염분과 화학물질을 함유한 모래폭풍이 불어 인근 수백㎞의 토양을 오염시킨다. 생물다양성은 사라지고 기후도 악화됐고 주민들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오염 및 모래폭풍으로 인해 결핵, 장티푸스, 이질 등의 질병이 크게 늘어났다. 또 암환자와 빈혈환자, 영아의 질병감염과 사망률이 급증했다.

카자흐스탄의 발하슈호. 중국의 이리강 개발로 황폐화되고 있다. ⓒphoto 위키피디아
카자흐스탄의 발하슈호. 중국의 이리강 개발로 황폐화되고 있다. ⓒphoto 위키피디아

발하슈호도 아랄해의 전철 밟나

서방 학자들이 현재의 발하슈호와 아랄해의 운명이 비슷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소련 공산당과 흡사한 개발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는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 이슬람 인구의 본거지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중국공산당은 다른 지역에 사는 한족(漢族)을 신장자치구로 유인하기 위해 경제개발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결과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신장자치구의 인구는 400만명이나 늘어났다. 게다가 지난 20년 동안 중국은 이리강에 13개의 저수지와 수력발전소 59개를 건설하였다.

중국은 비옥한 이리강 계곡에 물이 아주 많이 드는 벼농사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미국·카자흐스탄·중국 등 3개국 과학자들의 위성자료 활용 연구 결과, 1995년부터 2015년 사이에 이리강 주변 곡물 재배지역은 카자흐스탄에서는 증가하지 않았지만, 중국 내에서는 30%나 급증했다. 러시아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2050년까지 이리강의 수량은 40%나 줄어든다. 공장도 증가하면서 수질도 악화되고, 다량의 산업폐기물도 이리강에 버려지고 있다.

중국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이리강의 수량 감소와 수질 악화, 이슬람 인구에 대한 탄압 등으로 인해 카자흐스탄에서는 반중정서가 강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발하슈호에 위협이 되는 대규모 개발계획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발하슈호 상태가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중앙아시아 전문미디어인 ‘이머징 유럽’이 최근 전망했다.

한편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도 지난 4월 29일 국경 부근에서 물 분배 문제를 놓고 중화기를 동원한 치열한 전투를 벌여 양국에서 각각 3명씩 모두 6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우태영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