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은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WAYS)'와 함께 6·1 지방선거 전까지 '청년 정치인을 찾습니다'는 연재를 싣고 있다. 이번은 4번째 주인공이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박한창(34)씨는 본래 심리상담사였다. 주로 중·고교, 대학교 학생들의 말 못 할 고민 해결을 도우며 내면의 상처 등을 치유하는 것이 그의 주된 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타인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겼던 박씨에게 심리상담 일은 상당한 보람이었다. 하지만 박씨는 어느 날부터 상담 일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가정불화나 진로 문제 등에서 오롯이 상담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내담자들의 고민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가정과 학교의 제도적 지원, 내담자의 주변 여건 개선 없이는 본질적 해결이 불가한 것들이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개인 심리상담을 넘어 사회·구조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답은 ‘정치’에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박씨는 2020년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강동구을을 지역구로 둔 이해식 민주당 의원의 사무실부터 찾았다. 기존 심리상담 일과는 별개로 지역구 의원실 일을 도우며 정치에 나서야겠다는 각오에서였다. 그로부터 2년 후인 지금, 그는 병행해온 심리상담 일을 올 초 잠시 중단하고,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원(강동구을) 당선이 그의 올해 목표다.

상담을 넘어 제도적 지원 필요

박한창씨가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건 대학원 재학 시절이다. 문득 상담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2017년 상담심리사2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서울 강동구 내 중학교와 대학교, 사설 상담센터 등에서부터 그가 꿈꿔온 심리상담 일을 본격적으로 행했다.

“당시 강동구에선 이른바 ‘니즈콜(Needs Call) 상담센터’라는 이름의 정책을 활성화하고 있었다. 2011년부터 시행된 것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상담전문가를 상시 배치해 아동·청소년들의 고민이나 마음의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이다. 서울 자치구 중엔 유일무이한 정책이었다. 이 센터 운영으로 강동구의 상담사 수요는 커졌고 나의 근무지도 자연스레 강동구가 중심이 됐다.”

박씨가 이곳에서 상담한 학생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연애, 진로, 가정불화, 개인 트라우마, 우울증 등 갖가지 내용이 있었다. 박씨는 이들의 고민은 각기 상이하지만, 그 원인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크게 3가지다. 불우한 가정 여건, 자녀에 대한 양육자의 관심 부족, 양육자의 정서적 불안 등이다. 특히 양육자의 정서적 건강은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가되기 마련인데, 이는 학생들 개개인의 상처나 불안으로 발현되곤 했다.”

박씨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엔 이 문제들을 상담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본질적 원인은 개인보다 외부 관계에 있었고 상담만으론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상담으로 학생들의 고민을 덜고 해결의 방향성을 찾아준다 해도, 이들이 돌아갈 가정이나 주변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 고민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단순 상담을 넘어선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그리고 그 답은 ‘정치’에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2020년 무작정 이해식 민주당 의원실 지역구사무실을 찾았다. 기존 심리상담 일은 잠시 중단하고 지역구사무실에서 비서 일을 하기로 했다. 2년 후인 올해 있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나름의 기반 닦기였다.

사실 박씨에게 정치는 완전히 별개의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이해찬 및 정동영 캠프,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 등에서 봉사자 자격으로 선거를 돕기도 했다. “그때 캠프에 몸담았던 이유는 한국 정치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주요 의사 결정 때마다 시민들 참여나 당 구성원들의 고민, 논의가 부족해 보였다. 즉 ‘숙의 민주주의’가 보이지 않았던 거다. 매 선거가 끝나면 주권자인 국민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더 성숙한 정치가 국내에 정착하길 바랐다. 이들 캠프 일을 도운 이유였다.”

박씨가 2010년대부터 지금의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소속한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노무현 리더십 학교’에 참여해 각종 현안에 대한 토론 및 공부, 독서모임 등을 이어가는 것도 이런 ‘숙의 민주주의’에 대한 본인만의 열망 때문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박씨는 심리상담과 정치가 일정 부분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상담은 개인의 내적 성장을 돕고, 정치는 공동체의 성장을 돕는다. 그 대상이 개인과 공동체로 각기 다를 뿐 성장을 돕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점은 똑같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내가 해온 심리상담 일이 정치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만의 포부다.”

이번 대선도 ‘숙의 민주주의’는 실패

박한창씨는 구의원으로 선출되면 자녀 교육 및 돌봄 관련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상담을 하며 다시 한번 깨달은 점이 있다면, 아이들의 삶은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상당 부분 뒤바뀐다는 점이다. 육아에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가 하면, 절대 하면 안 될 일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지자체 행정에선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가정에서 아동학대나 폭행이 자행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서울 강동구에서부터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가고 싶다. 지자체에서 관련 강의를 직접 시행하고 수강 시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의 혜택으로 제도를 정비해나갈 수 있을 거라 본다.”

성폭행 근절 및 치유 등의 성평등 정책 시행도 그가 고민하는 것 중 하나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어린 시절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하고 있었다. 일부 내담자는 이것이 워낙 큰 트라우마가 되어 무의식 속에 그 기억을 숨기고 있다가 상담을 통해 인지하기도 했다. 이 무의식은 일상에서 본인에게 스트레스 등 부정적 영향으로 전가된다. 내 개인적으론 큰 충격이었다. 이를 학교에서부터 상담 등의 제도로 치유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만들고 싶다.”

박씨가 꼽는 강동구의 지역 문제는 다음과 같다. “강동구가 일자리는 줄어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와중에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젊은층 유입이 어려워지고 있다. 2024년 조성되는 고덕비즈밸리로 11만여개 일자리가 계획대로 창출되면 이 중 일부를 강동구민들 몫으로 할당하는 등의 정책적 협의도 이어가 보고자 한다.”

박씨는 올해 구의원에 당선되면 ‘정당 개혁’이라는 장기 목표도 구체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치가 좋아지려면 정당이 좋아져야 한다. 근데 지금의 정당은 당대표 등 지도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의사결정 방식은 지속해서 ‘톱다운’ 방식을 취하고 있고 당의 주권자인 당원은 숙의의 기회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토론과 연설, 서로 간 경쟁이 일상화된 당 문화, 그리고 여기에 기반한 공천 구조 개혁으로 신인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고 싶다. 정당의 선진화는 앞서 강조했던 ‘숙의 민주주의’의 조건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이 비호감 대선으로 전락한 이유는 이 숙의 민주주의가 당 안팎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해서였다고 본다. 구의원 당선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삼고 싶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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