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은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WAYS)'와 함께 6·1 지방선거 전까지 '청년 정치인을 찾습니다'는 연재를 싣고 있다. 이번은 7번째 주인공이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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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기(35)씨가 강원도 원주시에서 운영했던 광고대행사는 직원 17명의 작은 규모였지만 지역에선 꽤 알아주는 기업체였다. 명함, 현수막, 배너 등의 단발성 광고부터 가맹영업, 협동조합·영농법인 컨설팅까지 지역 내 소상공인들의 사업 ‘브랜딩’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자연스레 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그에게 또 다른 꿈을 가져다줬다. 손씨는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책의 아쉬움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특히 원주를 비롯한 강원도의 소상공인 비중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데, 그렇다면 아예 원주라는 지역을 직접 ‘브랜딩’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손씨는 자신의 사업에 집중함과 동시에, 지역 내 소상공인 관련 단체에 몸담으며 원주 지역 소상공인에 대해 더 공부했다. 그리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원주시의원(라선거구) 후보로 출마해 자신이 기획해온 원주 ‘브랜딩’ 전략을 펼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광고대행사 이끌며 지역 ‘브랜딩’ 다짐

대학 시절 형편이 어려웠던 손씨는 지금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서빙, 우유 배달, 엑스트라, 부동산중개원, 텔레마케터, 수학교사 등 손으로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대학 졸업 후 시작한 광고대행업도 처음엔 생계유지를 위한 일이었다.

“2014년 온라인 신발 판매 사업을 하던 중 강원도 산업경제진흥원에서 실시한 ‘소상공인 일반 경영안정자금 대출 집합교육’을 수강하게 됐다. 여기서 우연히 만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강원지회 회장께서 블로그 브랜딩 사업을 처음으로 권유했다. 원주시 내 소상공인업체 블로그를 개설·관리하며 해당 사업을 홍보하는 일이었다. 당시엔 파워블로거의 효과가 클 때였는데, 지역 내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마침 신발 판매 사업이 변변치 않게 되면서 이 일에 집중했다. 블로그 관리 외에 영상이나 앱 제작, 영농법인 출점, 프랜차이즈 등록신청 등의 업무도 주어졌다. 직원을 채용하기 시작했고 성과를 점차 내면서 원주시 내에서 내로라하는 광고대행사로까지 거듭났다.”

손씨의 회사는 입소문을 탔고 한때 월매출 1억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요식업 위축,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광고·컨설팅 발주 건수와 매출은 점차 줄었다. 2019년 그는 회사 문을 닫아야 했지만, 결코 광고대행 업무를 시작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주엔 소상공인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일부 소상공인 사업 중엔 지역색을 입혀 프랜차이즈화할 만한 것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지원책 미비로 사업을 접는 경우가 허다했다. 원주 지역 정체성이나 특색이 부족한 이유이기도 했다. 지역 내 축제나 테마파크도 존재는 했지만 일관성 없이 중구난방이란 느낌이 컸다. 원주 자체에 대한 브랜딩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업 실패는 또 다른 계기를 만들었다.”

손씨는 원주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빵 판매 사업을 기획해 생계를 다시 이어갔다. 지역에선 소상공인 관련 단체, 구체적으로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강원지회, 원주청년소상공인협회, 소기업 소상공인연합회, 중소상공인 경영지원협동조합 등에서 임원직을 맡으며 소상공인 목소리에 집중했다. 당시 손씨는 주변 지인들 권유로 지역 민주당 활동에도 줄곧 참여했는데, 이런 경력과 활동은 그의 본격 정치 출마 배경이 됐다.

“지방정치 차원에서 혁신도시·기업도시 유치 등 민주당이 지역에 남긴 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 당 활동을 도왔다. 광고대행 일을 하던 당시 당의 외주 업무도 적지 않게 도맡았다. 회사를 접은 후 나의 행보나 계획을 접한 지역 시의원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권유하더라. 직접 지역을 브랜딩하는 게 어떻겠냐는 취지에서였다. 지역 시의원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겠다고 생각했다.”

“여건·수요에 맞는 소상공인 지원책 필요”

손씨가 가장 집중하는 지역 문제는 앞서에서도 언급한 소상공인 지원책이다. “지금의 소상공인 지원책은 HACCP(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 비용이나 CI(기업이미지 통합 작업)·BI(브랜드이미지 통합 작업) 지원 명목으로 5000만~1억원가량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식이다. 지원 대상은 일정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는 소상공인들로 한정돼 있다. 소상공인이 살아나야 원주도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제도만으론 실질적 지원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상공인마다 필요로 하는 지원이 다르다. 제품을 납품만 하고 싶은 분은 해썹 인증 공장에 대한 목마름이 있고, 제품 해외수출을 원하는 분은 해외 진성 바이어(Buyer)를 필요로 한다. 혹은 프랜차이즈 컨설팅 지원만을 필요로 하는 분도 있다. 이런 수요를 파악하고 그 지원 내용을 다양화해야 한다. 강원도 내 프랜차이즈 본사 수가 전국 최하위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주에서부터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손씨는 ‘소상공인 지원 사업 재편성’ ‘소상공인 출신의 슈퍼바이저 육성 지원’ ‘백년가게 육성화사업 확대’ ‘로컬시장을 활용한 창업지원 활성화’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나 공공기관 건립 시 일부 공간을 해썹 인증 공장 임대 공간으로 전환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씨는 이런 제도 변화를 기반으로 원주만의 정체성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원주는 교통이 발달해 오가는 유동인구가 많으며 원주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타지 출신 분도 많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새 콘텐츠나 문화가 쉽게 퍼졌다가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주만의 정체성이 부족한 이유다. 소상공인 지원책 활성화로 정착 인구를 늘리고 원주를 복합문화도시로 탈바꿈해 나가고 싶다.”

최근 선거를 앞두고 손씨 눈에 띄는 건 거대 양당의 청년 공천 방식이다. “국민의힘 측이 내놓은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자격시험’에 놀랐다. 청년정치인들은 기성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당원모집 등 네트워킹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 시험은 이런 불합리성을 없애고, 대신 청년 가산점까지 없애 모두가 실력으로만 평등하게 평가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유권자들에게도 더 신뢰를 줄 수 있는 공천안이라 봤다.”

손씨는 다음과 같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나보다는 주변 사람을 키우고 사회 구성원들을 위대한 존재로 육성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치적 효능감을 부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원주 정치가 발전하고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부여될 거라 생각한다. 여러 계층의 목소리를 시 의정에 반영하겠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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