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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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기초·광역단체장 및 기초·광역의원 후보자 선정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각 정당이 이번 선거 공천 과정에서 집중한 건 당연 ‘청년’ 출마 우대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광역의원 후보 30%를 여성·청년에게 할당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국민의힘은 청년들의 지방의회 진출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에서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PPAT)을 실시했다. 또 정의당은 청년 후보에게 60% 가산점을 부여했다. 정당별 시도당은 이를 기반으로 세부적인 공천안을 수립해 정치 신인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데, 여기에 숨은 ‘공신’은 다름 아닌 각 지역·당협위원장들이다. 지역 내 기초·광역의원 후보를 추려 시도당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당원 관리·교육, 정책 의견 수렴 등 지역의 모든 실무를 이들이 책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당의 공천 문제나 지역의 어려움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도 지역·당협위원장들이다.

이에 주간조선은 비영리단체 ‘뉴웨이즈’와 함께 지난 4월 19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내 ‘험지’ 지역 30대 청년인 원외 지역·당협위원장을 초청해 ‘6·1 지방선거 청년 공천 및 지역 정치’를 소재로 2시간가량 좌담회를 진행했다. 참석자는 민주당의 정다은(35) 경주시 지역위원장, 국민의힘의 김재섭(34) 도봉구갑 당협위원장, 정의당의 장형진(31) 남양주병 지역위원장이다. 좌담회 진행은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가 맡았다. 뉴웨이즈는 청년 정치인을 발굴·육성해 국회와 유권자에게 소개하는 일종의 정치 에이전시이다.

이번 좌담회에선 ‘정당별 청년공천안’ ‘기초·광역의원 공천 방식’ ‘정당공천제’ ‘중대선거구제도 시범 도입’ 등에 대한 평가와 ‘중앙·지역 정치의 괴리’ ‘청년 공천 및 세대교체 대안’ 논의가 이뤄졌다. 주간조선은 당시 오갔던 이야기를 내용별로 재구성했다. 여기엔 중앙 정치권이 새삼 주목해야 할 점은 물론, 좀처럼 조명되지 못하던 지역 정치의 문제도 적지 않게 담겼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이하 박)_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당에선 청년 등 정치 신인을 고려한 공천안을 내놓았는데, 지역에서의 반응이 궁금하다.

정다은 민주당 경주시 지역위원장(이하 정) “당이 내건 ‘청년 후보 30% 할당’은 본래 당원·당규에 담기긴 했지만 권고사항이었다. 이것이 의무사항이 된 건데,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북의 경우 어려운 지역이라는 이유로 이 할당 규정을 시도당에서 적용하지 않곤 했다. 이 때문에 지역위원장이 열심히 청년을 발굴해 위로 올려도 성과가 나기 어려웠다. 청년 정치인 양성 의지만 떨어뜨렸다. 최근 민주당 소속으로 기초의원 출마를 계획했다가 국민의힘으로 전향한 청년도 있는데, 지금의 청년 바람에 올라타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거란 불안감이나 이런 시도당 방침이 작용한 결과라 본다. 되레 경북 등 험지일수록 민주당 후보가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대폭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구갑 당협위원장(이하 김) “국민의힘의 PPAT 시험에 대한 반응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박_출마자들 사이에선 만점이 없을 정도로 변별력도 나름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 문제가 쉽진 않더라. 시험의 의의도 컸다. 과거 기초 단위 선거를 보면 민주당과 달리 유독 국민의힘에선 컷오프 된 후보자가 민주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다시 국민의힘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험지일수록 이런 일이 두드러졌다. 당내 기강 부족과 이념 공유가 부족한 데 따른 현상인데, 이번 PPAT 시험 준비가 출마자들로 하여금 당헌·당규와 정책을 공부하게 만들면서 국민의힘이 어떤 정당이며 무엇을 추구하는지 일깨우게 해준 듯하다. 향후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지’ 등을 호소하는 데에 도움을 줄 거라 본다.”

장형진 정의당 남양주병 지역위원장(이하 장) “정의당의 경우 당이 내건 ‘청년 후보 60% 가산점 부여’의 취지엔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 또한 청년이란 점에서 가산점 등 부여받는 혜택이 여럿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가산점을 받아 당선되는 정치인보다는 이준석 대표처럼 직접 쟁취하는 정치인을 원한다. 다음 선거에선 대중의 시선에 맞춘 공천안 재수립도 필요하다고 본다.”

박_공천 과정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온 정의당 내 계파 갈등 영향도 클 것 같다.

“그렇다. 이번에 확정된 정의당 경기도의원 비례대표 후보 결과를 보면 이제 막 당 활동을 시작한 특정 계파의 후보가 당 활동을 오래한 비계파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이기더라. 당내에선 계파 영향이 작용했다는 평이 많았다. 공천 이전에 이에 대한 성찰로 있어야 한다.”

박_기초 단위 선거일수록 공천 룰에 대한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어떤 일정과 절차를 거쳐 후보자를 뽑는지 알 수 없다는 거다. 청년 정치인 입장에선 선거 준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도 비슷한 듯한데, 이유가 무엇인가.

“중앙당에서 공천안을 수립하면 시도당이 이 틀 안에서 구체적인 공천 방식을 정하고, 지역에서 이에 적합한 후보자를 올려보낸다. 그럼 시도당이 후보자를 확정하는 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시도당 내지 지역·당협위원회가 일괄적으로 지켜야 하는 공천 방침 자체가 없다. 늘 후보자 추천권을 가진 당협위원장 고유 권한으로 진행되는 식이다. 시장으로 보면 대리점 점주 재량에 맡긴 거다. 공천이 일목요연하고 일사불란하게 이뤄질 순 있겠지만, ‘돈 공천’ ‘지인 추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앙당에서 일괄적으로 시행한 PPAT 시험은 사실 이에 대한 최소한의 허들이라도 만들어보자는 취지도 담고 있었다.”

“반대로 민주당은 지역위원장이 후보자 추천권조차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의견만 제시할 뿐이다. 지역위원장에게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데 무얼 할 수 있겠나. 권한 면에선 국민의힘이 더 진보적이다. 여기에 지역위원장이 청년에다 여성이면 오랜 당원들로부터 ‘핏덩이’ 취급까지 당한다. 경북에선 아직도 ‘여자가~’로 시작하는 말이 많다. 지역위원장이 2년마다 갈린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지역에서 청년 정치인을 지속성 있게 끌어주기란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

박_그럼 대안이 있을까.

“지금으로선 지역에서 일찍 후보자 평가 기준을 세우고 이를 계량화하는 식의 공천을 행하는 수밖에 없다. 국힘 도봉구갑의 경우 작년 9월 예비 후보자들을 모시고 평가 기준을 밝힌 뒤 이를 점수화해 시도당에 추천했다. 가령 당에 얼마만큼 기여·봉사했는지, 지역 행사 기획이나 참가에 적극적이었는지 등의 기준을 세우고 점수를 매긴 거다. 당협위원장의 주관적 평가이긴 하지만 객관적 근거가 뒷받침됐다. 이런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적당히 아우를 수 있는 방식이 각 지역에서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당에서 최소한의 정량평가 기준도 내리지 않는다.”

“이런 식의 정량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경선만이 답이 될 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초의원 후보 경선의 경우 당선자와 낙선자의 표차가 30표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 계량화할 수 있는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박_그럼 지방선거 때마다 거론되는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지방 정치가 중앙 정치에 예속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지적이다.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구의원 선거는 후보자가 훨씬 많은데 정보는 부족하다. 정당을 지우면 유권자들이 일일이 후보자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만큼의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당공천제 폐지로 후보자들이 우후죽순 난립하게 되면 선거가 혼탁해질 가능성도 크다. 정당공천제 폐지보다는 정당이 후보자 자체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제도로 나아가야 한다.”

“정당이 선거로 평가받아야 하는 측면도 있다. 또 후보보다는 후보가 속한 당의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표를 던지는 유권자도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주민자치위원회 활성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보강할 수 있다고 본다.”

“폐지는 아직 섣부르다. 더군다나 지금 당장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경주 등 지방에선 지역 유지의 자식들이 대거 출마하는 현상이 나타날 거다. 지역에선 후보자 ‘○○○’라고 이름만 대면 누구의 몇 번째 자식인지 모두 다 안다. 정당을 없애면 후보를 평가할 정보로는 지역 이해관계만이 남는다. 사실 정당공천제 폐지가 거론되는 데엔 지역 공천 룰이 투명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 공천 룰부터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지난 4월 19일 ‘청년 공천 및 지역 정치’에 대해 논의 중인 여야 3당 원외 지역·당협위원장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깁재섭 국민의힘 도봉구갑 당협위원장, 장형진 정의당 남양주병 지역위원장, 정다은 민주당 경주시 지역위원장,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4월 19일 ‘청년 공천 및 지역 정치’에 대해 논의 중인 여야 3당 원외 지역·당협위원장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깁재섭 국민의힘 도봉구갑 당협위원장, 장형진 정의당 남양주병 지역위원장, 정다은 민주당 경주시 지역위원장,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박_선거구획정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기초의원 선거구에 대해선 중대선거구제가 시범 도입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먼저 국회가 선거구획정을 기한 내에 진행한 적이 없던 것 같다. 이번에도 획정이 늦어진 데다 선거구도 조금씩 변동되면서 일부 예비 후보들은 선거 공보물이나 명함을 다시 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선거 한 달 남겨 놓고 선거구를 획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더군다나 중대선거구제 시범에서의 ‘시범’이란 것은 테스트할 게 있을 때 사용하는 말인데, 선거제도가 테스트할 사안인지는 모르겠다. 6월 지방선거를 마치고 국회에서 충분한 협의를 마친 후 다음 총선에서부터 적용할 수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급하게 진전시키는 데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했다고 본다.”

“내가 책임지는 남양주가 바로 중대선거구제 시범 지역이다. 인구가 5000명 차이에 불과한데 어느 선거구는 기초의원 5명을 선출하고, 어느 선거구는 3명을 뽑게 됐다. 대표성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중대선거구제 시범 시행에 따라 선거구도 이전과 달라졌다.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이 한데 묶이는 등 누가 봐도 민주당 소속 후보에게 유리해진 곳까지 생겼다. 지역에선 남양주병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입김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경주도 마찬가지다. 인접해 있던 마을이 찢어지는 등 선거구가 엉뚱하게 획정됐다. 그 결과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은 뿔뿔이 갈라졌다. 선거구 경계가 마을 생활권이 아닌 산 중턱에 놓여 있더라.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선거구를 심의·결정하지만 여기엔 원내 의원들의 의견이 다수 반영될 수밖에 없다. 선거구획정이 납득 가능하도록 이뤄져야 하는데, 의문을 제기하는 곳이 적지 않다.”

박_그럼 지역에서 열심히 뛴 청년 정치인이 중앙 정치로 나아갈 수 있는 활로는 있는 걸까. 가령 구의원, 시의원을 거쳐 국회의원까지 당선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나.

“어렵다. 그것이 좋은 방향인데 설령 자신이 그런 경로를 밟았다 하더라도 그걸 중앙에서 굳이 드러내지도 않는다. 선거 때가 되면 인재 수혈이 활발해지고 당에 오랫동안 헌신한 사람들, 특히 젊은층은 뒷전으로 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반대로 이준석 대표를 보면 중앙에선 말 그대로 ‘톱’을 찍은 건데 본인 지역인 노원병에선 소위 ‘마삼중(마이너스 3선 중진)’이다. 중앙에선 자신의 메시지가 먹히는 등 능력이 나타나지만, 이것이 지역에선 다른 거다. 중앙 정치와 지역 정치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역과 중앙을 모두 취하려면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데, 이를 정치 신인이 해내기란 쉽지 않다.”

“경험상 중앙당에서 입지를 키우려면 전략공천위원회 등 선거 때마다 조직되는 특정 위원회에 들어가야 하더라. 그런데 중앙에선 논의 내용의 보안이나 효율성 등으로 중앙에 있는 사람들만 기용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지역 사람들은 합류하지 못하고 그저 특정 행사 기념 촬영 들러리로만 소비된다. 물리적으로 지방과 서울을 오가기란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

“정의당의 경우 일단 지역구 자체가 약하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가 다음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사례가 적지 않다. 문제는 그러곤 모두 당을 떠난다는 점이다. 승리의 경험이 없으니 정의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효능감도 떨어진 데 따른 결과다. 지역에서부터 기반을 다지는 노력이 절실하다.”

박_그렇다면 세대교체를 비롯한 당의 혁신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공정한 경쟁이 중요하긴 하나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일종의 마중물이 더 필요한 듯하다. 지방·광역의원 경선 시 신인 정치인은 확실히 불리하다. 얼굴 알리기부터가 어렵다. 이준석 대표와 내가 정치 활동을 본격화할 수 있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2012년과 2020년 각각 당 비대위원으로 추대되면서부터다. 어떻게든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활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의당은 원내 인물들만 보면 이미 젊어졌다. 다만 청년 스스로 돌파할 수 있는 정치 기반이 부족한 거다. 현실적으로 선거 비용 부담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 국회에서 중대선거구제 시범 도입과 함께 선거 기탁금 인하를 확정했는데, 기탁금(기초의원 기준 200만원)이 아니라 선거 비용 보전 비율부터 늘려야 했다.”

“국민의힘은 그래도 과거와 비교해 일정 부분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본다. 환경이나 페미니즘, 장애인 등 과거 보수당에선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의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미 신호탄은 쏘아졌다고 본다.”

“공감한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공약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양측 모두 눈에 띄는 공약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복지나 교육 등 공통 가치에 대해선 양당이 생각하는 바가 비슷해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제는 어디가 더 대중정당으로 나아가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궁극적으론 정치가 솔직해지길 바란다. 청년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진심으로 있다면 그에 걸맞은 환경을 제대로 조성하고, 그게 아니면 유능하거나 유명한 사람만 공천하겠다고 차라리 밝혔으면 한다. 정치권의 방침과 행동이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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