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화 | 변호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 인재 교육 기업 오이씨랩을 창업했다.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서비스인 앙트십스쿨을 만들었고, 스타트업 인재 매칭 서비스인 조인스타트업을 통해 700명 이상의 스타트업 인재를 매칭했다. ‘장단’은 닉네임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는 다짐이 들어있다.

경기 침체의 신호 속에서도 매월 조 단위의 투자금이 스타트업을 향하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셀프인테리어 열풍을 만들어낸 오늘의집은 2350억원의 투자 유치 소식을 알렸다. 신선식품 플랫폼 마켓컬리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중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숙박 & 여행 플랫폼 야놀자, 부동산 플랫폼 직방, 콘텐츠 플랫폼 리디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마켓컬리, 당근마켓, 오늘의집, 토스, 직방, 배달의민족, 리디, 야놀자, 무신사 등은 모두 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선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유니콘기업의 영광을 곁에서 지켜보며 쓸쓸히 퇴장하는 스타트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투자금이라는 성장 펌프를 마다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성장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스타트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을 일구어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성공과 실패, 기쁨과 좌절의 롤러코스터를 견뎌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부의 추월차선, 창업에 뛰어들다

창업해서 성공하면 큰 부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창업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부는 창업의 결과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부를 좇으면 부가 달아난다고. 창업으로 얻게 되는 부의 결과는 수많은 창업가들이 도전에 나서고, 고통을 이겨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2021년 기준 세계 최고 부자 순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구글의 창업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2005년 무렵에는 대기업 상속자들이 부자순위 10위권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2021년의 모습은 달라졌다. 1위부터 10위의 순위권에 창업가의 비중이 50%로 늘어난 것이다. 대기업 쏠림 현상으로 창업생태계의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대한민국 경제생태계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흙수저 신화의 대표 창업가는 야놀자 이수진 대표다. ‘모텔 청소부 출신 CEO’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있는 이 대표는 창업이라는 생태계가 학력과 경력을 뛰어넘는 희망의 증거임을 보여주고 있다. IT 창업가 중에는 관련 분야의 근무 경력이 없는 이들도 많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치과의사로 일했고, 무신사 조만호 창업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운영했던 패션 커뮤니티가 플랫폼으로 진화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노동 자산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MZ세대들은 창업을 부의 추월차선으로 선택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창업은 ‘먹고사니즘’의 해결이 절박한 과제였다. 하지만 기술, 문화 창업 시대에는 그 이상의 ‘무엇’이 중요하다. 그들이 창업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 과정에는 ‘값지게, 나답게, 즐겁게’로 표현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토스 이승건 대표 ⓒ/ photo 토스
토스 이승건 대표 ⓒ/ photo 토스

값지게

세 번째 인터넷은행으로 선정된 토스 이승건 대표는 창업 전 치과의사였다. 안정적인 삶을 누리며 치과의사로 살아갈 수 있었던 그가 굳이 창업이라는 고난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군의관 시절 다양한 책을 읽으며 ‘더 큰 꿈’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창업 경험은커녕 일반적인 기업 경험도 없는 그에게 ‘창업’은 낯설고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는 팀원들과 함께 ‘살면서 자주 이용해야 하지만 불편한 것’ 찾기에 나섰다. 그런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금융 서비스였다. 2013년 당시, 컴퓨터로 인터넷뱅킹을 하려면 액티브X를 깔아야 했고, 모바일뱅킹앱은 접속도, 이용도 쉽지 않았다. 간편한 금융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 수많은 사람의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토스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준비하게 되었고, 2014년 2월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두 달 뒤인 4월 23일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당시 전자금융업자가 송금을 구현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서비스를 중단시킨 것이다. 토스는 포기하지 않고 규제 당국과 담당자 설득에 나섰고 1년이 흐른 2015년 2월에서야 다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서비스가 중단된 채 보내야 했던 1년의 시간은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넘쳐나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내는 시간을 통해 생겨난 맷집은 그 이후에도 몰아닥치는 난관을 헤쳐내고 혁신 금융의 꿈을 이뤄가는 오늘에 이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 ⓒphoto 스타일쉐어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 ⓒphoto 스타일쉐어

나답게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는 패션 잡지를 가득 채운 늘씬한 모델의 모습이 불편했다. 옷을 사 입는 소비자들의 모습과는 영 딴판인 그들의 모습은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해 보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창업세미나 덕분이었다. 2011년 스트리트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앱서비스, 스타일쉐어를 시작했다. 스타일쉐어는 늘씬한 모델이 아닌 내 모습, 친구 모습, 길거리에서 만난 모델의 모습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온라인 패션 서비스 29㎝를 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타일쉐어는 지난해 무신사에 3000억원에 매각된 후 무신사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스타일쉐어가 여러 온라인 패션쇼핑몰 사업자들의 러브콜을 물리치고 무신사와의 합병을 선택한 것은 두 회사가 모두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커머스 기업이라는 공감대에서였다. 그는 서비스를 매각한 이후에도 대표로 일하며 스타일쉐어를 통해 더 재미있고, 가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비록 창업가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수많은 난장을 해결해야 하는 해결사의 역할이라 하더라도. 그런 그에게 창업은 나답게 세상과 맞짱 떠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훕훕베이글 박혜령 대표 ⓒphoto 훕훕베이글
훕훕베이글 박혜령 대표 ⓒphoto 훕훕베이글

즐겁게

훕훕베이글 박혜령 대표는 빵순이였다. 마케터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월급을 모아 일본으로 빵투어를 다니고, 시간이 나면 빵을 만들었다. 하나둘 구입한 제빵기계가 방을 한가득 채울 무렵, 실패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로 사업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훕훕베이글이다. 베이글은 좋은 재료를 사용해 멋내지 않고 본연의 맛을 내면 되는 빵이라 자신과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창업 자금은 직장생활을 해서 모아둔 3000만원 중에서 2000만원만 사용하기로 했다. 1000만원은 실패할 경우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남겨두었다. 홍대 앞 빵집의 매대를 빌려 시작한 사업이 8년 만에 30명의 직원을 둔 사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즐겁게 동네에서 빵 굽는 아줌마로 살아가길 원했던 사업이 기대 이상으로 커지면서 고민도 많아졌지만, 새로운 일을 향한 호기심이 넘치는 그에게 창업은 어렵지만 즐거운 선택이 되어주었다. 그가 만든 빵은 딸에게 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자신감과 정성이 담겨 있다. 그는 똑같은 모양의 빵이라도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음식이 아닌 독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수익을 줄이더라도 재료의 질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쌓아온 정성과 진심을 아는 고객의 선택이 늘어나면서 마켓컬리 베이글 카테고리에서 1등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는 창업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하게 되었지만 다시 돌아가도 창업을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창업은 그가 원하는 일을 즐겁게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미 있게

기업이니 수익을 내는 것은 기본이지만, 수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들은 ‘소셜벤처(social venture)’라고 불린다. 소셜벤처로 사회문제 해결과 수익이라는 목표를 모두 이뤄가고 있는 기업이 이커머스 기업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핸즈다.

두핸즈 박찬재 대표는 대학생이던 2011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사건을 계기로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노숙인에게 숙소나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은 일시적인 해결방법일 뿐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박찬재는 소셜벤처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노숙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두손’을 시작했다. 전문 기술이 없는 노숙인들도 할 수 있는 단순노동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것이 종이 옷걸이, 컵홀더를 만드는 생활용품 제조사업이었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 제품을 만들고, 제품에 광고를 넣어 무료로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공헌에 기대어 운영되는 방식의 사업모델은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 그가 디자인제품을 만드는 작은 기업을 방문해 찾게 된 사업모델이 소규모 커머스 사업자를 위한 포장, 보관, 배송사업이었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물류서비스는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면서도 비즈니스로의 성장 가능성도 컸다.

60㎡(약 18평) 사무실을 창고로 삼고 직원 한 명과 함께 시작한 사업이 현재 누적 투자금 257억원을 받아 이커머스 풀필먼트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박찬재 대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이라는 도구를 선택했지만 기업의 존재는 고객의 선택과 매출로 증명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겉에서 볼 때 두핸즈의 사업은 여느 이커머스 풀필먼트 플랫폼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박찬재 대표가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 있게 걸어온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팀원들은 같은 일을 다르게 한다. 그 다름에 공감한 이들의 의기투합에 투자금이라는 실탄까지 충전되었으니 앞으로 두핸즈는 대한민국 소셜벤처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창업가는 자본주의라는 전쟁터의 선발대에 해당한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은 창업가가 바라는 기본적인 욕구이지만, MZ 창업가들이 주축을 이루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가치 있는 돈을 향한 열망이 함께한다. 기왕 하는 일이라면 더 멋지고, 더 즐겁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길 원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기업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난과 불협화음을 이겨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꾸는 꿈은 시대의 힘과 만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낼 것이다.

장영화 조인스타트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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