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파킨슨병, 심장병, 알츠하이머병 등에 걸릴 위험 여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최근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미국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 연구팀은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녹음된 환자의 목소리를 인공지능 컴퓨터 프로그램이 분석해 관상동맥질환을 정확히 예측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관상동맥 조영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참가자 108명은 미리 준비한 텍스트를 읽고 목소리를 녹음했다. 연구팀은 이어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음성 샘플 1만 개를 컴퓨터에 입력해 사람의 귀로는 잡아낼 수 없는 아주 미묘한 주파수와 소리의 높낮이, 소리 크기, 표현의 변화 등을 관찰했다. 특히 환자의 목소리에서 감지되는 특징을 집중 분석했다.

음성분석 결과, 관상동맥질환 환자들과 비슷한 목소리 특징을 가진 참가자들 중 거의 60%가 향후 2년 동안 가슴 통증이나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목소리와 관상 동맥 질환의 연관성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자율신경계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조절되므로, 자율신경계를 담당하는 심장의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실제 목소리는 우리 몸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목소리의 높낮이나 억양, 속도, 크기, 떨림은 화자의 당시 감정·성격 등을 반영한다. 목소리의 활용 가치가 높아지면서 의료계에서도 새로운 건강관리 도구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외에서는 목소리를 통해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목소리로 초기 치매 증상을 잡아내는 시스템이 시범 운영되는 중이다. 암스테르담 알츠하이머 센터는 노인들이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보내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치매 진단 여부를 판단한다. 저장된 알고리즘을 통해 노인들의 언어 습관과 동사 사용, 발음 등을 관찰해 치매 초기 증상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지표들을 포착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전화 목소리를 정밀분석해 성대의 떨림, 숨소리 등 목소리의 손상을 감지해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뉴욕대 연구팀은 퇴역 군인과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4만 건의 목소리 샘플을 분석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 특징을 찾아냈다는 보고도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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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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