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은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WAYS)'와 함께 6·1 지방선거 전까지 '청년 정치인을 찾습니다'는 연재를 싣고 있다. 이번은 9번째 주인공이다.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우인철(36)씨는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서울 광진구의회 미래당 소속 구의원(라선거구) 후보로 나선다. 그의 선거출마는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지난 2012년 만 26세 나이로 19대 총선에 전국 최연소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것이 그의 첫 선거 경험이었다. 그가 출마했던 선거 단위는 조금씩 달랐지만, 선거에 직접 나서는 이유는 항상 다음과 같았다.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이웃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우씨가 거대정당이 아닌 군소정당인 미래당 소속 후보를 고집하는 건, 양당의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현실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서다. 우씨는 서울 광진구에서 외롭지만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도전을 준비 중이다.

 

“나의 고민이 곧 선거출마 이유”

우인철씨는 대학교 학부생 시절 분자생명과학을 전공했다. 원래 계획대로면 그는 지금쯤 동기들처럼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원이 되거나 제약회사 등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2011년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전국을 돌며 각계 인사들과 함께 진행한 ‘청춘콘서트’가 그의 인생 계획을 송두리째 뒤바꿨다.

“콘서트에서 대학등록금, 취업, 비정규직 등 당시 청년들의 고민이 다수 다뤄졌다. 이때 콘서트를 지원하는 서포터스 활동도 있었는데, 나 또한 여기에 동참했다. 콘서트 현장 지원은 물론 일주일에 한 번씩 청년 문제를 소재로 한 토론도 따로 진행했다. 서포터스 인원은 전국 수천 명에 이르렀다. 이들이 한데 모여 우리 문제를 직접 이야기하고 공유하다 보니 공감대도 크게 형성됐다. 그러다 우리가 논의만 할 게 아니라 직접 목소리를 내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2012년 그렇게 만들어진 게 지금 미래당의 전신이기도 한 ‘청년당’이었다.”

청년당 창당이 이뤄지던 때는 19대 총선 준비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우씨는 청년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 위해 당시 총선에 청년당 소속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기로 했다. 전국 최연소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였다. “당선이 목표였다기보단 나와 내 후배들이 직면하고 있는 청년 문제의 심각성과 당의 취지를 공유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다.” 당시 그가 속한 청년당은 정당득표율 0.34%를 기록했지만 무의미한 도전은 아니었다고 본다. 5년 후 지금의 미래당 재창당의 기반이 됐고 우씨 개인에게는 향후 정치 인생을 시작하는 발판이 됐다.

2017년 청년당을 계승한 미래당 창당에 함께한 우씨는 미래당 소속으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2020년 21대 총선에 연이어 출마했다. 우씨는 “그때그때마다 내가 고민하고 겪는 문제가 선거출마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출마 당시엔 내 스스로가 청년 주거 문제를 겪고 있었고 이에 누군가는 청년 주거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청년당에서부터 거론해온 대학등록금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21대 총선 당시엔 국내에도 해외의 갭이어(gap year) 정책, 즉 청년들이 학업이나 일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여행·교육·인턴 등의 활동으로 적성을 찾고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이 제도적으로 정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크게 느껴 출마했다. 그때 당시 추진한 게 ‘청년 마음껏 3년법’ 입안이다.”

이번에 그가 광역이 아닌 기초단위인 구의원 선거에 나선 건, 지금 직면하고 있는 자신의 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결혼 후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루면서부터는 육아 교육, 산모 지원, 거주자 주차 문제, 소음 문제, 도로 안전, 치안 문제 등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모두 생활정치의 일환이자 지역 단위에서 보완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국회보다는 구의회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 봤다. 선거 단위를 좁혀 구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우씨는 선거 중간중간에는 생계유지를 위해 가치혼합경영연구소 등 사회정책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는데, 그가 참여한 대표 연구로는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한 ‘다윗 프로젝트’ 등이 있었다. 그는 또 광진리사이클링이란 이름의 사업체를 꾸려 여러 원료·물질 재활용 비즈니스를 기획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모두 지역사회 공헌과 맞닿아 있는 일들이었다.

 

“방사능 안전 급식 위해 주민조례 청구”

현재 우씨는 지역에서 다양한 주민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한 급식을 목표한 ‘광진구 방사능 안전급식 주민참여 조례 청구’는 그의 대표 지역 활동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이 논란이 되던 때부터 12월까지 광진구민 6800여명의 동의를 얻어 관련 조례를 구청에 청구했다. 청구 필요 최소 기준인 전체 주민의 2%(6120명)를 훌쩍 뛰어넘은 수였다.

“방사성 물질은 특히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아이들 밥상, 특히 급식에서는 의무적으로 검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시 내 자치구 7곳을 제외하면 모든 지역에서 이 방사성 물질을 정밀 검사할 수 있는 조례안이 부재하더라. 광진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구청과 교육청이 지역 내 어린이집과 초·중·고등학교를 관할하지만 급식 내 방사성 물질 검사를 행할 순 없었다. 의무 검사 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주민들과 형성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금은 구의회의 조례 심의를 앞두고 있다.”

우씨는 동별로는 서로 다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라선거구 지역 중 한 곳인 광진구 화양동은 건국대를 끼고 있어 전체 주민 63%가 2030세대인 데다 1인 가구 비율은 79%에 달한다. 가구 평균 가족 구성원 수는 1.3명이다. 반면 자양3동은 다수의 학교를 포함하고 있어 가족 단위 가구가 많으며 아파트, 다세대가 밀집해 있다. 평균 가족 구성원 수는 2.75명이다. 지역의 특성이 다르니 안고 있는 문제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더라. 이에 화양동은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여성 치안을 위한 가로등 확충 및 무인택배함 설치 등이 시급하고 자양3동은 아이 보육 지원책 등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씨는 “이런 식의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지역별 정책 입안을 할 수 있는 건 구의회뿐”이라며 “광진구의회에 입성해 다양한 지역민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번 광진구의회 세대교체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도 말한다. “현재 광진구의회 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8.9세다. 주로 50대, 60대로 구성됐다는 이야기다. 물론 경륜과 지혜를 갖춘 분들이지만 의회가 지역을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선 다양한 세대가 의회에 입성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선거가 나로 하여금 이를 실현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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