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건설한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 ‘톈옌(天眼·하늘의 눈)’. 지름 500m 구면 전파망원경으로 ‘패스트(FAST·Five hundred 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라고 불린다. photo 뉴시스
중국이 건설한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 ‘톈옌(天眼·하늘의 눈)’. 지름 500m 구면 전파망원경으로 ‘패스트(FAST·Five hundred 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라고 불린다. photo 뉴시스

최근 중국 과학자들이 외계 문명의 징후로 의심되는 신호를 포착했다고 주장해 화제다. 지난 6월 14일 중국 과학기술부 공식 신문인 ‘과기(科技)일보’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사범대학 천문학과 연구팀이 ‘지구 밖에서 기술의 흔적과 외계 문명의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 신호’를 발견했다. 얼마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미확인 비행물체(UFO)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어진 소식이라서 외계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름 500m 톈옌 전파망원경 포착

연구팀의 수석과학자 장퉁졔(张同杰) 교수는 2019년과 2020년 외계 문명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2개의 신호, 그리고 올해 하나의 의심 신호가 발견되었고, 이들 신호는 과거에 발견되던 신호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보통 발견되는 여러 협대역(주파수대의 폭이 좁은 대역) 전파와는 양상이 달라 정밀 조사 중이고, 한편으론 이 새로운 신호가 일종의 전파 교란일 가능성도 있어 그런 면도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신호는 중국이 건설한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 ‘톈옌(天眼·하늘의 눈)’을 통해 포착했다. 지름 500m 구면 전파망원경으로 ‘패스트(FAST·Five hundred 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라고 불린다. 2011년 구이저우성 핑탕현의 산꼭대기에서 착공을 시작한 지 5년 만인 2016년 9월 완공돼 시범 운영을 해오다 2020년 9월 정식으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TI)’에 착수했다. 톈옌의 가장 큰 목표는 외계 문명을 찾는 것이다.

전파망원경은 굴절망원경이나 반사망원경처럼 천체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관측기구가 아니다. 안테나와 전파 수신기를 이용해 천체가 내뿜는 전파를 모아서 그 천체의 위치와 크기, 구성 성분을 알아낸다. 주로 거대한 포물면 접시형 안테나를 써서 빛을 집적하고 분광한다. 안테나 지름이 클수록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잘 수신할 수 있다. 또 역으로 지구에서 우주로 전파를 보내 다른 행성에서 전파가 어떻게 반사되는지 알아내기도 한다.

톈옌은 축구장 30개 넓이(25만㎡)에 해당하는 크기의 세계 최대 단일 접시 전파망원경이다. 구형 표면에 덮인 반사경의 기울기를 컴퓨터로 조정해 망원경의 초점을 바꿀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성능 면에서 볼 때 푸에르토리코에 설치됐던 전파망원경 아레시보(Arecibo)의 10배다.

외계와의 소통 수단으로 전파에 의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간의 몸을 끌고 가기에는 별들이 너무 멀기 때문이다. 태양계를 벗어날 로켓의 동력원으로 수소 연료를 쓴다면 태양계 전체의 수소를 다 소비해야 한다. 유인우주선을 띄운다면 현재 인간의 수명으로는 겨우 목성까지 갈 수 있다. 그동안 세계의 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우주를 연구하고 외계 문명이 보내는 전파 신호를 모으기 위한 노력을 수십 년간 해왔다. 우주 어딘가에 지적인 생명체가 있다면 반드시 전파를 이용해 시그널을 보내올 거라는 생각에서다.

톈옌은 멀리 떨어진 은하의 물질과 희미한 전파를 감지할 수 있다. 이미 최초로 연속 활성 ‘고속 전파 폭발(FRB·Fast Radio Burst)’을 발견해 지난 6월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고속 전파 폭발’은 우주로부터 들려오는 ‘꽝’ 하는 굉음이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파의 지속 시간이 아주 짧다. 불과 수밀리초(㎳·1㎳는 1000분의1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뿜어내는 에너지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태양이 1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1밀리초 만에 방출한다.

‘고속 전파 폭발’은 2007년 처음 감지된 이후 약 20번이 확인되었다. 도대체 우주의 무엇이 이렇게 강력한 전파를 뿜어내고 있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이 신호의 발신원을 찾아내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연구해 왔지만 정확히 어디서 발생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전파의 지속 시간이 너무 짧아서 제대로 분석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FRB는 ‘외계인이 내는 소리’라고 불릴 정도로 천문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장퉁졔 교수팀을 비롯해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번에 포착한 전파 신호는 물론 FRB의 모든 비밀을 풀어낼 예정이다. 이들의 분석 과정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 신호가 외계 문명이 보낸 것으로 확인된다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될 것이다.

 

NASA, 외계 문명에 새 메시지 보낸다

한편 NASA는 아레시보 메시지 송출 50주년을 앞두고 우주에 존재할지 모르는 외계 문명에 인류와 지구를 소개하는 편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인류가 두 번째로 보내는 전파 메시지다. 메시지의 초안은 NASA 연구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다국적 과학자들이 작성해 국제학술지 ‘갤럭시스(Galaxies)’에 발표했다.

NASA는 1974년 11월 17일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통해 처음 전파 메시지를 보냈다. 지구에서 2만5000광년 떨어진 구상성단 M13(허큘리스 대성단)이 목적지였다. 이 성단을 택한 이유는 당시 관측한 밤하늘에서 별들이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메시지를 보낼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50주년을 기념해 2024년 3월이나 10월로 예상된다. 메시지 제목은 ‘은하의 신호등(Beacon in the Galaxy)’이다. 내용은 첫 메시지를 참고해 만들었다. 분량은 처음(210바이트)에 비해 121배 늘어난 2만5500바이트다. 외계인이 인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손 흔드는 남성과 여성’의 그림, DNA, 아미노산, 포도당 등의 생물학 정보를 비롯해 태양계 모습과 지구의 주요 원소, 아라비아 숫자, 메시지를 보낸 시간 기점 등을 담았다. 또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오거나 지구에 답신을 보낼 수 있도록 지구 위치를 담은 우주 지도를 포함했다.

메시지 내용은 처음과 같은 2진법 코드로 표시된다. 수학의 가장 단순한 형태인 이진법은 일단 외계인도 수를 사용할 거라 생각했고, 숫자를 그림으로 나타내는 게 편할 것이고, 외계 생명체가 이해할 가능성이 가장 큰 표기법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메시지는 전파 신호로 변경해 송출된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2020년에 무너져 철거돼 중국의 톈옌과 미국 SETI연구소의 알렌 망원경이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목적지는 우리은하 중심에서 6520~1만9560광년 사이에 있는 성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지적 생명체가 출현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은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톈옌이 포착한 신호에서든 우주로 보내는 메시지에서든 외계 문명의 존재가 꼭 확인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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