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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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신상진(66) 성남시장은 의사 출신으로 과거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옥살이까지 했다. 자신이 위장취업을 하며 운동을 시작했던 성남시 중원구에 ‘성남의원’을 개원한 이후 지역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진보 정서가 강한 중원구에서 보수정당 출신이 국회의원 4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신 시장은 당선 후 전임 이재명·은수미 시장 관련 의혹을 정리하고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지역 숙원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시청 시장실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신 시장은 “대장동, 백현동 등 특혜 비리 의혹 사건을 깨끗하게 밝히고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전임 시장 관련 핵심 의혹 대상인 성남FC에 대해서는 “비리의 대명사가 되었다”며 “기업에 매각하거나 어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적자가 쌓이고 있는 성남시의료원은 “서울 보라매병원처럼 시민들이 좋아하는 병원으로 만드는 개선책”을 제시했다. 

- 지난 지방선거 당시 많은 공약을 내걸었는데 그중 무엇이 가장 시급한가. “우선 인사를 마무리하고, 인수위 정상화특별위원회 조사를 통해 밝혀진 대장동, 백현동 등 특혜 비리 의혹 사건을 깨끗하게 밝히고 정리하겠다. 그래서 성남시가 새로운 이미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성남 구도심과 분당 1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이 중요한 현안이다. 시민들의 요구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 직속으로 ‘재개발·재건축 추진 지원단’을 만들겠다. 모란에서 판교까지 8호선 1차 연장 구간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 중인데,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

- 7월 20일 인수위에서 설치했던 정상화특위가 종료되는데, 향후 처리 방향은. “전임 시장 시절 불거졌던 의혹과 관련해 밝혀진 것들을 정리하는 백서는 마무리 단계다. 제기된 의혹 관련 수사 의뢰는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수위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할지, 시장이 처리할지는 좀 더 논의해 보겠다. 투명하게 공개하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뽑아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의 당사자이자 몸통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대선 후보로 나왔기 때문이다. 대장동 문제는 전혀 수사가 안 되었다. 이 전 시장은 ‘대장동 설계는 내가 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재명 전 시장은 조사 한번 안 받았다. 이제 문제를 밝히기 위해 재수사가 필요하다.”

- 최근에야 관련 수사가 다시 재개된 것인가. “얼마 전 성남시에 이재명 시장 관련 이메일 압수수색이 들어왔는데, 이재명 당시 시장 때 서버 용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3년이 지난 이메일을 자동 삭제하게 만들었다. 압수수색까지 와서 아무것도 못 가져갔다. 경찰이 와서 이런 얘기만 듣고 그냥 가버린 것이다. 성남시는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12년 민주당 집권을 끝냈다. 이것(대장동 등의 의혹)을 그냥 덮는다는 것은 국민의 바람을 배신하는 것이다. 배임죄가 된다.”

- 전임 시장과 관계자들이 쓰던 업무용 휴대폰을 경찰에 넘겨 사건에 협조하면 안 될까. “다 없어졌다. 업무용 휴대폰은 그만둘 때 다 반납해야 한다. 비서실에 있던 사람들은 미반납한 경우도 많고 이재명 시장이 쓰던 휴대폰은 ‘확인불가’라고 한다. 이것은 감사로 밝혀내야 한다.”

- 성남FC의 경우 주식회사라는 이유로 자료 요청을 거부했다. 이제 구단주로서 자료를 받아 공개할 계획은 없나. “내가 취임한 이후, 성남FC가 정상화특위가 요청한 자료를 다 내놓았다. 여러 대기업이 자기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것들이다. 성남FC는 지출에 대해 투명하게 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것을 정상화특위에서 다 밝혀내기는 어렵고,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 작년에 충분한 조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재명 전 시장이 분당경찰서에 출두하지 않고 서면으로 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현재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맡아서 다시 조사하고 있다.”

- 성남FC의 경우 시에서 매년 100억원 정도가 나가고 있다. 향후 운영 계획은 무엇인가. “성남은 과거 펜싱, 사격 등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나올 정도로 잘 육성이 되었다. 그런데 성남FC는 1부 리그에서 꼴찌를 거듭하고 있다.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높여줘야 하는데, 매년 100억원씩 쓰면서 꼴찌를 하고 있다. 거기다 대외적 이미지를 높이기는커녕 부정부패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새로 구단주가 된 이상, 이대로 놔두면 나도 공범이 될 수가 있다.”

- 성남FC에 선수를 더 영입하는 투자를 하면 어떨까. “체질 개선과 근본적인 혁신 없이 돈을 넣는다면 ‘돈 먹는 하마’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선 의지도 없고 꼴찌만 하고 시민들의 혈세를 먹는 하마를 계속 갖고 가는 것은 성남시민들에 대한 배임이라고 본다. 성남FC 하면 비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어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 대장동 입주민의 경우 부족한 기반시설·교통으로 생활이 어렵고, 송전탑 지하화가 이뤄지지 않아서 불만이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사실 기반시설과 교통이 부실하고, 과밀학급으로 힘들다. 송전탑 지하화는 환경부가 사업시행자 ‘성남의뜰’에 하라고 지시했는데 아직도 안 하고 있다. 원래 성남시는 지난 6월 말 부분 준공을 해주려 했는데, 인수위 때 하지 못하게 했다. 입주민들이 준공을 받지 못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부분 준공을 해주면 환경부의 지시 미이행으로 향후 전체가 준공이 되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러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 이재명 전임 시장의 치적으로 꼽히는 성남시의료원의 경우 향후 매년 1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적자는 맞다. 매년 800억~1000억원 정도 될 것이다. 적자 이유는 시민들이 잘 이용을 안 해서 그렇다. 성남시의료원은 대학병원 위탁을 전제로 해서 세워진 것이다. 서울 보라매병원의 경우 시에서 5년 동안 직영으로 운영했으나, 적자가 쌓이고 시민 만족도 역시 별로 좋지 않아서 서울대병원에 위탁했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다 오니까 만족도가 올라갔다. 적자 폭도 줄었다. 성남시의료원도 원래 시 조례에 대학병원에 위탁한다고 돼 있었는데, 그걸 바꿔서 이재명 전 시장이 직영으로 했다. 일반 대학병원보다 진료비가 저렴한 것은 장점이지만, 진료 수준은 형편없다.”

- 성남시 주변에 차병원, 제생병원, 서울대병원뿐 아니라 위례에 길병원까지 들어선다.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시킬 것인가.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적자 폭을 줄여야 한다. 서울 보라매병원처럼 시민들이 좋아하는 병원으로 만드는 개선책을 찾겠다.”

- 현재 성남시는 구도심과 신도심의 격차가 큰데 균형발전 방안은 무엇인가. “분당은 강남 이상으로 기반 시설이 좋지만, 철거민 집단 이주로 시작된 구도심은 아직도 기반 환경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 여건도 차이가 난다. 이제 통합의 도시로 균형 발전해야 한다. 구도심의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고용, 창업을 지원해서 일자리를 확충해야 한다.

분당은 1기 신도시 주택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건축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교통을 원활히 연계해서 지역 소통을 원활하게 해줘야 한다. 구도심 모란에서 판교역 간 이동을 자유롭게 해서 서로 쉽게 어울리게 해야 한다. 여기에 문화 격차도 해소해야 한다. 구도심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겠다. 단독주택 노후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시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해 주는 차원에서 주거지역 종상향 등 제대로 된 개발대책을 세워야 한다.”

- 판교는 경기도라기보다 강남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판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집값이 너무 비싸) 판교에 살 수 없다는 ‘한탄’도 한다. “실제 판교 직원 가운데 성남시민이 별로 없다. 80% 이상이 다 외지인이다. 판교에 부족한 주거 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판교의 배후 주거단지를 확충해야 한다. 판교와 인접한 백현동에 ‘백현마이스 산업단지’가 있다. 일단 이곳을 개발하기 위해 재검토를 지시했다. 청년 아파트, 1인 가구 아파트 등 판교에 출퇴근하는 젊은층을 위해 백현동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낙생지구, 금토지구 등 판교 인근 서판교 지역에 새로운 주거단지를 확충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성남 인구가 93만명인데, 100만명으로 늘어나서 ‘특례시’의 요건도 충족시킬 수 있다.” 

- ‘특례시’가 되면 무엇이 좋아지나. “행정서비스에 시의 재량이 더욱 많아진다. 공무원 수와 부서도 늘릴 수 있다. 행정서비스를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임기 안에 성남시를 ‘특례시’로 승격시키겠다.” 

-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데다 건설 불경기를 맞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어렵지 않을까. “주민들이 노후화된 주거환경 개선을 원하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에 기초해서 추진해야 한다. 주택 공급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시민들이 요구하고 있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고,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경기 불황 등과 상관없는 자연스러운 시민들의 바람이다. 지금부터 추진한다고 해도 5~10년이 걸리는 사업이다. 억지로 인위적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 불황이라는 일시적 상황 때문에 늦출 수는 없는 것이다.”

- 1기 신도시를 한꺼번에 재건축할 수는 없고 순차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 순서는 어떻게 정하나. “성남시는 2000년대 초반 성남 수정구, 중원구 원도심을 순환식으로 재개발했다. 노후화가 심각한 순서대로 재건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집값 조정기에 공급을 늘리면 부동산 시장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민들의 내집 마련 욕구를 부동산 시장 상황만을 고려해 생각하면 안 된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따지기 전에 너무 낡은 주택에서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시민들의 바람은 정당한 것이다. 절대적 필요와 요구가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영향 등은 좀 더 정책적으로 살펴볼 문제다. 성남시 입장에서는 주택 공급,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대의명분에 따라야 한다.”

- 얼마 전 이상일 용인시장 등과 만났는데, 무엇을 논의했나. “용인 수지구 고기동과 성남 분당구 대장동을 잇는 고기교 확장과 지하철 3호선 연장 방안을 논의했다. 지하철 3호선의 경우 성남·용인·수원시가 공동으로 타당성 용역을 수행 중이다. 차량기지를 어디로 하느냐의 어려움이 있는데, 그렇다면 중전철이 아닌 소규모 경전철로 철도망을 구축하는 것을 조율 중이다.”

- 3호선은 GTX-A와 중복되지 않을까. “중복이 안 되는 것이, 용서고속도로 인근의 도시개발 사업이 크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 신봉·성복지구와 성남 금토지구, 서판교 등 수요를 감안한 것이 3호선이다. GTX-A는 판교, 동탄으로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 출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3호선, GTX-A 둘 중 하나를 타는 것 아닌가. “둘 다 북에서 남서쪽으로 비슷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민들의 수요가 달라서 중복되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역도 다르고, GTX는 역을 촘촘하게 할 수가 없다.” 

- GTX-A가 현실화되어도 교통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효과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해법은 무엇인가. “맞는 이야기다. GTX-A 성남역이 분당 이매동에 생기는데, 아파트 한가운데 역이 생긴다. 도로도 비좁아서 복합 환승센터를 버스와 연계해서 좀 더 크게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교통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방법을 찾아보겠다.” 

- 안철수 의원(분당갑)과는 소통을 하나.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설령 중앙정치, 노선에 따라 다툼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남시 국회의원과 시장은 국비를 더 가져오고 성남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 성남 발전은 우리의 공동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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