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8·28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8·28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다수의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의원은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에서 보듯 민주당 내부에선 이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이 의원이 당대표에 오를 경우 친명·반명 간 계파 갈등은 물론 특히 그 갈등의 배경이 되는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과제로 남는다.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는 여당 입장에서 보면 고양이 앞에 던져진 생선과도 같다. 그럼에도 이 의원이 당대표 도전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사실상 그의 정치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당대표 출마 선언 당시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먼지만큼의 흠결이라도 있었으면 이미 난리 났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당 안팎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현재 이 의원 관련 주요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팀만 해도 과거 ‘혜경궁 김씨’ 사건을 수사했던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검찰이 혜경궁 김씨 사건을 각하 결정했던 만큼 이번 수사팀은 수사를 더 촘촘하게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 당대표 출마 선언 전부터 ‘9월 기소설’ 등이 제기됐던 건 이런 배경에서였다. 이 의원도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는 것이 당의 주된 시선이다. 그는 당대표 출마에 앞서 친문 등으로 분류되는 의원실을 직접 돌며 당 의원들과의 접점을 늘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건 다름 아닌 ‘당헌 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이다. 이 당헌은 당 인사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될 경우 직무정지 등의 징계를 받으나, ‘정치보복’ 등 부당한 이유로 기소될 경우 이를 모두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결국 이 의원이 당대표 당선후 자신의 정치적 전략 카드로 이 당헌과 함께 ‘정치 보복’ 프레임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거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최근 행보, 구체적으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 결과 번복’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영상 공개’ ‘국정원 압수수색’ ‘탈원전 정책 폐기’ 등을 두고 “전 정권을 향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나 산하기관 수사, 발표 자료 등 모든 내용이 전 정권과는 반대된다는 이유 등에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에 대한 검경의 조사, 기소 등이 아무리 사실관계에 의거해 이뤄진다 해도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 또한 정치보복 프레임이 정치적으로 유효하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당헌 80조의 1항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80조의 3항이다. 1항의 처분을 받은 자 중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검경의 일련의 압박이 정치탄압 등으로 해석될 경우 당의 제재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리심판원은 30일 이내에 심사·의결하며, 징계처분이 취소된 경우 제1항의 직무정지는 효력을 상실한다.

현재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5명 이상을 외부 인사로 둬 독립성을 갖출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당대표 등 지도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윤리심판원장과 윤리심판위원 모두 당대표의 추천을 거쳐 임명되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금태섭 당시 민주당 의원이 당론으로 정해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통과에 기권표를 냈다가 경고 처분을 받고, 지난 대선에서 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이재명 의원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했다가 당원자격정지 8개월 징계를 받았던 건 이런 배경에서였다. 이 의원을 향한 검찰의 기소 또한 이 의원 본인이나 당 의지에 따라 충분히 정치적으론 무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자리까지 이재명계가 휩쓸 경우 이 의원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당 입장에선 향후 이 의원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리스크’ 일찍 소화하는 것도 방법”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의원 당대표 당선을 막기 위한 예비후보자들 간 단일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친문계가 협공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 7월 19일 박용진 의원은 “1 대 1 구도를 만들면 ‘어대명’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며 후보 단일화 이슈를 처음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반대하며 당에서 가장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친문계의 전해철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97그룹이 단일화하면 단일화된 후보를 지지하고 도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월 17일 가장 마지막으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계의 설훈 의원은 일찍이 이 의원 견제 차원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거란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회자됐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97그룹과 친문계가 단일화를 한다 해도 혁신 차원에서 기존 친문 인사를 앞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97그룹이 전면에 나서게 될 텐데 아무리 새 얼굴이라 해도 1600만표를 얻었던 지난 대선 후보를 꺾기는 쉽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당내에선 후보 단일화나 물밑 지원이 친문, 친명 간의 계파전 양상을 띠어 당의 쇄신 노력이 무의미해질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당 일각에선 ‘이재명 리스크’를 아예 일찍 소화하여 털어내자는 의견도 나온다. 다음 총선까지 2년이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이 의원 의혹 및 이슈를 처리하고 남은 1년 사이 새 지도부를 꾸려 총선에 나서자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의 윤 정부와 여당의 헛발질이 지속된다 했을 때 민주당은 이 의원 이슈만 일찍 잘 털어내도 다음 총선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후보자 명단에는 박용진·김민석·이동학·이재명·설훈·강훈식·강병원·박주민 등 총 8명이 올랐다. 당은 오는 28일 예비경선(컷오프)을 실시해 이 중 3명만을 본경선에 내보낸다. 예비경선은 중앙위원회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당대회가 이 의원과 당 모두에게 또 다른 중대 시험대의 첫발이 될 거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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