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5월 9일 마이애미 프리덤타워에서 연설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5월 9일 마이애미 프리덤타워에서 연설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24년 미국 대선에 재도전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앞길에 먹구름이 짙게 일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는 자신이 패한 2020년 대선의 정당성에 대해 줄기차게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인플레이션 등 바이든 정권의 실정(失政) 때문에 트럼프의 2024년 백악관 탈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의회에서 진행 중인 의사당 난입사태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은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 미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76세의 고령(高齡)이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공화당 내에서 후보교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꼽힌다.

 

균열이 가기 시작한 트럼프 지지세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굳건한 지지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뉴욕타임스와 시에나칼리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7월 1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예비선거 유권자 중 49%는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이외의 후보 가운데에는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5%, 2016년 대선에 출마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7%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정치적 선택의 선행지수로 평가받는 35세 이하 유권자의 절대다수인 64%와 대졸 이상 유권자의 65%는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지난 1월 6일 의사당 난입사태 당시의 행적 때문인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공화당 예비선거 유권자 중 75%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경쟁할 권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갔다”고 답한 유권자도 20%나 됐다.

트럼프를 위협하는 공화당 내 최대 경쟁자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듯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이다. 드산티스는 대졸 이상, 2020년 바이든을 찍은 젊은 공화당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이다. 2020년 트럼프를 찍은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44%는 드산티스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채널인 폭스뉴스 시청자 조사에서는 트럼프와 드산티스가 후보 결선에 나서면 트럼프 62%, 드산티스 26%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채널의 공화당원들 상대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16%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바이든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원들에게 트럼프의 가장 큰 문제는 바이든과의 경쟁에서도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과 붙으면 44 대 41로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의 직무수행 지지도가 33%로 추락한 시점에서 접전으로 나타난 점은 공화당 엘리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트럼프의 극성 지지자들도 문제라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면 공화당원의 16%는 바이든이나 제3당 후보를 찍거나 투표에 불참하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원의 경우 바이든이 트럼프와 다시 붙으면 8%만이 바이든을 찍지 않겠다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타임스는 바이든이 승리한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원의 9%는 트럼프를 찍지 않았으며, 민주당원의 4%는 바이든을 찍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AP통신·시카고대학의 AP 보트캐스트(VoteCast) 조사를 근거로 “트럼프가 16%의 공화당원 표를 잃는다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전문 미디어인 ‘더힐’도 지난 7월16일 트럼프가 2024년 공화당 후보경선에서 분명히 선두주자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드산티스가 점차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6월 뉴햄프셔그래니트대학에서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드산티스 39%, 트럼프 37%의 지지율로 오히려 드산티스가 앞섰다. 최근 네바다주의 KLAS TV·더힐·에머슨대학 공동조사에서는 드산티스나 트럼프나 모두 바이든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공화당 전략가 케이트 노튼은 뉴욕타임스·시에나칼리지 조사를 근거로 “트럼프는 하향세”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솔 아누지스도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더 젊고, 더 새로운 공화당 지도자들이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28일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모임(CPAC)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photo 뉴시스
지난해 2월 28일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모임(CPAC)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photo 뉴시스

트럼프 기소될 경우 가장 유력한 대안

현재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경쟁자들은 드산티스 말고도 점차 늘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 몸담았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등도 출마를 결심하고 아이오와주나 뉴햄프셔주 등을 돌며 선거운동에 돌입하고 있다. 톰 코튼·조시 홀리·팀 스콧 상원의원 등도 기대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힐은 트럼프에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플로리다를 개방된 상태로 유지하여 칭찬을 받은 드산티스 주지사라고 분석했다. 더힐은 “드산티스가 트럼프에 맞설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공화당 차세대 주자로 보고 있다.… 드산티스는 곧 공화당 거액후원자들 및 공화당 주지사들과 모임을 가질 계획이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드산티스 측근들이 최근 진행 중인 의사당 난입사태 청문회 이후 트럼프가 기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 트럼프는 2024년에 출마가 어려워지며 드산티스에게는 백악관행 길이 활짝 열린다. 주간지 ‘뉴스위크’는 공화당 후원인들이 트럼프를 향해 “엿 같은 쇼는 그만 집어치우라”고 말하며 드산티스 같은 다른 지도자감을 후원하려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플로리다의 ‘마이애미헤럴드’는 지난 7월 16일 “드산티스 주지사 자신은 올 11월 주지사 재선에 집중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는 2024년 대선에 나서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콧 워커 전 위스콘신 주지사는 “내가 가장 자주 듣는 이름은 론 드산티스이다. 사람들은 드산티스가 트럼프와 같은 배짱을 가지고 있지만 더 새롭고, 더 젊고, 더 신선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마이애미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드산티스에 대한 관심은 평당원들 사이에서 더 높다고 한다. 특히 드산티스는 플로리다 이외 지역의 소액 기부자들로부터도 큰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산티스는 2018년 주지사 당선 이후 1억4000만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했는데 이 중 3분의1이 넘는 5000만달러가 플로리다 밖에 사는 9만명이 후원한 것이라고 한다. 헤럴드는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드산티스의 인기는 리얼하다”고 전했다. 지난 5월에는 드산티스의 대선 출마를 권유하기 위한 정치활동조직인 ‘론을 위한 준비(Ready for Ron)’가 결성되기도 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출마 전에 ‘힐러리를 위한 준비(Ready for Hillary)’가 결성된 것과 흡사하다.

공화당원들만 드산티스를 주목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차기주자로 꼽히는 정치인들도 그를 견제하고 나섰다. 예컨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그를 비난하는 광고를 냈다. 뉴섬 주지사는 2024년 대선 민주당 후보 가능성이 있어 드산티스의 라이벌로 꼽힌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지난 7월 14일 올랜도에서 여성들의 낙태권을 제한하는 드산티스를 비판했다. 드산티스는 이러한 비판에 “나와 플로리다에 대해 모든 사람이 말하기를 원한다. 나는 여기서 직분을 실천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의 드산티스 지지

세계 최고의 부호인 테슬라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드산티스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머스크는 요즘 신공화당원(Neo Republican)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무려 1억90만명에 달하는 트위터 팔로어를 무기로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해 1월 6일 의사당 점거시도 사건으로 계정이 폐쇄될 때까지 팔로어가 880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머스크의 팔로어가 훨씬 더 많다. 머스크는 현재 51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없어 그가 차기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뜨거운 관심거리였다.

머스크는 지난 6월부터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적들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80대 지도자들이 이끌어야 하는가”라며 대통령 후보들의 고령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트럼프 지지자들조차도 이러한 문제 제기에는 일부 공감하는 분위기다. 2024년 대선 때가 되면 바이든은 82세가 되며 트럼프는 78세가 된다.

머스크는 지난 6월 15일 트윗에서 텍사스주 하원 보궐선거에 참여한다며 “공화당원에게 처음 투표했다. 중간선거에서 거대한 붉은 물결이 일기를 바란다”고 일단 공화당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에서 붉은색은 공화당의 상징이기 때문에 머스크가 공화당의 압승을 기대한 것이다. 이어 지난 6월 21일 블룸버그 회견에서는 2024년에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현 시점에서 그 선거에서 누굴 찍을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2000만~2500만달러를 후원하겠다는 말만 했다.

자신에 대한 확실한 지지의사를 표시하지 않자 트럼프가 머스크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며 “머스크는 얼마전 ‘나는 공화당원에게 투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줄을 몰랐다. 그는 나에게는 내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엿 같은 예능인(bullshit artist)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이런 트럼프의 비판을 여유 있게 받아넘겼다. 머스크는 7월 11일 “나는 트럼프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는 모자를 벗고 석양을 향해 떠나야 할 시간이다”라며 정계은퇴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원들은 트럼프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 트럼프의 유일한 생존 방도가 대통령직을 탈환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글도 트윗에 올렸다.

머스크가 이런 글을 올리자 팔로어들은 트럼프와 드산티스가 맞붙으면 누굴 택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머스크는 “트럼프는 2024년 당선돼도 임기가 끝나면 82세가 된다. 미국 대통령은 고사하고 어떤 일을 하든 최고경영자가 되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이다. 2024년에 드산티스가 바이든을 상대로 뛰면 드산티스가 쉽게 승리할 것이다. 그는 선거운동조차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의사당 난입 청문회장.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의사당 난입 청문회장.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네이비실로 이라크전에도 참여

올해 43세인 드산티스 주지사는 이탈리아계 부모를 둔 플로리다 출신이다. 그의 어머니는 간호사, 아버지는 넬슨TV시청률 조사기관 설립자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즐기며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자신이 소속된 리틀리그팀 주장으로 뛰면서 팀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까지 이끈 경력이 있다. 그는 가톨릭학교와 더네딘고교를 나온 후 예일대에서 역사를 전공했는데, 예일대에서도 야구팀 외야수 및 중심타자로 활약했고 2001년에는 예일대 야구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3월 예일대학보는 드산티스가 야구팀 주장으로 “모든 사람을 돕는 진정한 지도자였다”고 보도했다.

그는 예일대 사학과를 최우수등급으로 졸업한 후 하버드 법대로 진학하여 거기서도 우등으로 졸업했다. 이후 ROTC 법무관으로 해군에 입대하였고 2006년에는 네이비실 소속으로 이라크에 배치되어 팔루자작전에도 참여했다. 덕분에 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2010년 전역한 그는 2012년 플로리다에서 하원의원에 도전하여 당선됐고 2014년, 2016년 연거푸 당선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드산티스는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러시아와 트럼프와의 비밀거래설을 조사하는 FBI를 공격하며 트럼프의 신뢰를 얻었다. 특히 그가 의회에서 FBI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비판하는 영상이 폭스뉴스를 통해 거의 매일 전국에 생중계되며 트럼프를 지지하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하였다. 덕분에 2018년 39세의 나이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플로리다 주지사에 도전해 성공했다.

드산티스가 매스컴의 중심에 서며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록다운, 백신접종 의무화 등에 반대한 정책 때문이다. 그의 집단면역 방역정책으로 초기에는 플로리다주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며 한때 지지율이 50% 미만으로까지 추락했지만 플로리다주의 코로나 상황이 다른 주에 비해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지지율은 65% 수준으로 급등했다. 지난해 3월 ‘폴리티코’는 “드산티스가 팬데믹에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의 코로나 정책에 정면 반기

드산티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진보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면서 공화당과 보수주의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성애와 관련된 디즈니사와의 전쟁이다. 지난 3월 드산티스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수업 중 동성애에 관한 토론이나 성(性)정체성 공개를 금지시키는 법안에 서명했다. 민주당이나 동성애자들이 ‘동성애자 입막음법(‘Don’t Say Gay’ bill)’이라고 비판하는 이 법에 드산티스가 서명하자 디즈니 경영진들은 공화당에 대한 지원중단을 발표했다. 그러자 드산티스는 디즈니사가 1967년부터 누리던 세제혜택 등 각종 지원을 철폐한다고 발표하는 등 강력한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

법무관 시절 골프장에서 만난 지역방송 진행자 케이시(42) 여사와 2010년 결혼해 현재 1남2녀를 두고 있는 드산티스는 낙태와 가족계획에도 강력히 반대한다. 그는 낙태금지법을 두고 대법원과 정면 충돌도 불사했다. 그가 낙태금지법에 서명하자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법집행을 정지시켰다. 그러자 드산티스는 지난 7월 14일 “지난 수십 년간 사법부가 아주 급진적인 낙태 관련 판결을 내려 우리는 중국과 북한에 근접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드산티스는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는 바이든의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이란과의 핵협상 재개 시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 등에 반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탄하며 바이든이 러시아에 대해 너무 나약한 자세로 접근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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