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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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는다. 윤 대통령의 지난 20대 대선 당시 득표율은 48.6%였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취임 첫 주 조사한 지지율(52.1%)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8월 8일 발표된 대통령 지지율은 리얼미터 기준 29.3%에 불과했다.

100일이 채 안 되는 동안 거의 반토막 난 지지율의 원인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20대의 지지율이 확연히 낮아졌다는 점이다. 리얼미터의 5월 셋째 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조사에서 20대의 지지율은 55.6%였다. 그러던 것이 8월 첫째 주 조사에서는 26.9%로 급락했다. 40대 지지율도 절반 가까이 하락했지만 애초에 20대만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 전 연령대에 비추어 봤을 때 20대 만큼 많이, 가파르게 지지를 철회한 세대는 없다고 볼 수 있다.

20대, 그중에서도 ‘이대남’은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핵심 집단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3월 20대 대선을 치르며 실시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이하 남성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8.7%였다. 반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6.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이대남이 돌아섰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 등을 돌렸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가장 많은 지지 철회 이유는?

물론 20대의 지지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곧바로 이대남의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20대 남녀를 잘 구분하질 않는다. 그래서 주간조선은 50명의 이대남에게 물어보았다. 윤 대통령 지지 여부에 대해 보다 깊은 대답을 듣기 위해 전국 각지 대학의 교수들과 동아리의 도움을 받아 지난 대선에 투표한 이대남 위주로 50명을 선정한 후 이들을 대상으로 구글폼 설문지와 심층 인터뷰를 함께 진행했다.

먼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는지, 지금은 어떠한지를 물어봤다. 50명 중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은 38명이었지만 그중 5명만이 지금까지 지지한다고 밝혔다. 33명, 그러니까 87%의 이대남은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지지 양상은 조금 달랐다. 대선 당시에도 이준석 대표에 대해 호감을 가졌다고 응답한 사람은 34명이었는데, 현재도 그렇다고 밝힌 사람은 21명으로 과반이 넘었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과의 갈등 양상에 대해 이대남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서 이대남 응답자 중 76.5%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봤다. 이 대표의 징계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에게 내려진 당원권 정지 중징계가 정당하다는 응답은 26.5%에 불과했다. 어느 쪽이 분열에 더 큰 책임이 있는지를 따진다면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 이대남들의 생각이었다.

이대남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둔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가 ‘월급루팡’이라는 단어였다. 젊은이들이 흔히 쓰는 이 용어에서 ‘루팡’은 괴도 루팡에서 따온 단어인데 ‘월급도둑’, 즉 일은 안 하고 월급은 타 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가 ‘월급루팡’이다. 이와 비슷한 응답은 많이 나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뭐하고 지내는지’ 같은 답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답답함은 곧 실망으로 변한다. ‘점점 실망함’ ‘할말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같은 답변들이 그렇다. 결국 이대남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뉴비(입문자)’이고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다고 치부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판단한다.

이대남은 왜 윤 대통령을 지지했고, 왜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지지를 철회했을까. 그들의 얘기를 좀 더 깊이 들여다봤다.

“사실 윤석열을 진짜 좋아한 경우는 잘 없을 거예요. 저만 해도 홍준표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를 바랐었고, 또 안 됐을 때 실망했어요. 그래도 윤석열은 뭔가 해줄 줄 알았죠. 딱 7글자 ‘여성가족부 폐지’ 적은 것, 그건 멋있었거든요. 그런 사이다를 원했는데, 뽑아놓고 보니 고구마네요.”

윤 대통령이 ‘사이다가 아니라 고구마였다’는 수도권 한 대학 18학번 A씨의 말은, 변심한 이대남들의 속내를 꿰뚫는 표현이다. ‘사이다’는 톡 쏘는 탄산의 목넘김이 그렇듯 시원하게 속이 뚫리는 듯한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반면 ‘고구마’는 목 막히는 고구마처럼 답답한 것을 일컫는다.

그런데 무엇이 사이다이고 무엇이 고구마일까.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23살 B씨는 솔직하게 말했다.

“구체적으로 뭘 바랐는지는 사실 모르겠어요. 사이다 같은 걸 바랐던 건 맞아요. 취업난이나 집값이나 좀 사이다처럼 풀어줬으면 했던 거죠. 일종의 ‘느낌적인 느낌’ 같은 거예요.”

 

이대남의 ‘느낌적인 느낌’

‘느낌적인 느낌’이란 장황하게 설명이 필요한, 복합적인 느낌을 가리키는 말이다. B씨의 표현에 따르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이것저것 바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다”는 것이다.

B씨의 친구 C씨는 ‘좋빠가’를 예로 들었다. ‘좋빠가’는 ‘좋아 빠르게 가’를 줄인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59초 공약’ 쇼츠 영상, 그러니까 짧은 유튜브 영상에서 외쳤던 말이다. “뭐가 좋고, 뭘 빠르게 가는지는 몰랐는데 ‘좋빠가’는 열심히 외치고 다녔다”는 것이 C씨의 얘기다.

“‘좋빠가’가 주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뭔가 확 바뀌고 암울한 게 좀 나아지고, 심지어 코로나도 진정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지요.”

‘사이다 정치를 할 것이라는 느낌적인 느낌.’ 이 문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던 이대남의 심정을 요약한 것이다. 요컨대 이대남의 정치적 지지는 정책, 인물, 또는 이념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느낌적인 느낌이 작용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이대남의 지지세 변화를 봐도 알 수 있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만 하더라도 홍 시장은 20대 청년의 지지율만 따지고 보면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물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도 밀렸다. 그러나 20대 대선을 준비하면서 홍 시장에 대한 이대남의 지지율은 급격히 올랐다. 보수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대남의 과반이 홍 시장을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왜 홍준표 시장이 이대남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설명하는 전문가들은 공통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이대남이 홍 시장의 특정 공약이나, 홍 시장의 인물 됨됨이에 반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홍 시장의 단순하고 직설적인 화법과 행동 같은 것이 이대남의 공감을 샀다. 다시 말하자면 홍 시장의 사이다 같은 언행이 주는 느낌적인 느낌이 이대남에게 와닿았다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이대남의 지지도 느낌적인 느낌에 이끌리는 이대남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주간조선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대남 5명 중 3명꼴로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이어갔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많은 이대남들은 ‘소신 있다’ ‘변함없다’ 같이 이준석 대표의 태도를 옹호했다. 전북의 한 대학 19학번 D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준석 대표의 이미지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준석은 우리를 대변해준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 사람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어요. 늘 우리와 같은 목소리를 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도 이준석을 지지해줘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있어요.”

D씨는 최근 이준석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바빠서 뉴스를 볼 시간이 없었다”고 했지만 의견은 확고했다. 그는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 처분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준석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며 왜 그런 징계가 도출됐는지 근거는 모르지만 “트집 잡기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월 15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청년당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월 15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청년당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아마추어’처럼…”

이대남의 이 대표에 대한 지지 역시 이 대표가 한 하나의 발언, 특정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쌓이고 모여 만들어진 그들 표현대로 ‘느낌적인 느낌’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이 대표를 열렬히 지지한다는 C씨는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 하나만으로 이대남들이 이준석을 지지하고 윤석열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 안에 쌓인 어떤 이미지 같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이대남들의 주장을 살펴보자. 왜 지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월급루팡’과 함께 많이 나온 대답 중 하나가 ‘아마추어 같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배달 일을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E씨 역시 “윤석열과 주변 사람들은 다 아마추어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점이 그런지 구체적으로 답하지는 못했다.

“전반적으로 아마추어 같아요. 뭐 하나 똑부러지게 하는 것이 없고, 만날 논란만 일으키니까요.”

지난 8월 8일 만난 E씨가 기억하는 가장 최근의 논란은 윤 대통령이 출근하지 않았던 주말, 김건희 여사와 함께 빵을 사러 나가는 길에 교통을 통제하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쳤던 일이다. 6월 11일에 있었던 일이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문제도 있었다고 짚어주자 E씨는 그제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7월 첫째 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7.4%나 떨어진 37.0%를 기록했다. 이 당시 있었던 논란은 스페인 순방 당시 민간인이 동반했다거나 외가 6촌이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등의 인사 문제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 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이대남은 잘 없었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 다니는 F씨는 “어떤 특정 사건 때문에 윤석열을 싫어하게 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는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많이 얻는데, 그 영향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커뮤니티에서 안 좋은 얘기가 나오면 나올수록 점차 제 생각도 바뀌는 거죠.”

F씨의 말은 꽤 중요한 지점을 포착하고 있다. 많은 이대남은 정치를 신문이나 방송 뉴스로 접하지 않는다. 정치 이야기를 다루는 유튜브도 보지 않는다. 한두 개 눈에 띄는 인터넷 기사를 보거나, 대부분은 커뮤니티 등에서 편집되어 전해지는 ‘이야기’로 정치를 접한다. 이는 나이든 유권자들과는 전혀 다른 행태다.

이를 테면 은퇴한 교사인 65살 G씨는 정치 관련 유튜브를 열심히 시청하는 편이다. 그는 최근 들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였는데 그 이유를 묻자 꽤나 자세하고 전문적인 대답들이 나왔다. 그동안 있었던 인사 문제에,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만 챙기는 것 같다는 증거가 일일이 제시됐다. 마치 방송에 나오는 전문가처럼 윤 대통령에게 고언(苦言)까지 남겼다.

커뮤니티 게시판의 윤 대통령

이대남은 조금 다르다. 이대남에게 정치는 일종의 유희거리다. 정치 이슈에 ‘빠삭’하고 나름의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이대남이라 하더라도 정치를 진지하게만 대하지 않는다. 밈(인터넷 유행)을 만들고 즐기는 일이 많다.

이준석 대표의 팬이라고 자청하는 26살 H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정치게시판에서 잡담을 즐기는 편이다.

“게시판에 글도 쓰고 댓글도 달면서 정치 이야기도 하고, 그냥 일상 이야기도 해요. 그러면서 게시판 분위기에 영향을 좀 받는 것 같아요.”

그에게 최근에 쓴 글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한참 망설이던 H씨가 보여준 글에는 갖가지 신조어가 등장했다. 눈에 띄는 것은 ‘두창이’였다. H씨는 윤 대통령을 ‘윤두창’ 또는 ‘두창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 별명은 복합적인 이유에서 자주 쓰인다. 처음에는 윤 대통령이 소위 ‘항문침 전문가’와 계속 동행한 것을 비꼬는 의미에서 ‘항문’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원숭이 두창 질병이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을 두고 호모포비아적 의미를 가져다 ‘윤두창’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H씨는 “어딘가 둔해 보이는 느낌 때문에 자주 쓴다”고 말했다.

H씨는 때로 ‘짤방(이미지)’을 올리기도 했는데 스마트폰에 저장한 짤방의 상당수는 윤석열 대통령에 비판적인 이미지였다. 윤 대통령을 우스꽝스럽게 합성한 사진이나 윤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진 같은 것들이었다.

H씨와 같은 이대남들은 정치를 어떤 사실이나 흐름으로 접하지 않는다. 긴 이야기는 이대남들에게 그다지 선호되는 방식이 아니다. 짧고 강렬한 사진, 복합적인 의미를 담은 신조어 같은 것이 이대남이 정치를 접하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이대남에게 정치는 이미지이고 느낌이다. 이대남 사이에서 윤석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할 때는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올라오곤 했다. 단호해 보이고 호탕한 느낌의 사진들이다. 그러나 요즘 그런 사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이대남의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어딘가 모자라 보이고 비굴해 보이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런 표현들도 덧붙여진다.

이대남이 원하는 ‘느낌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다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이대남 스스로도 잘 모른다. 사이다 정치를 원했다는 A씨에게 어떤 것이 사이다인지를 물어봤지만 정확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사이다 정치를 원했다고 동의하는 이대남들에게 무엇이 사이다 정치인지를 함께 물었지만 역시 똑부러지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F씨는 “코인이나 주식에 영끌하는 사람이 인생의 쓴맛을 볼 수 있게 하는 정책 같은 것이 없나”라고 되물어오면서, 그런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사이다 정치라고 말했다. 반면에 서울의 한 사립대 대학원에 다니는 27살 J씨는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를 한 사람으로 “영끌족을 화끈하게 지원해주는 것이 사이다 정치”라고 말했다.

이대남마다 사이다 정치에 대한 견해는 달랐다. 어떤 사람은 집값을 내리는 것, 어떤 사람은 취업난을 해소하는 것, 어떤 사람은 불공정한 사회를 공정하게 바꾸는 것이 사이다 정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사이다 느낌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문 정부 신나게 털어줄 것 기대했다”

“제가 생각하는 사이다는 문재인 정부를 신나게 ‘털어주는’ 것이었어요.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잘못했었는지 확 보여주길 원했는데, 기껏해야 들고나온 게 먼지 묻었을 것 같은 북풍 이슈였죠. 사실 저희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북한 이슈가 처음에는 놀랍고 충격적일 수 있어도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아요.”

서울의 한 증권회사에 다니는 29살 K씨는 “그거 하나 들고나와 멍 때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한심하다”고 덧붙였다. “정권이 바뀌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나갈 줄 알았는데 서로 싸움이나 하면서 제자리걸음 하는 느낌”이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이대남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둔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월급루팡’이라는 단어였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대남의 지지를 다시 얻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만약 이대남의 지지 철회가 윤 대통령의 특정 정책 때문이라고 여겨진다면 그 정책을 수정하면서 지지세를 회복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대남의 지지는 느낌적인 느낌, 말 그대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이미지 때문에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 느낌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꽤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J씨는 “최소한 답답함을 없애려는 ‘액션’이라도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날 칼퇴하고 말 바꾸면서 답답하게 만들지 말고 지적받은 것은 확실히 고치고 더 적극적으로 뭔가 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조언이었다.

그러나 이 인터뷰를 하고 난 다음 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8월 9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은 퇴근 시간에 맞춰 자택으로 귀가했다. 그러고는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자택에 머물렀다. J씨는 10일 다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답하게 굴 줄 알았다”고 쏘아붙였다.

“답답함이 하나씩 쌓여서 지금은 커다란 체증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하나가 결정적이라기보다 하나씩 답답함이 쌓이는 것 같아요.”

얹힌 고구마는 사이다 한두 모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대남도 벌컥벌컥 마실 만한 사이다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사이다를 만드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윤석열 지지자였던 이대남 A씨의 한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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