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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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 차인 김모씨 부부는 1년 전부터 각방을 쓴다. 자타가 인정하는 잉꼬부부인 두 사람이 신혼 초부터 따로 자는 이유는 남편의 심한 코골이 때문이다. 아내는 코골이 소리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지만 방 안을 흔드는 남편의 코골이는 더 심해져갔다. 방을 따로 쓴 이후 아내는 잠은 잘 잘 수 있게 됐지만 부부 사이가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코골이는 30~35세 남성의 20%, 여성의 5%에서 나타난다. 나이가 들수록 증가해 60세에 이르면 남성의 60%, 여성의 40%가 증상을 겪는다. 코골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 사람에게 괴로움을 준다. 코골이의 소음 수준은 40~80dB(데시벨)로 최고 단계인 80dB은 철로변이나 지하철 플랫폼의 소음 수준이다. 코골이는 원만한 결혼생활은 물론, 군대 내무반 생활, 직장 야유회 등 사회생활에까지 지장을 준다.

코골이 중 10~20%는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 수면무호흡증은 계속적인 호흡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면 중 10초 이상 일시적인 호흡 정지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이다. 40~69세 성인에서 수면무호흡의 유병률은 남성 27.1%, 여성 16.8%라는 국내 연구가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수면 중에 발생하는 반복적인 저(低)산소증과 고(高)이산화탄소증, 잦은 각성으로 인해 자율신경계에 과도한 자극을 줘 고혈압,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당뇨, 간기능 이상, 성기능 장애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원태빈 교수를 만났다. 원 교수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대가로 꼽히는 이철희 전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게 석·박사 학위 지도를 받았으며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진단과 수술뿐만 아니라 코종양과 두개저수술 등 난이도 높은 코 질환을 많이 치료한다.

- 코골이·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연간 10만명 수준이다. 치료받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로 치료까지 받는 코골이 인구는 소수다. 인식의 개선이 많이 이루어졌지만 아직 ‘코골이쯤이야’라는 식으로 질환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결국 여러 종류의 합병증 위험에 노출된다.”

- 그나마 최근 3~4년 사이에 치료 인구가 3배나 늘었는데. “비만인구의 증가,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2018년 7월부터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진단검사인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이 지급되면서 병원 치료를 받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 소아비만 증가와 함께 소아 코골이 환자도 많이 늘었다.”

-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나. “코골이가 있는 경우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될 가능성은 10~20%로 알려져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70~95%는 코골이 증상이 있다.”

원 교수에 따르면 코골이는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공기의 저항으로 인해, 목젖이나 연구개(입천장 안쪽의 연한 조직), 편도, 혀뿌리와 같은 기도 내의 조직이 문풍지처럼 진동하며 발생하는 일종의 소음이다. 수면무호흡증은 기도가 더 좁아져 공기 흐름 자체가 힘든 상태를 말한다.

- 기도가 좁아지는 원인은. “코의 구조 자체에 이상이 있거나 목젖, 연구개, 편도, 혀뿌리가 비대해 입 안의 숨길이 좁아지거나 상기도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면 발생할 수 있다. 목이 짧거나 무턱과 같은 상기도 골격의 이상이 있어도 기도가 상대적으로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소아의 경우 편도가 비대해지는 4~8세 때 수면무호흡이 많이 발생한다. 성인의 경우 체중이 증가할수록 상기도 주변의 지방 조직도 비대해져 수면무호흡이 발생하거나 기존의 증상이 심해진다. ”

- 낮에는 멀쩡한 사람이 왜 잠이 들면 코를 고나. “근육이 이완되기 때문이다. 상기도 주변에서 기도를 확장시키는 근육들은 수면 중에 이완이 되는데, 정상인은 어느 정도의 긴장도를 유지해서 기도가 막히지 않고 공기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도 확장근의 긴장도가 감소하거나 숨을 들이마실 때 음압을 형성하는 호흡근과의 조화가 떨어지면서 기도가 쉽게 폐쇄되어 수면무호흡이 발생하게 된다.”

코골이로 인해 병원에 가면 의사는 주간 수면장애 증상이 있는지 문진을 하고 체중과 체형, 상기도 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동반 여부를 평가한다. 이를 통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수면다원검사는 하룻밤 동안 병원에서 잠을 자면서 시행하며, 수면 중 코골이와 호흡기능뿐 아니라 혈중산소 농도, 수면의 단계, 자세에 따른 변화, 수면 중 심장기능 등과 같은 수면의 전반적인 상태을 검사한다.

원 교수는 “수면다원검사가 여전히 표준검사이지만 미국수면학회에서는 휴대용 수면검사장비를 기저질환이 없는 중등도 수면무호흡증 환자 진단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며 “향후 수면무호흡증 선별을 위해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와 같은 휴대용 기기의 활용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진단 결과를 믿을 수 있나. “수면다원검사가 표준진단법이지만 하룻밤의 수면 상태를 검사해 분석하기 때문에 평소 수면습관을 100% 반영하기가 어렵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선별 검사는 코골이 소리나 산소포화도와 같은 비교적 단순한 생체정보를 분석하여 수면무호흡증 동반 여부를 예측한다. AI(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정확도가 90% 이상까지 높아졌다. 이런 방법은 하룻밤이 아닌 일정 기간의 수면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다. 수면다원검사만큼 자세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는 없으나 선별 검사의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 양압기, 구강내 장치 등 기구를 이용한 치료법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양압기는 현재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 기구로, 코를 통해 전체 상기도에 지속적인 공기 압력을 가하여 좁아진 숨길을 확장시키고 유지하도록 돕는다. 치료 효과는 좋지만 불편이 따르는데,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좀 더 편한 마스크를 제작하고, 소음 감소, 가습, 온도 조절 기능을 추가하는 등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또한 환자에게 착용한 날짜와 시간을 알려줘 순응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구강내 장치는 수면 시에만 착용하는 의료기기로 턱을 앞으로 유지시켜(전방 이동) 혀를 포함한 상기도 주변 조직의 긴장을 증가시켜 숨길을 유지해준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 일차적인 치료로 고려할 수 있고 턱관절에 문제가 없는 대부분의 환자가 잘 견디는 장점이 있다. 단 환자가 깨어날 때 침을 많이 흘린다거나, 치아나 턱관절의 불편감을 호소할 수 있다. 구강내 장치 또한 착용감을 개선하기 위한 재질과 디자인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 턱관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면 중에 전방이동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기기도 고안되어 있다.”

- 양압기는 사용하기가 불편한데, 장기간 사용할 수 있나. “많은 환자들이 1~2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언제까지 착용해야 하는지 묻는다. 양압기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수면무호흡이 개선되지만 오래 쓴다고 해서 완치가 되지는 않는다. 안경을 쓰면 잘 보이지만 오래 쓴다고 시력이 좋아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래서 안 쓰면 불편하고 시간이 지나면 쓰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안경처럼, 양압기와 친해져야 한다.”

- 수면무호흡증 치료 약물인 항우울제는 효과가 불분명한데 신약 연구나 개발이 이뤄지고 있나. “그동안 수면무호흡증의 치료에 사용할 만한 효과적인 약물은 거의 없었다. 항우울제의 일종인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가 상기도 근육의 긴장도에 영향을 주어 수면무호흡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실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보스턴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이 ADHD(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를 치료할 때 사용하는 아토목세틴(atomoxetine)과 요실금을 완화하는 데 사용하는 옥시부티닌(oxybutynin)이라는 약물을 동시에 사용한 결과 수면무호흡증 완화에 도움을 주고 산소 포화도도 증가했다고 발표하여 약물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성과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원 교수에 따르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상기도 기관의 구조적 원인이 명확할 경우에는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소아의 경우 편도아데노이드 비대가 주된 원인이므로 편도아데노이드 절제 수술만으로도 80~90%의 높은 완치율을 보인다. 상기도 수술은 수면 시 폐쇄되는 숨길을 넓혀주는 것이다. 주요 수술 부위는 코, 목젖 주위, 혀뿌리 부위 등이다. 코막힘이 동반되는 경우 원인이 되는 비중격만곡증이나 비용(코물혹), 하비갑개(코 안의 옆벽에 있는 조개 모양의 뼈) 수술을 시행한다. 원 교수는 “목젖과 연구개 주위에 대한 수술은, 기존의 수술 방법을 개선하여 인두 측벽도 함께 넓힐 수 있는 현수측방인두수술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혀뿌리가 기도 폐쇄의 원인인 경우 고주파를 이용해 혀뿌리를 축소하거나, 혀 근육 중의 하나인 이설근을 앞쪽으로 당겨 수면 시 혀가 뒤로 떨어져서 숨을 막는 것을 방지하는 이설근전방이동수술을 한다. 상악(위쪽 턱)과 하악(아래쪽 턱)을 동시에 앞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양악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원 교수가 특히 주목하는 수술은 설하신경자극술이다. 원 교수는 “설하신경자극술은 수면 중 혀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자극하는 수술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실제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결과도 좋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설하신경자극술은 어떤 수술인가. “전극을 목에 심어 혀 신경을 자극해서 혀가 수면 중에도 뒤로 밀리지 않고 유지되게 해준다. 가슴에 호흡 감지 센서를 심어 숨을 들이마실 때 신경을 자극해 긴장도를 높여주는 원리로, 기존의 수술처럼 혀를 축소 또는 절제하지 않고 수면 중 적절한 자극을 통해 혀의 긴장도를 유지하게 한다. 치료 효과도 좋아, 올해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어 2년쯤 후에 국내에서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환자들이 도입을 기다리고 있다.”

- 코골이 방지 조끼, 베개 등 보조기구의 효과는. “실제로 효과가 있고 효과를 증명한 연구도 있다. 수면 자세에 따라 숨길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코골이가 심한 사람도 옆으로 자면 코를 골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옆으로 자게 도와주는 도구로는 조끼, 베개, 침대 등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이들 도구는 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에게 효과가 더 높다.”

-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을 예방하는 생활법이 있다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코골이 또는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인 과로와 음주를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 술을 마시면 상기도 내의 근육이 처지고 살이 찌면 숨길 안쪽이 좁아진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수면제, 안정제 등)에 대해서는 처방한 의사와 상의하여 변경해볼 수 있으며 많은 경우 수면 자세에 따라 수면무호흡의 정도에서 차이가 나므로 옆으로 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코골이 감소에 도움되는 구강운동법이 있다고 들었다. “혀의 위치에 따라 상기도 구조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시행하는 운동법으로 매일 실시하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주간 졸림 감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운동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겠다. 혀 끝을 입천장에 대고 혀를 안쪽으로 민다. 혀 윗면 전체로 입천장을 눌러준다. 혀 끝을 아래쪽 치아 가운데에 대고 아래 방향으로 민다. ‘아’ 소리를 내면서 목젖을 올린다. 한 가지 동작당 20회를 시행한다.”

원 교수는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스탠퍼드의과대학에 몇 차례 단기 연수를 다녀오는 등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진단과 수술에서 최신 요법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수면제를 투여해 환자를 잠들게 한 후 상기도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폐쇄 부위를 확인하는 수면상기도 내시경 검사(DISE·Drug Induced Sleep Endoscopy)를 국내에서 처음 도입했다.

원 교수는 현재 코골이 소리 분석을 통한 수면무호흡증의 폐쇄 부위 확인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환자가 일정 기간 동안 코골이 소리를 스마트폰에 담아오면, 이를 바탕으로 코골이 원인 부위를 쉽게 찾아내어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다.

- 소리로 코골이 원인 부위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폐쇄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수면상기도 내시경 검사는 30분 정도의 제한된 시간 동안만 상기도 변화를 관찰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폐쇄 부위에 따라 코골이 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코골이 소리 분석을 통한 환자들의 주된 폐쇄 부위를 규명하면 수술 방법의 선택과 수술 결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 발생 부위에 따라 코골이 소리가 어떻게 다른가. “코골이 소리를 들어보면 음파를 안 봐도 어떤 부위가 문제인지 대부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목젖이 문제면 저음의 코골이 소리가 난다. 혀뿌리가 원인이면 고음이 발생한다. 편도는 여러 가지 소리가 섞여 있고 후두덮개는 펄럭펄럭 소리가 난다. 인두 측벽이 막히면 떨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한 번의 검사로 주된 폐쇄 부위를 확정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의 코골이 소리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면 보다 정확한 폐쇄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 코골이 환자나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주변에 코를 고는 분이 있다면 수면무호흡증 동반 여부를 꼭 의심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한 번에 완치되지 않는 일종의 만성질환이므로 장기적·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으로 전개되면 온가족이 힘들게 되니까 양압기 사용 등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인내심 가지고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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