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메인화면. photo 사이트 캡처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메인화면. photo 사이트 캡처

블라인드  익명의 힘 변화를 만들다

블라인드는 에브리타임과 함께 모바일 앱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다. 블라인드에 가입해 활동하기 위해서는 각 회사에 재직 중인 회사원임을 인증해야 한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에서 발급하는 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졸업생이나 교직원도 가입 가능한 셈이다. 500만명의 직장인이 가입한 대형 커뮤니티로서 블라인드는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다. 청년 직장인들은 블라인드에 폭로 글을 올리고 개선을 촉구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성과급 보상 체계의 개선을 요구하며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여러 대기업 직원들이 각자의 요구사항을 담은 글을 잇따라 게시해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블라인드의 직장인들이 늘 회사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보수적인 여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페미니즘의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반면 이성을 만날 기회를 찾는 데는 적극적인데 수위가 높은 글과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기도 한다.

 

다음카페 여성시대 '자유게시판'. photo 사이트 캡처
다음카페 여성시대 '자유게시판'. photo 사이트 캡처

여성시대  ‘개딸’들이 모이는 곳

보통 포털사이트 ‘다음’의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많은 수는 ‘뉴스’, 그리고 ‘카페’가 차지한다. 주간조선이 앞으로 보도할 ‘커뮤니티 이용실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뮤니티 이용자 중 다음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은 어림잡아 다섯 명 중 하나가 넘는다. 다음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 중 많은 수가 카페를 찾는다는 얘기다. 다음 카페 중에서도 ‘여성시대’는 20~30대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는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250만명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려면 신분증과 본인 얼굴 사진이 필요하다.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면 등업이 불가능하다. 젊은 페미니스트의 대표적 온라인 집결지로 꼽히는 터라 매일같이 여성에 차별적인 한국 사회를 성토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곤 한다. 최근에는 친문재인·친이재명 성향이 강한 ‘개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도 지목받는다. 기본적으로 여성시대는 친문재인 분위기가 강한데 한때 이재명에 대해 배타적이었으나 반이준석 분위기를 타고 친이재명으로 자리 잡았다.   서로를 ‘여시’라고 부르는데 커뮤니티 내에서 ‘달글’을 생성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달글은 ‘달리는 글’의 줄임말로 하나의 주제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오면 수백·수천 개의 댓글로 관련 이야기가 이어진다. 인기 있는 달글은 따로 모아 게시되기 때문에 달글 주제를 잘 만들어내는 것도 여시들의 주된 관심사다.

 

클리앙  ‘찐 진보’들의 정치 놀이터

스마트폰 이전에 PDA(개인용 디지털 단말기)폰이 있었다. 2000년 소니에서 만든 PDA폰, ‘클리에’의 팬 커뮤니티로 시작한 게 바로 클리앙이다. PDA는 단종됐지만, 클리앙은 오히려 저변을 넓혀 종합 커뮤니티로 거듭났다. 이렇게 확장된 영역 중 대부분은 정치 토론이 차지하고 있다.

클리앙 '모두의공원' 게시판. 정치 관련 글이 대다수다. photo 사이트 캡처
클리앙 '모두의공원' 게시판. 정치 관련 글이 대다수다. photo 사이트 캡처

클리앙에서 가장 활발한 게시판은 자유게시판 격인 ‘모두의공원’이다. 모두의공원에서 공감 반응이 99개 이상인 인기 게시물 중 상당수가 정치 글이다. IT 커뮤니티의 원조인 만큼 전자기기 사용 후기 및 중고상품 거래도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클리앙 유저들을 결속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정치적 이념이다. 클리앙은 친민주당, 반대기업, 반일 성향을 뚜렷이 보여왔다. ‘노(No) 재팬’ 운동을 이끈 것도 클리앙 이용자들이다.

본래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조국 전 법무장관 등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해왔는데,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결집했다. ‘이재명 지키기’에 누구보다 열심인 커뮤니티가 클리앙이다. 클리앙 이용자 중에는 남성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클리앙의 게시글에서는 반페미니즘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여성계와 페미니스트가 민주당을 이용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젠더 인식 때문에 클리앙에서는 몇 차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020년에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비서에 대해 2차 가해를 한 게시글이 수차례 작성돼 경찰이 서버 압수수색을 펼친 바 있다.

 

엠엘비파크 게시판 목록. photo 사이트 캡처
엠엘비파크 게시판 목록. photo 사이트 캡처

엠엘비파크  ‘보수’ 3040 남성 속마음이 궁금하면…

2001년 한 미국 유학생이 박찬호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활동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가 커뮤니티의 시초다. 박찬호의 성 ‘파크(park)’를 따 엠엘비파크(엠팍)를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모이면서 규모가 커졌는데, 2006년에 동아닷컴 인수를 계기로 대형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야구 사이트에서 시작됐지만, 엠팍은 오히려 정치 커뮤니티로 인지도가 더 높다. 단출한 게시판 특성상 다양한 이야기가 자유롭게 오가고, 정치적 논쟁 역시 활발하게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엠팍 게시판은 미국 프로야구리그를 다루는 ‘MLB타운’, 한국 KBO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야구타운’, 그리고 자유게시판 성격의 ‘불펜’ 등 3개가 전부다. 동아닷컴이 주간조선에 알려온 바에 따르면, 불펜에서만 전체 글의 55% 이상이 작성된다. 불펜에서 특히 인기 있는 주제는 여자 연예인과 정치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가 보통 그러하지만 특히 불펜에서는 여자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 난다. 정치 이슈에 대한 게시글마다 댓글도 많이 달리는 편인데, 엠팍의 정치 성향에는 특기할 부분이 있다. 여타 커뮤니티의 정치 성향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바뀌지 않은 반면, 엠팍의 주요한 정치 성향 변천사는 특기할 만하다. 원래 엠팍은 친노무현 커뮤니티로 잘 알려져 있었다. 10년 보수 정권을 지나면서 ‘반보수’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180도 바뀌었다. 수차례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완전한 ‘반민주당’ 사이트로 거듭난 것이다. 동아닷컴의 자체 집계 결과 주요 사용자 연령층은 35~44세, 남성이 75%를 차지한다. 보수 성향 3040 남성들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엠팍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보다 높은 것도 엠팍의 특징 중 하나다. 20대 남성 이용자가 많은 ‘에펨코리아’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축구 커뮤니티가 여럿 존재하는 것에 비해 야구 커뮤니티는 엠팍이 디시인사이드의 야갤과 함께 두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큰 편이다. 특히 포털사이트의 스포츠 기사에 댓글 기능이 사라진 이후 댓글이 하던 역할을 일정 부분 엠팍이 가져왔다.

김효정 기자 soboru@chosun.com, 조윤정 기자 wastrada0721@chosun.com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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