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왼쪽)과 배상윤 KH그룹 회장(오른쪽).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왼쪽)과 배상윤 KH그룹 회장(오른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현재 주목하고 있는 곳은 ‘쌍방울그룹’과 ‘KH그룹’이다. 수원지검 통합수사팀은 쌍방울그룹 내부 계열사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한 데 이어 쌍방울그룹과 KH그룹 간 잦은 금전 거래 정황까지 포착했다. 수사팀은 두 그룹 간 오간 자금이 이 대표 변호사 수임료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이 두 기업 간 자금 흐름에 주목하는 이유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과거 쌍방울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조직을 동원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배 회장도 이에 동참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쌍방울 2대 주주 지분을 인수한 배 회장과 공모해 80개의 차명계좌로 수천여 차례에 걸쳐 통정·가장매매, 고가·물량 소진 매수, 허수매수 주문 등으로 시세조종을 했으며 이를 통해 350억여원의 이득을 챙겼다. 

이 사건을 비롯해 두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A씨는 주간조선과 만나 “이들은 경제공동체이자 서로를 의형제로 불렀다”며 “정관계 로비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H필룩스(KH그룹 핵심 계열사)가 자금이 부족하면 김성태가 자금을 보내주고, 쌍방울이 부족하면 배상윤이 또 끌어다가 해주는 식으로 좌표만 만들어 놓고 그냥 핑퐁 친 것(특정 기업을 찍어 두고 돈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검찰에서도 대충 확인은 되고 알긴 알겠지만, 좋은 물건들이 바닥에 소문이 난 게 있으면(시장에 나온 매물 중 긍정 평가를 받는 게 있으면) 검토해서 자금 갖다 넣어 헐값에 그냥 매입해버린다”고 주장했다.

검찰에서 현재 주목하는 것도 두 그룹이 이런 식으로 몸집을 키우며 거느리게 된 계열사 간 자금 흐름이다. 이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도 정말 많이 해온 것으로 안다”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둘 다 존재해선 안 될 사람들인데 지금에 와서 기업 회장으로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간조선과의 장시간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돈을 벌게 된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래는 이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모으게 됐나. “김성태 전 회장은 원래 전주에서 조폭 생활을 하다가 올라와서 삼정호텔 옆에서 룸살롱을 오래했다. (김 전 회장이) 술장사 접고 나서 M&A(인수합병) 관련 주가 부양하는 거 해서 한 50억 벌었다고 들었다. 사채도 일반 사채로 한 게 아니고 주식담보대출 같은 걸 했다. 배상윤 회장도 마찬가지다. 배 회장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 종로에서 이런 저런 사업을 하며 돈을 꽤 벌고는 이걸 사회적기업으로 포장해서 인터넷에 올려놓고 했다.” 

-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인가. “서로 의형제로 부른다. 호남 출신들이 강남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까 소개로 만난 것 같다. 이제 서로가 알아보고 자금이 왔다갔다 하다 보니까…. 둘이 긴밀하게 회의를 할 때 가는 룸살롱도 딱 두 군데로 정해져 있었다.” 

이런 A씨의 주장에 대해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김 전 회장이 전주에서 조폭생활을 한 것은 맞다”며 “서울에 올라와 술집을 해서 돈을 좀 번 후 이 돈으로 소방차 같은 특장차 사업을 해서 돈을 불려 이후 기업 M&A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배 회장의 경우 1997년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납치·고문으로 돈을 받아낸 혐의로 검찰에 적발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KH그룹 관계자는 "당시 판결에서 배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후 기업인으로 변신해 쌍방울과 KH그룹이란 이름으로 계열사들을 여러 군데 인수했다. 현재 쌍방울그룹 계열사로는 광림(특장차·크레인·소방차 제조·판매업체), 쌍방울(속옷·잠옷 제조업체), 비비안(여성 속옷 제조업체), 디모아(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아이오케이컴퍼니(영화·방송프로그램 제작 관련 업체), SBW생명과학(모바일 광학부품 제조업체), 미래산업(반도체 장비업체) 등이 있으며, KH그룹 계열사로는 KH필룩스(전자부품 제조업체), KH전자(음향기기 전문업체), KH건설, 장원테크(이동전화기 제조업체), IHQ(엔터테인먼트), 그랜드하얏트서울, 알펜시아리조트 등이 있다. 

- M&A를 해서 어떻게 돈을 벌었나. “조직원들이 바닥에 소문난 물건들을 가져와서 확인이 되면 헐값에 그냥 매입해버린다. 정관계 로비를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돈이 되는 건 다 한다. 알펜시아리조트는 평창 올림픽 끝나고 나서 KH필룩스가 자회사 하나 만들어서 담합해서 받았다. 그것도 원래 가격이 그 금액으로는 받을 수가 없는 건데….” 

- 기업을 보는 안목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걔네가 잘 봤다기보다 기술자들을 갖다댄 거다. ‘1년 연봉 얼마 줄 테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라면서 경영진을 잘 쓴 거다. 깡패들이 무슨 머리가 있어서 운영하고…. 중복 확인한 건 아니니까 정확하게 말씀 못 드리는데 정관계 로비 형태로 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이 될지 윤석열 대통령이 될지 몰랐잖은가. 이재명 대통령이 됐으면 얘네 거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김성태 전 회장의 경우 계열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를 통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도 매입한 바 있다.(주간조선 2677호 단독 보도) KH그룹은 지난해 6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가 소유한 알펜시아리조트를 7115억원에 낙찰받았고 이 과정에서 입찰담합 의혹을 사기도 했다. 당시 입찰에 두 개의 기업이 참여했는데, 모두 KH그룹 계열사였다. 논란이 커지자 강원도 또한 이 점을 인정했고 경찰과 공정위 측은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이다.

두 사람이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10년 즈음으로 알려져 있다. A씨의 주장처럼 두 그룹이 어떤 식으로 돈을 주고받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지난 4월 쌍용차 인수합병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면서 두 기업 간 남다른 관계가 외부에 드러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이 그룹 운영 과정에서 지난 2010년처럼 이익을 위해 편법 내지 불법행위도 망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쌍방울그룹이 앞서의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띄우고 차익을 실현한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 대상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 일례다. 

지난 9월 7일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9월 7일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김성태, 신병확보 어려울 듯” 

최근 검찰은 이재명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가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직 시절 쌍방울 법인카드를 사용한 정황,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추진한 각종 남북교류행사의 공동 주최 측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에 쌍방울그룹과 KH그룹이 후원한 사실 등을 밝혀냈다. 검찰이 주목하는 두 그룹 간 금전 거래는 아태협 행사 전후 시점에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씨는 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거기는 얘네가 기부 형태로 자금 지원하면서 빼돌리려고 한 것이다. 거기(아태협)가 재단법인이지 않느냐. 세탁하기가 가장 좋다.”

현재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파고들고 있다.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변호사비를 모두 지불했다”고 발언한 것은 거짓이라며 시민단체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선 지난 9월 8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지만, 선거법 공소시효와 무관한 뇌물수수 등의 혐의 부분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검찰이 진행한 두 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은 회사 간 금전 거래 과정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가 아닌 다른 경로로 변호사비가 대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일련의 커넥션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9월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와 쌍방울의 인연은 내복 사 입은 것밖에 없다”며 선을 그었다. 쌍방울그룹도 지난 7월 18일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를 대납하는 등 특별한 관계였다는 건 사실 무근”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KH그룹 관계자는 “배상윤 회장과 김성태 전 회장은 사업상 서로 의지하며 친분이 두텁고 신뢰가 있는 관계인 건 맞다”며 “최근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건 이 대표를 피의자로 둔 참고인 조사 차원이었으며 여기에 적극 협조했다. 오히려 우리의 입장을 더 잘 소명할 수 있는 기회라 본다”라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김성태 전 회장의 신병확보가 필수적이다. 김 전 회장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적색 수배를 피해 태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일각에선 필리핀, 캄보디아 등 제3의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동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A씨는 “적색 수배가 떨어져도 잡기 힘든 곳이 필리핀 같은 데인데 섬에 들어간 후 돈만 있으면 거기는 수사가 안 된다. 섬 같은 데는 반군 이런 거 있잖아. 그런 애들이 돈을 받고 지켜준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 배 회장과 연이 있던 M&A 시장 한 관계자 역시 “모아놓은 자금으로 외국에 도피하면서 그들이 잘하는 정관계 로비로 지금의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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