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조선일보와 인터뷰에 응한 차범근과 차범근 축구교실의 운영 중단 공지 photo 조선일보, 차범근 축구교실 인스타그램
지난 2017년 조선일보와 인터뷰에 응한 차범근과 차범근 축구교실의 운영 중단 공지 photo 조선일보, 차범근 축구교실 인스타그램

지난 1988년 국내 최초로 유·청소년 전용 축구 교육 기관으로 설립돼 34년 간 운영되어 온 ‘차범근 축구교실’이 구장 사용 문제로 인해 수업을 중단했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지난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축구장 사용 허가 기간이 연장되지 못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이촌 축구장에서의 수업을 종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수업은 10월8일까지 계속될 예정이지만 이후에는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차범근 축구교실이 갑작스레 문을 닫게 된 이유는 이촌축구장의 사용 권한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촌축구장은 3년 마다 공개 입찰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차범근 축구교실이 사용해왔다. 예년의 공개 입찰에는 경쟁자가 없었다. 차범근 축구교실의 의미와 취지를 아는 동료 축구인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감정가의 2.5배 되는 2억5300만원에 입찰했지만 다른 법인이 3억50원을 써내 차범근 축구교실을 제치고 해당 공간의 향후 사용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 법인은 한때 차범근 축구교실과 똑 같은 시간표, 똑 같은 운영 방식을 블로그 공지로 내세우며 ‘한강 축구교실’을 연다고 알렸지만, 지금은 그 글이 삭제된 상태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인스타그램에 별도의 게시물을 올려 “차범근 축구교실은 새 업체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담당 코치진, 수업일정 및 수업방식 등을 포괄적으로 인수인계한 바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축구교실 관계자는 물론 인근 지역 학부모들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단순히 차범근 선수의 유명세를 빌린 교습소가 아니라 한국 유·청소년 축구 교육기관을 대표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차범근은 지난 2017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축구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두고 “어렸을 때부터 잔디에서 공을 갖고 놀며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가 늘 ‘우물 안 개구리’ ‘골 결정력 부족’ 등의 비판을 듣는 이유도 여기 있었다”며 축구교실을 “내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차범근 축구교실은 월 6만원이라는 저렴한 수강료에 수강생을 모집하며 올바른 축구 교육을 선도해가는 곳으로 알려져 왔다.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몇 달 대기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런데 이 축구 교실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인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인근 지역 맘카페에는 차범근 축구교실이 “단순한 축구교실이 아니다”라며 다시 운영될 수 있기를 기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현재 차범근 축구교실의 회원은 1400명이다. 그간 축구교실을 거쳐간 회원만 3만6000여명에 이른다. 전 축구국가대표인 정조국도 이 축구교실 출신이고 배우 이민호나 권율 같은 유명인사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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