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10월 30일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마치고 태양광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10월 30일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마치고 태양광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여권이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의 문제점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던 전북 군산시 새만금 일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사업과 관련한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사정기관 안팎에서는 정치인들과 토호세력들이 연관된 태양광사업의 리베이트 규모를 따서 이름 붙인 ‘1조원 클럽’까지 거론되는 등 부정의 형태가 구체화되어 가는 모양새다. 이미 몇 가지 구체적 의혹들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고발 및 인지사건 형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단체 고발장서 ‘1조원 클럽’ 드러나

예컨대 민주당 전직 보좌관의 경우 이 사업 과정에서 발주한 100여건의 수의계약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는 민주당 친문계 실세의원과 군산시장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고발장이 접수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감사원 역시 관련 사업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태양광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전 정권과 가까운 세력의 쌈짓돈처럼 사용되며 ‘이권 카르텔’를 형성했다는 사실은 이미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진보 진영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거 개입된 사례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사업 역시 정치적으로 서로 가까운 운동권 출신 지역 정치인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에서 드러난 카르텔 양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어서 진상이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또한 지역 사회에서는 이 사업의 일부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군산시)가 직접 돈을 투자하고, 여기에 참여한 핵심인사 몇 명이 똘똘 뭉쳐 막대한 수익을 노렸다는 점에서 대장동 사업과 비슷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간조선이 만난 복수의 지역 정치인 및 관계자 말에 따르면, 군산에는 새만금 태양광 시설을 둘러싼 이권 카르텔, 일명 ‘1조원 클럽’이 형성돼 있다. 새만금 신재생 산업단지는 규모가 10조원을 넘어 20조원까지 예상되는 대형 사업인데, 이 중 5~10%를 리베이트로 챙기겠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 클럽’의 존재가 외부로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서울의 한 시민단체가 해당 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역인사의 부탁을 받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이들은 고발 이유서에 이권 카르텔의 존재를 명시하며 “지방 토호세력과 권력의 측근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새만금 태양광사업을 복마전으로 전락시켰다”고 적었다. 이들은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 “소위 ‘1조원 클럽’은 향후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이권 개입으로 1조원의 이권을 챙기려는 거대 플랜을 세우고 지역 민주당 권력과 문재인 정부 핵심 측근 인사가 주도하여 만든 것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세우고 실행한 것으로 정황이 나왔고, 그 첫 사업이 새만금 태양광사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현직 전북도의원은 주간조선에 “그런 얘기가 있긴 있다. (태양광사업) 잿밥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이 뭉쳐서 거기서 1조를 번다는 소리를 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 태양광사업은 규모가 10조원을 넘나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를 이곳에 조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표명했다. 2018년 10월에는 직접 이곳에서 ‘비전선포식’을 열고 비전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당시 새만금개발청 등이 발표한 계획을 보면 이 사업은 새만금 육상부지와 방조제 바깥 수면 등 38㎢(약 1171만평) 부지에 산업단지를 세우고 7GW 규모의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비전선포식에 文 대통령 참석

1GW가 평균적인 원자력발전소 1기  발전용량임을 감안하면 원전 7기에 맞먹는 대규모 신재생산업단지가 새만금에 조성되는 것이다.

이 중 육상 태양광이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육상 태양광 규모는 300MW(0.3GW)로 모두 430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육상 태양광은 전체 계획의 4.3%에 불과하다. 설비 시공업체 선정, 입찰 등이 진행되고 있는 수상 태양광은 그 규모가 육상보다 7배 크다. 한수원은 이와 관련 민간 자본 등 4조원대의 발전 설비 계획을 세웠다. 2018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석한 비전선포식에서 새만금개발청이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이곳에는 정부 예산 5690억원, 민간 자본 10조원이 들어간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풍력발전 설비까지 들어서게 되면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이권 사업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관련 사업에 잡음이 불거진 것도 문 전 대통령이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2018년 10월 이후다. 군산시는 100억원을 직접 출자해 사업을 전담하는 회사 A법인을 설립했다. A법인은 조선 및 자동차 산업 등의 침체로 고용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군산의 시민들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회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업 추진 체계를 보면 “A법인(출자기관)이 지분을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 구성 후 사업추진을 통해 시와 시민이 신재생 에너지사업에 투자하고 창출되는 수익을 시민과 공유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물론 A법인이 향후 새만금 태양광사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 예산과 민간 자본 전체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1차적으로 2021년부터 3년간 군산 새만금 일대에 200MW 규모의 육상 및 수상 태양광 발전소를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3247억원(육상 1247억원, 수상 2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책임진다.

 

지방선거에도 불똥

처음 나온 잡음은 이 회사의 대표 선정과정이었다. 2020년 진행된 A사 사장 공모에는 총 4명이 응모해, 현 사장인 B씨가 선임됐다. B씨는 군산시장의 지명으로 대표가 됐다. B씨는 당시 군산시내에서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어 관련 경력이 전무했지만,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지역신문 기자는 주간조선에 “B씨는 군산에서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던 인사로 태양광사업에 전문성이 전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사장 공모 절차 개시 전 이미 내정설이 돌던 인사였다”고 주장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작한 사업은 이후에도 골재 운반업체 선정, 제강 슬러지 인증제품 선정 등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선정 업체가 역시 지역의회 정치인의 친인척이란 의혹도 불거졌다.

계속해서 관련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현 강임준 군산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김종식 도의원을 찾아가 “선거를 도와달라”며 4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선거 이후 불거졌는데, 이 의혹 폭로를 입막음하려 한 사람이 A업체 B대표라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김종식 도의원은 “강 시장 측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00만원씩 총 400만원을 받았다” “받은 돈은 커피, 식사 등 경선비용에 일부 사용했다”고 폭로하면서 폭로 이후에 “A회사 대표인 B씨가 현금을 들고 찾아와 ‘강 시장을 무혐의로 만들자’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도 “B 대표랑 또 다른 사람이랑 와서 나를 회유했다”며 “녹취록과 (돈다발을 놓고 간) 냉장고 사진은 수사기관에 증거로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강임준 군산시장은 지역 언론에 “김종식 (당시) 예비후보가 일부 언론을 통해 저와 캠프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다고 한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김종식 예비후보에게 단 한 푼의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김종식 의원 폭로 관련 시장실 정식 입장이 있느냐’는 주간조선 질문에 “없는 걸로 안다. 언론 대응도 따로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9월 14일 B씨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선거개입 의혹과는 별개로 앞서 언급한 입찰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도 불거져 이미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현직 군산 지역구 국회의원인 신영대 의원의 전직 보좌관 C씨가 수의계약 100여건에 개입해 뒷돈을 챙겼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C씨가 관급 공사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선정해주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군산시는 특정 업체와 4억7800만원 규모로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선금 3억원가량을 지급했지만, 특정 업체가 잠적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대금 지급 과정에서 C씨와 군산시 공무원 D씨가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8월 C씨의 자택과 차를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주간조선 취재 결과, 검경 등 사정기관의 내부에서는 해당 수사에 대해 윗선의 압박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역시 지난 8월부터 이 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에서는 입찰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역시민단체 등에서는 A사가 공사비 300억원이 넘어 ‘대형공사 일괄입찰’로 발주해야 하는 공사 건을 다른 방식으로 발주해 심의 과정을 생략하고, 580억원 규모의 사업을 별다른 서면 과정 없이 구두상으로 재공고 입찰 처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시민단체 등에서는 경찰 수사가 지역 정치권의 압력으로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올해 5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시민단체는 강임준 군산시장을 채용비리(업무방해) 및 뇌물수수, 신영대 의원을 직권남용과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전직 보좌관 C씨를 뇌물수수와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현직 친문실세 의원도 피소

또한 민주당 현직 국회의원이자 친문 실세의원으로 꼽히는 E씨도 함께 고발했다. 시민단체 측에서는 E 의원이 국회 관련 상임위에 있으면서 새만금 태양광사업을 법적으로 지원했고, 보좌관 출신 모 정치인이 이 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고발장이 접수된 이 사건에 대해서 현재 검찰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으나 최근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한 만큼 조만간 조직을 정비해 본격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태양광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진상을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주문한 데 이어,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까지 나서서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는 만큼 수사기관의 관련 사건 수사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A사의 B 대표는 주간조선과 통화에서 “강 시장의 선거 의혹과 내가 관련이 있다고 하는 것은 김종식 의원의 주장일 뿐 오히려 김 의원이 먼저 접촉해왔다”며 “내가 시장을 대신해서 나설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특정 (시장) 후보를 밀어서 내가 얻을 이익이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A사가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태양광사업은 몰아주기를 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그는 “모듈 회사도, 부속물 업체도 다 따로 있는데 어떻게 몰아주기가 되겠나”라며 “컨소시엄 대표를 뽑을 때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되도록이면 지역 업체에 많은 가점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게 죄가 된다면 죄 물으라고 하라”고 말했다. B씨는 지난 9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영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주간조선에 “시민단체가 서울중앙지검에 (나를) 고발해서 이제 지역 경찰서로 내려보냈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그러나 팩트가 하나도 없으니 경찰서에서도 조치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보좌관 관련해서도 “수사를 1년 가까이 끌었는데 뭐가 안 나오지 않았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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