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서는 여론을 미리 읽을 수 있다. 주간조선이 데이터 기반 전략컨설팅 업체 아르스프락시아와 함께 대형 커뮤니티 두 곳을 분석해 본 결론이다. 주간조선과 아르스프락시아는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6~8월 방영되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대상으로 커뮤니티 여론과 실제 지지율, 시청률을 비교해 봤다. 조사 대상이 된 커뮤니티는 ‘에펨코리아’와 ‘더쿠’다. 각각 20~30대 남성과 20~30대 여성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다. 커뮤니티 규모만 따지자면 에펨코리아는 한국 커뮤니티 중 두 번째로 크고, 더쿠는 월평균 방문자 수가 4000만명에 달하는 대형 커뮤니티다.

결론적으로, 커뮤니티에서 여론을 미리 읽을 수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사실로 확인됐다. 커뮤니티의 게시글 수, 부정적인 반응은 일정 기간 뒤 객관적인 여론에 그대로 반영됐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케이블 채널 ENA에서 지난 6월 29일부터 방영된 16부작 드라마다. 드라마가 방영된 채널 ENA는 지난 4월 재개국한 채널로 ‘우영우’가 방영되기 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우영우’ 역시 첫 화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0.948%에 불과했다. 첫 화 방영 전후로 커뮤니티를 통틀어 작성된 게시글 수가 1000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던 드라마다.

그러던 것이 7월 2주 차에 9%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3주 차에 12%, 4주 차에 15%의 시청률을 달성한 ‘대박 드라마’가 되었다. 한 증권사는 ENA 채널의 평균 시청률이 1%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ENA에서 5%의 시청률을 달성한 것은, 지상파 채널에서 50% 시청률을 달성한 것과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즉 ‘우영우’는 15%의 시청률을 달성한 시점에서는 이른바 ‘국민 드라마’라고 충분히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우영우’의 인기 요인으로 많은 것이 꼽히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우영우’가 커뮤니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첫 화에 매우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우영우’의 인기는 작품성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며 높아졌는데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는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주간조선이 분석해본 결과를 보면 ‘우영우’의 시청률은 커뮤니티의 게시글 수, 긍·부정 점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8월까지 분석해 본 커뮤니티 여론은 비교적 일정하게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우선 커뮤니티 게시글을 긍·부정 점수로 나타내 보았다. 1점에 가까울수록 긍정, -1점에 가까울수록 부정이라고 볼 때 취임 직후인 5월 2주 차 긍·부정 점수는 약 0점으로 중립적인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줄곧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는데 5월 4주 차의 긍·부정 점수는 이미 -0.4점이었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큰 상관관계를 보인 것은 게시글 수다. 이미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게시글 수의 증감은 지지율의 부침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게시글 수와 부정평가의 상관관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부터 살펴보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매주 발표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에는 긍정평가뿐 아니라 부정평가도 포함돼 있다. 특히 날짜별로 긍·부정 평가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간조선의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됐다. 주간조선의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해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변곡점을 맞은, 즉 급격히 증가하기 일주일 전에는 커뮤니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많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7월 넷째 주는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커뮤니티 게시글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시점이다. 7월 셋째 주보다 260% 많은 게시글 수가 확인됐는데, 7월 넷째 주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리얼미터 기준 64.5%로 전주에 비해 1.1%포인트 높아진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바로 다음 주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비율은 67.8%로 3.3%포인트나 높아졌다. 특히 긍정평가 비율이 29.3%로 30%의 벽이 깨졌다.

7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사이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7월 첫째 주에는 그 전주보다 160% 늘어난 게시글 수가 기록됐다. 그리고 일주일 뒤 57%였던 부정평가 비율은 급격히 늘어 60%를 돌파해 63.3%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보자. 지난 7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지지율 하락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고 답했다. 곧바로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의 대답은 ‘지지율 의미 없다’는 문장으로 축약돼 퍼졌고 국민의 눈치도 보지 않느냐는 비난이 잇따랐다.

7월 5일 출근길 문답은 더 큰 논란을 낳았다. 부실인사 논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되물었다.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윤 대통령의 언행에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여기에 7월 7일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당시 대표직을 맡고 있던 이 전 대표가 성상납 의혹과 관련돼 증거를 인멸했다는 등의 이유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커뮤니티의 정치 게시판은 들끓었다. 에펨코리아에서는 ‘오늘 도어스테핑 때 항문모드 발동됨’이라는 제목의 글이 인기 글로 올라갔다. ‘항문’이란 주로 커뮤니티와 온라인 댓글에서 쓰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멸칭이다. 댓글에는 ‘윤석열 리스크’ ‘저 따위로 할려면 안하는 게 나은 듯’ 같은 날카로운 비난이 줄을 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발표된 날에는 커뮤니티의 게시글 수가 더욱 폭발적으로 늘었다. ‘준스기 전용 화이트리스트 명단’이라는 글은 확연히 많은 추천 수와 댓글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준스기’는 이준석 대표를 향한 커뮤니티의 애칭이고 화이트리스트는 이준석 대표에게 우호적인 정치인의 목록을 작성한 것이다. 급기야 징계 발표를 뒤통수 맞았다는 뜻에서 ‘통수 사건’이라고 지칭하기도 하고 “윗대가리들 믿지 마라”라고 말하는 이용자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출근길 문답에 임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출근길 문답에 임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실시간 ‘반응’이 모이며 여론의 첨병 역할 

7월 넷째 주에는 정치권을 뒤흔든 문자 하나가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로 어수선하던 분위기를 단박에 잠재운 사건으로, 26일 국회의사당에서 사진기자에게 포착된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스마트폰 화면이 문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메시지의 일부가 공개됐는데 윤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를 두고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것이 특히 논란을 낳았다.

곧바로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게시글 수가 폭발하듯 늘어났다. 글 수가 너무 많아 각 글에 달리는 댓글 수가 적은 수준이었는데, 예를 들어 에펨코리아에서는 ‘나라 존나게 망한 거’ ‘아버지 항문지지철회’ 같은 글이 줄을 이었고 ‘개웃기네 진짜 괜히 뽑았네 준스톤만 믿고 뽑은 건데’ 같은 댓글부터 원색적인 욕까지 등장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여론이 곧바로 여론조사 등의 객관적인 지표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로 부정적인 게시글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다음 주에 실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뚜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중요한 사실을 암시한다. 커뮤니티에서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여론은 원을 그리듯 되풀이되는 과정을 거친다. 먼저 뉴스 보도가 이뤄지고 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일정하게 모인 여론은 여론조사 등을 통해 집계되는데,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함으로써 다시 반응이 이어지는 식이다. 이때 ‘반응’이 어디에서 일어나느냐를 주목할 만한데, 커뮤니티는 실시간 반응을 나타내는 여론의 첨병(尖兵)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껏 여론을 어디에서 읽어낼 것인가를 두고 온라인 뉴스 댓글이나 소셜미디어를 꼽기도 했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커뮤니티는 여론을 충분히 반영할 뿐 아니라 반영하기 앞서 여론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비단 정치 분야에서뿐만 아니다.

드라마 ‘우영우’의 시청률은 지난 7월 27일 9회 방영분에서 15%를 넘긴 이후 다소 정체기를 보였다. 오히려 살짝 하락세를 보여 8월 3일에는 14%대로 시청률이 소폭 감소했고 이후 줄곧 13~14%를 오갔다. 마지막 화 시청률이 17%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는 마지막 화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영우’ 시청률의 급상승과 정체기는 커뮤니티에서 먼저 감지됐다. ‘우영우’에 대한 커뮤니티의 반응은 1화에서부터 나왔다. 거의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가 담긴 글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첫 화가 방영됐던 6월 마지막 주에서 7월 첫째 주 사이 게시글 증가 폭이 500%에 달할 정도다. 이 사이 시청률은 1.37%에서 4.61%로 올랐다. 게시글 수보다 더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 것이 긍·부정 점수다. 긍정 점수가 높을 때는 시청률이 상승세를 타고 점수가 낮아지면 일주일 간격을 두고 시청률이 떨어지거나 정체기를 보였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에서 긍·부정 점수가 갑자기 하락한 것은 7월 셋째 주 방영분에서부터다. 커뮤니티 더쿠 등에는 ‘초반 에피 진짜 존잼이었는데 소덕동부터 점점 노잼’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긍·부정 점수도 0.33점에서 0.05점으로 중립에 가깝게 떨어졌다. 그런데 시청률은 올랐다. 7월 넷째 주 방영분의 시청률은 15%를 넘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뮤니티의 반응은 중립적으로 고정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7월 넷째 주에 방영된 9화와 10화에서는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9화에서는 아동 납치범을 미화하는 듯한 묘사가 나왔다. 10화에서는 지적장애 여성의 애정 관계를 다룬 사건이 전개됐는데 우영우는 극 중에서 “장애인에게도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실제로는 취약한 지적장애 여성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더쿠에서는 이 즈음 ‘지금이 더 재밌는 사람이 많으니까 청률(시청률)은 계속 오르는 거겠지만 나한텐 지금 좀 살짝 안 맞아’ 같은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10화가 방영되고 나서는 ‘법정씬 불편했음’ ‘9, 10이 진짜 개별로였어’ ‘나도 보면 볼수록 판타지 드라마 같아’ 같은 반응이 흘러나왔다. 이 주의 긍·부정 점수는 0.0785점으로 중립에 가깝게 분석됐고 시청률은 일주일 뒤 14%대로 떨어졌다. 

 

실시간 댓글 공유하는 ‘소셜 시청’의 위력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에는 게시글의 수가, 드라마 ‘우영우’의 경우에는 긍·부정 점수가 지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데 모두 일주일의 시차를 두고 발생했다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커뮤니티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이다. 사건이 발생하거나 콘텐츠가 공개되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는 곳이 커뮤니티다. 이는 특히 포털사이트에서 연예나 스포츠 면의 댓글 작성이 금지된 이후에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바이다.

커뮤니티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반응과 자신을 동질화시킨다. 커뮤니티 이용자가 아니라도 커뮤니티 반응은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다. 요즘 소셜미디어나 카카오톡 채널 등에서는 커뮤니티 반응을 캡처해 공유하는 게시물도 많다. 직접 게시물을 접하지 않더라도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반응이 소셜미디어나 실제 오프라인에서의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 확산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 ‘소셜 시청’이 이뤄진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소셜 시청이란 TV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도 시청 소감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일을 일컫는다. 이 경우 자신의 반응이 남들과 같을 때는 반응의 폭이 커지고 다를 때에는 교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비단 TV 프로그램에서뿐 아니라 정치 같은 분야에서도 커뮤니티에서는 ‘소셜 시청’ 하듯 실시간 반응이 공유된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결과가 나왔을 때, ‘내부 총질’ 문자가 공개됐을 때 커뮤니티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마치 대중문화 콘텐츠를 즐기듯 정치 뉴스를 실시간 공유하고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며 커뮤니티에 여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질적인 반응은 질타받고 하나의 여론으로 수렴되는 과정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커뮤니티의 여론은 ‘네티즌들의 반응’ 같은 형식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고, 다른 매체를 통해 확산되기도 한다. 이번 빅데이터 분석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유튜브 채널과 커뮤니티 또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커뮤니티의 반응이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큰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유튜브 콘텐츠가 커뮤니티의 글과 댓글에 영향을 주는 현상은 자주 목격된다.

그러면서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커뮤니티 여론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커뮤니티와 실제 여론 사이에 일주일 간의 간격이 존재하는 이유다.

단 모든 여론이 커뮤니티에서 형성되는 대로 이끌려 가지 않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의무 면제 문제, 즉 병역법 개정안 심사와 관련해서 국회 국방위원회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이 감지되기도 한다. 또 젠더 문제와 같은 첨예한 갈등 문제에서는 커뮤니티마다 다른 여론이 존재하기도 한다.

커뮤니티를 여론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커뮤니티는 여론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커뮤니티를 잘 살피면 여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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