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청년들이 날벼락을 맞은 모양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할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동원령을 선포하자 청년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외신들은 동원령이 선포된 9월 21일 하루에만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져 최소 1000명 이상의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합니다. 젊은이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려고 몰려드는 통에 비행기표 값이 두 배가 뛰었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적 동원령 시행을 알렸습니다. 대학생을 제외한 18~27세 남성 중 1년간 의무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 30만명이 징집 대상이라는데 청년들 사이에서는 “푸틴을 위해 죽을 필요는 없다”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는 총알받이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고 합니다. ‘팔 부러뜨리는 방법’ 등 징병 기피법에 대한 온라인 검색량도 급증했다고 합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에 밀리고 있는 러시아 군대는 만성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예컨대 러시아 육군이 현 수준을 유지하려면 징집률을 현재의 6.31%에서 8.01%로 늘려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습니다. 다름 아니라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호 우태영 자유기고가가 쓴 글에는 러시아의 진짜 재앙인 인구문제가 잘 분석돼 있습니다. 러시아 인구학자인 알렉세이 라크샤는 지금 러시아의 인구 감소 추이가 ‘재앙 수준’이라고 진단합니다. 올해 들어 첫 5개월 동안만 인구가 43만명이나 감소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까지 인구가 550만명 감소할 전망이랍니다. 2차 대전 당시 사망자의 30%에 육박하는 인구가 앞으로 8년 안에 사라진다는 얘깁니다. 러시아가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여성 한 명당 2.2명을 출산해야 하지만 지금 이 숫자가 1.5명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 사람들까지 자국 인구에 포함시켰다는 걸 보면 얼마나 사정이 다급한지가 드러납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벌이는 전쟁은 또 다른 재앙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 때문인지 러시아 전체 사망자의 24%가 생산연령이라는 통계도 제시됩니다. 특히 이 중 80%가 남성이라는 겁니다. 한창 일해야 할 남성들이 전쟁터에 나가 죽고 있다는 얘깁니다. 병력이 부족하고 이를 보충할 인적자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궁여지책은 소수민족들입니다. 러시아군에서 체첸 병사 등 소수민족의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 향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게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사실 초저출산율과 인구감소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러시아를 능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1.5명이라고 우려하지만 우리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세계 인구가 2022년 79억7000만명에서 2070년 103억명으로 증가할 동안 한국의 인구는 5200만명에서 3800만명으로 감소할 거라는 끔찍한 전망도 나옵니다. 인구 감소로 사라질 가능성을 따지면 아마 러시아보다 한국이 먼저일 겁니다. 이대로라면 당장 우리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용병을 수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독재자도 궁지로 몰아넣는 인구감소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당장 이 문제에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논의를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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