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라이베리아 공무원들의 사건을 다룬 현지 언론.  photo 프론트페이지아프리카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라이베리아 공무원들의 사건을 다룬 현지 언론.  photo 프론트페이지아프리카

부산에서 10대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라이베리아 공무원 2명이 9월 25일 구속됐다. 라이베리아 언론은 이번 사건을 헤드라인에 올리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부산지법은 라이베리아인 A씨와 B씨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들은 해양수산부가 주관한 국제행사에 참석하러 부산에 출장을 온 공무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지난 9월 22일 밤 11시쯤 부산 동구의 한 호텔에서 여중생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부산 기장군에서 열렸던 해양수산부 주최 한국해사주간 국제프로그램에 참가 중이었다. 당시 이들은 외교관 면책 특권을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경찰은 우리나라로부터 외교관 지위를 부여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면책특권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 소식을 한국발로 전하며 이들의 신분과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A씨는 국제해사기구(IMO)의 라이베리아 파견 공무원이며 B씨는 해양환경보호부 소속 공무원이다. 
 

"A씨, 강간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

국내 언론보다 좀 더 깊이 들어간 보도도 있다. '프론트 페이지 아프리카(FPA)'는 사건 발생 뒤 A씨와 직접 연락을 한 매체다. 이 매체는 사건의 정황을 자세히 소개하며 왓츠앱을 통해 A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보도했다. FPA는 "A씨가 자신들은 누명을 썼으며 (이번 사건이) 인종차별 행위라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A씨의 주장과는 별개로 라이베리아 정부는 "모든 종류의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공무원들의 이런 행동은 문명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가장 터무니 없는 행위"로 보고 있다. FPA는 "라이베리아 해양청은 이 사건에 관한 조사에서 한국 정부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고 여성아동사회보호부는 이런 라이베리아 해양청의 성명을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 '스마트뉴스라이베리아'는 "라이베리아의 한 성폭행 반대 운동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A씨가 국제해사기구에 파견가기 전에 성폭행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작성자는 네수아 베이얀 리빙스턴으로 라이베리아에서 유명한 아동·여성 인권운동가다. 라이베리아는 성폭행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9월, 급증하는 성폭행을 막고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리빙스턴은 페이스북에 "A씨는 그와 그의 아내와 함께 어린 소녀의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있고 우리는 이를 추적해왔다. 우리가 정의를 찾기 위해 뛰어다니는 동안 A씨와 그의 아내는 라이베리아 정부로부터 일자리를 얻었고 해외로 떠났다"고 적었다. 이 매체는 "리빙스턴의 작성물은 A씨가 국제해사기구 라이베리아 대표로 임명되기 전에 작성됐으며 리빙스턴 본인이 작성한 것이란 걸 확인했다. 리빙스턴이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한 뒤 추후 자세한 내용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라이베리아 공무원들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와 비슷한 시간, 조지 웨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연단에 서 있었다. 9월 22일(미 현지시간) 77차 유엔총회에서 그는 변화된 라이베리아를 강조하며 "우리 정부는 여성에 대한 해로운 관행을 없애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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