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용 배추'를 구글 번역기에 넣었을 때 결과.photo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김치용 배추'를 구글 번역기에 넣었을 때 결과.photo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구글에서 ‘김치용 배추’를 검색하면 어떻게 번역될까? 'Chinese cabbage for kimchi , 즉 ‘중국 배추’로 나온다. 우리 정부가 '언어의 선점화'를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리고 "최근 가장 많은 문의를 받은 것 중 하나가 '배추'의 영문표기가 '중국 배추'(Chinese Cabbage)로 표기됐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서 교수는 국제 표기상으로도 '김장 배추'(Cabbage for Kimchi)가 정식 영문 명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장 배추'를 정식 명칭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산 배추는 국제 식품분류상 'Chinese cabbage'에 속해 있었는데 2013년 'Kimchi cabbage'로 분리 등재됐다. 

그는 전세계 최대 검색 사이트인 구글 번역기가 '김장 배추'를 '중국 배추'로 번역되는 사실을 비판했다. "(사람들로부터) 이걸 바꿀 수 없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중국의 '김치공정'이 날로 심각해지는데 배추의 영문표기에 '중국식'이 들어가니 (사람들이) 많은 걱정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주간조선이 서 교수와 통화한 결과 그는 네티즌들과 올해 중순부터 구글의 번역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구글 번역의 '의견 보내기' 기능을 통해 항의를 하고 있다. 구글 번역기 아래에는 '의견 보내기' 버튼이 표시되어 있는데, 번역 결과에 대한 의견을 보낼 수 있는 창구다. 또 구글에 항의 메일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구글 측은 아무 반응이 없는 상태다.

구글 번역기에 '김치'를 검색한 결과. photo 구글 번역기 캡처
구글 번역기에 '김치'를 검색한 결과. photo 구글 번역기 캡처

김치용 배추 뿐만 아니다. 구글 번역기에 한국어 '김치'와 영어 'kimchi'를 중국어로 번역하면 '파오차이'(泡菜)라고 결과가 나온다. 파오차이란 스촨성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피클에 가깝다. 중국은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파오차이는 만드는 과정부터 김치와 거리가 멀다. 소금과 산초잎, 고수 등을 물에 넣고 끓인 다음 식힌 즙에 각종 채소를 넣고 절인다.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일부 개정했다.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는 ‘신치(辛奇)’라고 명시한 바 있다.

서 교수는 구글에서 ‘파오차이’라고 나오는 부분을 '신치'로 바꿔 줄 것을 구글 측에 꾸준히 항의 하고 있다. 그는 김치에 대한 정확한 표기를 위해 '글로벌 홍보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 온고 푸드커뮤니케이션 최지아 대표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한식 세계화에서 언어의 선점화는 정말 중요하다”며 “일본도 일식 세계화를 할 때 가장 먼저 한 게 음식 재료 명칭을 일본식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와사비(Wasabi)의 예를 들었다. "해외에서 ‘재패니시 홀스래디시(Japanese horseradish)’라고 불리던 것을 일본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와사비’란 이름을 알렸다. 그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 결과 서양에서는 음식 재료 대부분 일본식 명칭으로 부른다. 예를 들면 ‘꽈리 고추’도 ‘시시토(Shishito)’라고 부른다" 

최대표는 "김치뿐만이 아니다. 깻잎도 해외에서 새서미(Sesame)라고 부른다. 깻잎처럼 다른 나라에서 거의 먹지 않는 음식 재료는 빨리 우리나라 명칭으로 등록해야 한다. '배'도  '나시 페어(Nashi pear)'라고 하는데 나중에 수출했을 때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산 배보다 일본산 배가 원조인 것 처럼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코덱스에 등록한다고 포털이나 사람들이 그렇게 적어야 할 의무가 생기지는 않는다. 대중들 입에서 그 명칭이 나오도록 용어 선점과 홍보를 꾸준히 해야 한다. 언어 선점화는 국력과 관련이 깊다"고 말하고 국가가 나서서 음식 재료 명칭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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