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폭발 목격담. photo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강릉 폭발 목격담. photo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4일 밤 강원도 강릉지역에서 불길과 함께 큰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려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일이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쟁난 게 아니냐’며 불길 사진과 영상이 잇달아 공유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이는 군의 북한 도발 대응 훈련 중 미사일이 비정상 낙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훈련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사후 대응도 미흡했던 군의 대처에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강릉시 주민들에 따르면 4일 밤 11시쯤부터 5일 오전 1시 30분 사이 강릉 모 부대 쪽에서 큰 불길과 연기, 엄청난 폭발음이 몇 차례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직접 찍은 불길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부대 주변을 중심으로 목격담을 이어 나갔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엠바고가 걸렸는지 아직 뉴스에는 안 나왔어요” “미사일 같은 발사체로 추정” “군 가족이에요 훈련이라는 것 같아요”  "군부대에서 이 정도의 폭발음과 훈련을 한 적이 없다" 등의 말이 오가며 순식간에 불안감이 확산됐다. 주민들이 올린 영상을 보면 불꽃 섬광이 하늘로 치솟거나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확인된다. 이런 상황에서 폭발음이 5일 오전 1시30분까지 여러 차례 이어지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photo 강릉맘카페 갈무리
photo 강릉맘카페 갈무리

소방당국에도 ‘군부대쪽에서 불이 났다’ ’비행장에서 폭탄 소리가 난다’ 등 1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되어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동 중 군부대에 문의한 결과 훈련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와 곧바로 돌아왔다고 한다.

주민들의 이 같은 혼란은 아침이 되어서야 진정될 수 있었다. 군 당국은 5일 오전 7시가 돼서야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 각 2발씩 총 4발을 동해 상으로 발사해 가상표적을 정밀타격,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대응 능력을 현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어떠한 장소에서 도발하더라도 상시 감시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우리 군은 북한 추가도발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상시 압도적인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실시한 연합 대응 사격에서 군은 ‘현무-2’ 탄도미사일도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와 관련한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없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멀리서도 불길이 보일 정도인 훈련을 예고도 없이 새벽에 진행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강릉이 고향인 주민 A씨는 “부모님이 새벽에 동영상을 보내서 깜짝 놀랐다. 대낮도 아니고 새벽에 불길이 치솟으면 얼마나 무섭겠냐”며 “최근에 북한이 미사일도 쏴서 전쟁이라도 났을까봐 집 걱정에 밤새 한숨도 못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전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한 한미(韓美) 연합 대응 사격 과정에서 우리 군의 현무-2 탄도미사일이 강릉 지역에 낙탄한 데 대해 ‘유감’ 표명을 하고,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합참 관계자는 “훈련 중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놀라신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과한다”며 “현재 파악한 바로는 민간·군 인명 피해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낙탄한 탄도 미사일은 탄두가 폭발하지 않고 추진체의 추진재가 연소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군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 사격 훈련을 하다 오발 사고를 낸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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