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9 대선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여야(與野) 후보들의 호감도가 낮았다. 반면 주요 후보의 비호감도는 모두 60%를 넘나들었다. 각 후보를 향한 사생결단의 네거티브 공방으로 막판까지 후보 선택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권자가 많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은 각자 지지층 결집을 위해 협치보다 강경 노선을 택했다. 여야가 단 하루의 ‘허니문 기간’도 없이 강대강(强對强)으로 맞서면서 정치권을 외면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지지율은 인지도와 호감도의 결합”

주간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10월 14~15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여야의 주요 정치인 10명(여당 소속 6명, 야당 소속 4명)에 대한 호감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20대 대선의 ‘연장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를 대표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비호감 대결’이 지속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유용한 자료다. 아울러 2027년 대선을 향한 여야 주요 정치인들의 경쟁 구도와 유권자 표심(票心)의 향방도 살펴봤다.

조사를 담당한 케이스탯리서치 측은 “정치인에 대한 지지율은 인지도와 호감도의 결합”이라며 “이번 조사의 대상인 인물들은 대부분 과거 대선에서 본선 또는 각 정당의 예선에 나섰던 인물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다”고 했다. 이 중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만 대선에 나선 적이 없지만 최근 여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즉 모두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란 점에서 이들에 대한 호감도가 향후 정치권 판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 결과, 여야의 비호감 대결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국민의 절반 이상에게 ‘호감이 간다’는 평가를 받은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다. 호감도가 40%를 넘는 정치인도 3명에 불과했다. 반면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평가가 50%을 넘는 정치인이 다수(7명)였다. 주요 정치인 10명의 호감도 평균치는 38.6%였고 비호감도 평균치는 50.4%였다. 지금 같아선 이들을 간판으로 내세워 여야가 총력전을 펼칠 다음 총선과 대선도 비호감 대결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연령별로는 주요 정치인 10명에 대한 호감도 평균치는 20대에서 28.9%로 가장 낮았다. 다음은 30대(35.1%), 40대(33.9%), 50대(42.9%), 60대(45.3%), 70대 이상(46.8%) 등이었다. 모든 연령층에서 호감도 평균치가 50%를 넘지 못하는 가운데 특히 젊은층의 정치 외면이 심했다. 성·연령별로는 20대 여성에서 25.4%로 가장 낮았고 70대 이상 남성에서 48.3%로 가장 높았다. 응답자의 정치 성향별로는 주요 정치인 10명에 대한 호감도 평균치가 보수층(43.5%)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중도층은 38.5%, 진보층은 35.6%였다. 지지 정당별로도 국민의힘 지지층(47.2%)이 민주당 지지층(33.5%)보다 호감도 평균치가 높았고 무당층(31.7%)에서 가장 낮았다.

여야 주요 정치인 10명 각각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호감이 간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 인물은 여당의 홍준표 대구시장(47.8%)과 오세훈 서울시장(47.1%)이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으로 당선된 홍 시장과 오 시장은 앞으로도 다른 인물들에 비해 여당의 대권 주자로서 입지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에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1.2%로 3위였고 4위는 김동연 경기지사(39.8%)였다. 야당에선 이 대표와 김 지사의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의미다. 그 뒤는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38.8%)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38.2%)였다.

 

호감도 40% 이상 3명에 불과

현 정부 들어 야당으로부터 ‘2인자’로 지목을 받으며 집중 공세를 받고 있지만 여권 지지층에서는 인기가 상승 중인 한동훈 장관(37.5%)의 호감도는 7위였다. 한 장관의 호감도는 여당 지지층에선 2위였지만 야당 지지층에선 최하위에 머물러서 전체적인 순위가 하락했다. 8위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연대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35.2%)이었고 9위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35.0%)이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과 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연이어 고배를 마셨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호감도가 25.5%로 가장 낮았다.

각 인물에 대해 ‘호감이 가지 않는다’, 즉 비호감도로 순위를 매길 경우에는 호감도의 역순(逆順)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특정 인물에 대해 ‘호감이 간다’는 응답이 높아도 ‘모름·무응답’이 현저하게 낮다면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호감 1위인 안철수 의원이 이런 경우다. 안 의원의 호감도(35.2%)는 8위였는데 비호감도는 60.8%로 가장 높았다. ‘모름·무응답’(4.0%)이 매우 적었던 것의 영향이 컸다. 비호감 2위인 이재명 대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의 호감도(41.2%)는 3위로 상위권이었는데 비호감도(56.4%) 역시 2위로 순위가 높았다. 그다음으로 비호감도가 높은 인물은 이낙연 전 총리(53.1%)와 박용진 의원(51.5%) 등 야권 정치인들이었다.

비호감 5위는 호감도에서 5위였던 유승민 전 의원(51.1%)이었다. 비호감 6위는 한동훈 장관(50.5%)이었고, 7위는 원희룡 장관(50.0%)이었다. 호감도에서 선두권인 홍준표 시장(48.0%)과 오세훈 시장(45.3%)은 비호감도가 8위, 9위로 낮았다. 가장 비호감이 낮은 정치인은 김동연 지사(37.7%)였다. 김 지사는 호감도(39.8%)가 4위에 머물렀지만 ‘모름·무응답’이 22.5%로 높아서 비호감 응답이 낮았다. 상대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그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를 통틀어 주요 정치인 10명 중 호감도 선두에 오른 홍준표 시장은 예전에 비해 호감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갤럽 조사에선 호감도가 12%에 그쳤지만 20대 대선 당내 경선을 앞둔 2021년 10월엔 31%로 윤석열 후보(28%)를 추월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지난 대선 때에는 20·30세대 사이에서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돌돌홍(돌고 돌아 홍준표)’ 등 신조어가 유행하며 지지를 받았다. 그에 대한 젊은층 남성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20대와 30대 남성에서 호감도가 60% 안팎으로 가장 높았다.

홍 시장에 비해 호감도가 간발의 차이(0.7%포인트)로 2위인 오세훈 시장은 지난 9월 한국갤럽 조사에선 주요 정치인 가운데 호감도 선두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에도 오 시장(41%)과 홍 시장(40%) 차이는 박빙이었고 이재명 대표(34%)가 3위였다. 오 시장은 과거 네 차례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상대 후보에 비해 높은 호감도를 바탕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오 시장은 유권자 수가 많은 서울에서 호감도가 가장 높았고, 60·70대와 대구·경북 등 보수 성향이 강한 곳에서 호감도가 높아서 여당 내 기반이 탄탄한 편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은 친윤(親尹) 유권자에서 호감도가 79.7%로 한 장관(73.2%)과 홍 시장(66.4%)보다 높은 것도 강점이다.

호감도 3위인 이재명 대표는 야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 가장 호감도가 높아서 지금으로선 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입지가 가장 강하다. 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도 호감도가 58.3%로 이낙연 전 총리(50.2%) 등 다른 야당 정치인에 비해 높은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비호감이 전체 2위로 높은 게 지난 대선 때처럼 약점으로 꼽힌다. 선거의 승부처인 중도층에서도 그에 대한 비호감(56.1%)과 호감(40.3%)의 차이가 큰 편이다. 무당층(無黨層)에선 비호감(60.2%)이 호감(31.7%)의 두 배에 달했다. 특히 최근 선거에서 캐스팅보터로 부각되고 있는 20대에서 비호감이 57.6%로 가장 높은 것은 그로선 해결 과제다.

높은 비호감도는 정치의 위기

김동연 지사는 이번 조사에서 호감도가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의 강점은 호감도가 4위로 높은 편이고 비호감도는 10명 중 가장 낮다는 점이다. 50대에서 호감도가 55.4%로 전체 1위였고,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에서도 51.9%로 야당 정치인 중에서 가장 높았다. 보수 성향 유권자도 크게 부담이 없는 야당 정치인이란 뜻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를 찍었던 친명(親明) 유권자 중에선 호감도가 56.6%로 이 대표(82.5%)에 비해 크게 낮았고, 호남에서도 호감도가 45.9%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에서 관심을 끄는 게 급한 과제로 보인다.

호감도 순위 5위인 유승민 전 의원은 여당 내에선 홍 시장과 오 시장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27.5%)보다 이 대표를 찍은 유권자(51.8%)에서 호감도가 두 배가량이나 높았다. 친윤보다 친명 유권자에서 호감도가 높아서 그가 여당의 차기 대표 경선에 나설 경우 ‘역선택’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총리는 전체 호감도 6위였고 야당 정치인 중에선 이 대표에 이어 2위였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지역에서도 50.2%로 이 대표(58.3%)에게 뒤졌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를 찍은 유권자에서도 호감도가 41.4%로 이 대표(82.5%)의 절반에 그쳐서 대권을 향해 재도전을 할 경우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의 인물인 한동훈 장관의 호감도는 윤 대통령 투표자(73.2%)에선 오 시장(79.7%)에 이어 2위였지만 이 대표 투표자에선 8.4%로 최하위였다. 진보층에서도 그에 대한 비호감이 74%로 가장 높았다. 여야 지지층별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인물이란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호감도 8위였고 비호감도는 1위였다. 안 의원이 국민의당을 이끌던 2016년 총선에선 호남 의석의 80% 이상을 석권했지만 이번 조사에서 호남권은 그에 대한 비호감이 74.3%로 1위였다. 중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중도층의 비호감이 65.0%로 가장 높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원희룡 장관과 박용진 의원은 호감도가 9위, 10위로 최하위권이지만 비호감도는 7위와 4위였다. 이들에 대해선 호감도 평가에서 ‘모르겠다’는 반응이 비교적 많았다. 자신들의 장점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호감도 제고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러 정당이나 후보들 가운데 선호하는 쪽을 억지로 고르는 ‘지지도’는 민심이 제대로 반영된 결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치인 각각에 대한 절대평가인 ‘호감도’는 현재의 정치 지형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라고 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주요 정치인 중에서 호감도가 50%를 넘는 인물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정치의 위기”라며 “예전엔 정치 철학이 나와 달라도 인품이 좋아서 선호하는 정치인이 있었지만 이젠 모두 실종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정치권에 대한 비호감이 지속된다면 다음 선거를 앞두고 제3의 인물이 혜성처럼 나타나 주목을 받을 경우 정치권을 근본부터 뒤흔들 수도 있다”고 했다. 

 

조사 어떻게 했나_  이 조사는 주간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 14~1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집전화 임의전화걸기(10%)와 휴대전화 가상번호(90%)를 결합한 전화 면접원 조사 방식이다. 표본은 2022년 9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할당 추출했으며 인구 비례에 따른 가중치(셀 가중)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응답률은 11.8%다. 상세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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