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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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후의 서울은 이전까지의 서울과 달라질 것이다. ‘도시기본계획’만 해도 2022년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도시기본계획이란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최상위 공간 계획이다. 2014년에 발표된 ‘2030 서울플랜’에서 만들고자 한 서울은 ‘소통과 배려가 있는 행복한 시민도시’였다. 지난 3월 이 계획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으로 대체됐다. 서울시가 새롭게 발표한 미래상은 ‘살기 좋은 나의 서울, 세계 속에 모두의 서울’이다. 앞선 계획이 소통, 배려 같은 가치 중심적인 것이었다면 이번 계획은 삶, 경쟁력 같은 실제적인 것들이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는 서울 도심을 비롯한 중심지 기능이 강화되고 곳곳의 수변 공간이 개발되며 지상철도가 지하화되고 자율주행버스 같은 미래 교통 인프라가 확충된다.

이런 변화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의 키를 잡게 된 이후로 생긴 일이다. 오 시장은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올라가 “종로2가와 청계천을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이유로 오 시장은 주간조선에 “2009년 재임 당시에 세운상가 주변을 통합 개발하고 종로와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 조성 계획을 수립했지만 모두 무산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전 시장은 세운상가의 개발 계획이 산업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벌였다. 세운상가와 진양상가를 잇는 공중보행길도 설치했다. 도시재생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개발 사업과 결을 달리한다.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시민들이 직접 개선을 이끌어나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어 왔다.

오 시장은 도시 계획을 되돌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들어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개발 계획들은 오 시장이 서울의 경관을 바꾸는 데 얼마나 전력하는지 알게 한다. 당장 중요하게 꼽을 수 키워드만 봐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외에 ‘도심 복합개발’,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정비창) 개발구상’ ‘신속통합기획’ 같은 굵직한 것들이 많다. 이 계획들이 모두 실행되면 서울은 지금과는 또 다른 ‘서울 2.0’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간조선은 창간 54주년을 맞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2.0’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 시장은 주간조선이 붙인 서울 2.0이라는 이름에 공감하면서 서울 2.0 프로젝트는 “서울의 골격을 바꾸고 공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photo 서울시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photo 서울시

살고 일하고 노는 ‘직주혼합’ 도시

-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가장 먼저 강조되는 것은 ‘보행 일상권’이다. 왜 그런가. “보행 일상권은 디지털 시대에 달라질 생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개념이다. 예전에는 도시에서 업무 지역, 주거 지역 등이 확실하게 구분되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를 테면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사는 곳이 업무를 보고, 쇼핑을 하고, 교육을 받는 복합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이 되었다. 슬리퍼와 생활권을 합친 ‘슬세권’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사는 곳 가까이에서 일자리와 여가를 모두 누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시민에게는 보행 일상권이 필요하다. 걸어서 30분 이내에서 살고, 일하고, 놀 수 있는 권리다. 공유 사무실, 문화시설, 수변 녹지, 대중교통 거점 같은 것을 마련하면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균형적인 도시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서울 어디서나 비슷하게 수준 높은 환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강남과 강북이 차이 없는 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 그런 점에서 여러 개발 계획에서 ‘직주혼합’, 즉 직장과 주거가 뒤섞인 공간이라는 단어 또한 자주 언급하고 있다. 직주혼합을 이뤄낼 수 있는 계획이 있나. “직주혼합은 현재 도시 계획의 트렌드다. 비어 있는 도심은 이제 없다. 도심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직주혼합이 구현되면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교통문제나 환경오염도 줄어든다. 도시 철도망을 갖추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데, 이를 줄일 수도 있다. 24시간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 한복판에 방치돼 있는 약 50만㎡(약 15만평)의 이 땅은 흔히 용산정비창 부지라고 불린다. 오 시장이 재임 당시 세웠던 개발 계획은 2013년 최종 무산돼 지금까지 공터로 남아 있었다. 오 시장은 지난 7월 이 지역에 회사와 집, 병원과 학교, 초고층 건물과 공원이 어우러진 직주혼합 공간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 직주혼합은 기업을 유치해야 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직주혼합을 만들어낼 계획인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전 세계 기업이 몰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수한 인재, 하나는 혁신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다. 서울은 인재와 스타트업 기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서울은 전 세계 280개 도시 중 스타트업 하기 좋은 도시 10위에 꼽히기도 했다. 50여개 대학과 다양한 규모의 기업 연구소가 모여 있어 현장형 인재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이걸 활용해서 서울을 글로벌 기업이 선호하는 ‘직주혼합 융복합 국제도시’로 만들어갈 것이다.

회의장, 전시장 같은 MICE 환경을 조성해 글로벌 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언어 제약이 없는 의료시설과 교육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지원할 것이다. 용산 개발계획은 용산 지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금융중심지인 여의도와 글로벌 예술섬이 될 노들섬까지 삼각형을 그려 하나로 연결하면 연구개발·금융·문화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 서울 2.0 프로젝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24시간’이다. 그 이유가 있나. “지난 10년간 서울은 ‘24시간 활력이 넘치는 도시’의 정반대 길을 걸었다. 도심은 극단적 보존 정책과 시대착오적 규제에 갇혀 낙후됐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주말이 되면 텅 비어버린 채 활력을 잃어버렸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이뤄지는 쇼핑·문화관광·오락 같은 것을 칭하는 ‘야간경제’는 전 세계 도시들이 앞다퉈 개발하는 분야다. 그런데 서울에는 한강처럼 밤이 되면 더 매력적으로 변하는 곳이 많은데도 활용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돼 왔다. 글로벌 비즈니스도 24시간 작동되는데 지금처럼 경색된 공간 구조 속에서는 대응할 수가 없었다.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역주행해온 지난 10년의 반성에서 시작하는 도시 대개조 프로젝트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서울의 매력을 재발견해 서울의 경쟁력을 견인해갈 것이다.”

지난 7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photo 서울시
지난 7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photo 서울시

“개발은 죄악이라는 틀을 바꿀 것”

- 이미 말했듯이 그간 서울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보존에 더 신경써 왔다. 서울 2.0 프로젝트는 그와 반대의 성격을 보인다. 어느 것이 옳을까. “개발은 옳고 보존은 그르다, 혹은 보존만 옳고 개발은 그르다 같은 극단적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10년간 과도하게 보존에 치우쳐 있던 도시공간 정책의 추를 조정해서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은 개발이나 토목을 죄악시해 왔다. 기반시설이 부족한 노후 지역이나 저층 주거지까지 보존 중심의 재생을 추진하면서 지역이 더 쇠퇴하고 낙후됐다.

지난해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70% 넘는 시민이 개발을 도시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맞춰 도시재생 사업은 보존 일변도에서 전환할 것이다. 옥석을 가려 재생이 꼭 필요한 곳, 주민의 열망이 높은 곳은 더 지원하고 열기가 식은 곳은 과감히 중단할 계획이다.”

실제로 국가적으로 추진되었던 창신·숭인 지역의 도시재생 사업에는 8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주민 만족도는 49점에 불과했다. 노후 건축물은 더 늘어 2019년 말 당시 전체 건축물의 88.2%에 달했다. 오 시장의 주장은 이런 도시재생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한편으로 개발은 취약계층의 삶을 위협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재개발·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이 원주민을 쫓아낸다는 것은 15년 전 뉴타운 추진 당시에 등장했던 반대 논리다. 재개발·재건축은 도시의 정상적인 주택 공급 수단인데도 여전히 이 논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시민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 지·옥·고로 불리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를 상향시키는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의 정상화를 통한 주택공급의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멸실 물량을 고려해 시간차를 두고 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그래야 동시다발적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전·월세난과 원주민과 세입자의 주거 불안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그러면서 임대주택이나 지분형 주택을 지원해서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향상시키고, 세입자에 대한 보상과 보호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오세훈표 서울 2.0에서 시민의 관심을 크게 끄는 것은 신속한 재개발·재건축 속도다. 지난해 말부터 도입된 ‘신속통합기획’은 재개발·재건축 과정을 서울시가 도와줘 계획부터 시행까지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방식이다. 서울 여의도의 시범아파트나 대치동의 미도아파트 같은 단지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빠르게 재건축될 예정이다.

신속통합기획 외에도 ‘규제 완화’를 통해 과감한 개발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은 수시로 발표되고 있다. 지난 10월 19일에도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9년 만에 서울시의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그보다 앞서 오세훈 시장은 용산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는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이라는 개념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방문한 싱가포르에서는 실제로 ‘비욘드 조닝’이 적용된 ‘화이트사이트(White Site)’ 사례를 보고 와 서울에도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지 용도를 주거용, 산업용 같이 정해야 하는 기존의 제도와 달리 비욘드 조닝은 개발 과정에서 주거·업무·상업의 기능을 굳이 정하지 않아도 된다. 화이트사이트는 싱가포르에서 적용된 비욘드 조닝의 사례로, 개발 사업자가 별도의 심의 없이 허용된 용적률 안에서 토지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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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라면 완성해야 할 서울 2.0

- 비욘드 조닝 같은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도시를 주거, 공업, 산업, 녹지와 같은 일률적인 틀로 구분하는 용도지역제는 1960~1970년대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다. 이제는 도시의 공간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구성되고 있다. 비욘드 조닝은 단순히 도심을 고밀 개발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낙후된 공간의 토지 효율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 문제는 현행법상 비욘드 조닝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말한 대로 비욘드 조닝은 현행법의 규제를 뛰어넘는 특례조항이기 때문에 상위법을 개정하고 나아가 특례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서울시의 지속적인 용도지역제 개편 요청에 대해 중앙정부가 응답해서, 현재 국토계획법 개정안이 마련 중이다. 장기적으로도 ‘도심 복합개발 특례법’의 제정을 촉구해서 서울 도심의 특수성을 반영한 세부방안이 담기도록 할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협력하는 동시에 시민사회·학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다.”

 -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치인으로서 서울 2.0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주간조선이 이름 지은 서울 2.0 프로젝트 대부분은 매력을 갖춘 글로벌 도시 서울의 골격을 바꾸고 공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으로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서울시장 4년 임기 중에 착공해서 시동은 걸 수 있지만 준공·완공은 그 다음, 다다음 임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도시의 시간표를 시장의 시간표에 맞춰 갈 수는 없다. 시장 개인의 성과와 치적을 생각해서 임기 내 완성할 수 있는 단기 계획에만 집중하는 건 서울의 미래에 큰 손해일 뿐 아니라 시민에게도 도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 2.0 프로젝트는 시민의 삶과 행복, 안전, 건강, 서울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장이라면 계승해 완성시킬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다.”

- ‘매력’이라는 단어도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했다. “최근 몰두하고 있는 문제가 서울의 도시 경쟁력, 다시 말해서 매력을 키우는 일이다. 도시가 풍기는 매력이야말로 사람과 자본, 기술과 일자리를 끌어모으는 경쟁력의 요체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공간은 서울의 매력을 담는 그릇으로 과감한 도시계획이나 건축적 시도가 도시 매력을 일신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 방문하는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도심 복합개발 현장은 낙후된 서울의 구도심을 살고 싶은 미래 도심으로 탈바꿈할 때 본받을 만한 성공 사례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는 도시를 바꾸는 동력이 된다.

서울 2.0 프로젝트로 서울의 매력을 기초부터 탄탄히 다질 것이다. 살고 싶고, 머물고 싶고, 투자하고 싶은 경쟁력 있는 도시의 위상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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