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회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photo 뉴시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회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photo 뉴시스

모두가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드디어 속도조절에 나선 국가가 등장했다. 캐나다가 주인공이다. 10월 26일(현지 시각)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려 3.75%로 인상했다. 다만 시장의 예상은 0.75%포인트 인상이었는데 막상 0.5%포인트만 올리기로 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리에 보수적인 곳이 아니다. 주요 7개국(G7) 중 금리 인상에 빠르게 대처한 나라로 올해 들어서만 무려 6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심지어 지난 7월에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넘어서는 1%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3.75%는 2008년 이후 캐나다 기준 금리로는 가장 높은 수치지만 인상폭이 줄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캐나다는 금리인상에 속도조절에 나선 주요국 중 첫번째 사례가 됐다.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긴축 속도를 늦춘 이유에 대해서 "이제 긴축 종료가 임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료에 가까워졌지만 아직 그 끝에 도달한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현실 경제 우려 탓에 정치권도 연준 압박 중

이제 관심은 이웃국가인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다음 스텝이 어떻게 결정될 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때마침 미국 내에서도 속도 조절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지난 10월 21일 “금리를 너무 빨리 올려 경기 침체에 빠트리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걸 논의할 때가 왔다는 얘기였다.

내부에서 나오는 이견, 그리고 이번 캐나다의 움직임을 연준이 의식할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일단 미국 경제도 심상치 않다. 먼저 집값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주거비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런데 집값 하락 폭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3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주요 도시 집값의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의 8월 데이터는 전월보다 0.9%가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 7월 10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이번에 두 달 연속 하락을 기록했고 심지어 7월의 0.2%보다 8월의 하락폭이 더 크다.

미 산업계에서도 수요 파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카드·결제업체 '비자(visa)'의 결제 금액은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비자는 지난 3분기 글로벌 결제 금액이 2조9300억달러(약 4157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10.5% 늘었다고 밝혔지만 시장전망치인 11% 상승에는 미치지 못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한 것도 충격이 전해진다. 구글은 유튜브 광고 수입이 감소해 코로나 기간을 제외할 경우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MS는 시장 예상을 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요 사업인 클라우드 부문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남겼다.

현실 경제에서 이처럼 우려가 쏟아지자 정치권에서도 연준을 향해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셰로드 브라운 상원 금융위원장은 파월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 의장의 일이지만 동시에 완전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것도 연준 의장의 또 다른 책무"라며 "통화정책의 과잉 긴축으로 실업이 증가한다면 노동자들이 직면한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파월 의장을 향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을 두고 "위험한 인물"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경기 침체를 나타내는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는 것도 연준에 부담이다. 10월 2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국채시장에서 3개월물 금리는 뉴욕증시 마감시간 기준 4.027%로 10년물 금리 4.007%를 넘어섰다. 24일과 25일에는 장중에 3개월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역전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을 두고 "앞으로 1년 내에 경제 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준이 침체된 경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징후"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그간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선에 도달하려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사를 계속 밝혀왔다. 그래서 11월 1~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다. 다만 시장이 지켜보는 건 그 다음의 결정이다. 12월 FOMC에서는 원래 예정했던 0.75%포인트 대신 0.5%~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급히 부상하는 중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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