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소통 플랫폼 ‘클라썸’을 만든 최유진(왼쪽), 이채린 대표. photo 클라썸
교육소통 플랫폼 ‘클라썸’을 만든 최유진(왼쪽), 이채린 대표. photo 클라썸

2010년 9월 ‘G20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후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자가 아닌 중국 기자가 손을 들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한번 한국 기자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지만 질문하는 한국 기자가 없었다. 결국 질문 기회는 중국 기자에게 돌아갔고, 질문 기회를 놓친 한국 기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한동안 온라인 세상이 뜨거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진행을 했다고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질문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질문은 배움과 성장의 시작점 역할을 한다. 질문이 사라져버린 배움의 현장에 질문의 힘을 살려내는 스타트업이 있다. 교육 소통 플랫폼 클라썸이다. 

대학도, 기업도 클라썸을 만나면 말문이 트이는 마법을 경험한다. 배움을 증폭시키는 소통의 요술방망이를 만든 이채린(26) , 최유진(30) 클라썸 대표는 스스로가 잘 배우고 싶고, 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클라썸을 시작했다.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지난 10월 클라썸은 151억원의 추가 투자(2018년 설립 후 누적 투자 225억원)를 유치했다. 교육 현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 이동을 했지만, 모두가 인정할 만한 교육 혁신은 아직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 출발선에 선 스타트업이지만 거침없는 클라썸의 행보는 교육 현장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변화를 만들어 내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클라썸의 시작은 질문 단톡방이었다

시작은 이채린 대표가 만든 ‘과목별 톡방’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가 카이스트에 입학한 후 ‘창업’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입학 전까지 ‘창업’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인줄 알았다. 창업해서 망하면 집안에 빨간 딱지가 붙고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가 고통받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이스트에 입학해 창업한 선배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디지털 시대의 창업은 엄청난 돈이 없어도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창업가 선배들의 적극적인 지원뿐 아니라 카이스트는 학생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투자금과 멘토링, 숙소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카이스트의 이러한 노력은 개인의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한 환경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다. 

그가 창업이라는 방법을 통해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질문하기 어려운 수업 환경이었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지 못하니 학생들은 수업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해야 했다. 하지만 인원 제한으로 동아리 가입도 쉽지 않았다.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첫 번째 해결방법은 2학년 과대표를 맡은 것이었다. 그는 과대표에 당선된 후 ‘과목별 톡방’을 만들어 수업별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학생회에서 공식적으로 수업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주니 학생들은 정보를 찾아 애쓸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학습 용도가 아닌 카카오톡 이용은 한계가 많았다. 

클라썸의 서비스 화면. photo 클라썸
클라썸의 서비스 화면. photo 클라썸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

또 다른 문제는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형태의 서비스다 보니 고객의 반응이 냉담했다는 점이다. 카이스트 학생이라면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홍보를 했지만 공식적인 소통툴이 아니다 보니 금세 학생들이 빠져나갔다. 팀 해체를 선언하고 팀원들이 모두 떠나간 상황에서도 이채린 대표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두 명의 교수에게 클라썸을 소개하는 메일을 보냈다. 한 교수가 클라썸의 취지에 공감하고 자신의 수업에 먼저 적용했다. 반 학기 만에 300개가 넘는 질문이 쏟아졌다. 학생들의 극적인 반응을 통해 클라썸이라는 서비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커뮤니티 방식이 아닌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했다. 클라썸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벅차 올랐지만 같이 키울 동료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카이스트 창업원 선생이 최유진 대표를 연결해 주었다. 두 사람 모두 교육과 관련된 창업을 하고 있으니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채린 대표는 클라썸을 함께 키워갈 동료를 찾고 있었고, 최유진 대표는 자신이 기획한 서비스를 만들어줄 엔지니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자신이 기획한 서비스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최 대표에게 이 대표가 불쑥 말을 건넸다.

“우리 함께 하실래요?” 그리고 또 물었다. “당장 돈 버는 게 중요하세요?”

이 대표에게 창업은 돈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었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최 대표와의 의기투합은 급물살을 탔다. 

둘은 너무나 다른 사람이다. 이채린이 투자자에게 시장의 크기와 가능성을 숫자로 적어 설명하는 사람이라면, 최유진은 공감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이지만 클라썸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전 세계 교육 현장이 클라썸을 통해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좌뇌와 우뇌의 결합은 빠르게 성과로 이어졌다. 사회생활 경험도 없는 그들이 꼽은 성공 비결은 실패해도 잃을 게 없는 젊음과 24시간 풀가동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이다. 남들의 성공법이 나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치열하게 공부해 우리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과 지혜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태어났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집요하게 도움을 청하고 배워갔다. 가령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잘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배워야겠다고 판단하면, 사전에 자료조사를 철저히 한 후 해당 기업의 대표뿐 아니라 실무자들을 만났다. 같은 문제를 해결한 팀이라도 역할이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흡수해 종합적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다. 

 

투자자들이 클라썸에 투자한 이유

학교 공부와 달리 사업은 탁상공론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현장 전문가를 찾고, 도움을 청할 때에도 무조건 부탁이 아닌 상황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한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클라썸의 팬이 되어 또 다른 연결을 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투자자들과 미팅을 할 때도 지금 해결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정해 투자자별로 도움을 요청한다.

2022년 11월 기준, 클라썸을 도입한 기업과 학교는 6000개가 넘었다. 이들은 클라썸을 이용해 강의를 개설하고, 관리하고, 운영한다. 수강생이 질문을 올리면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조교 도트(DOT)가 답변을 해준다. 수강생들은 기존 답변에 자신의 생각을 더하는 과정을 통해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교육 운영자는 강의를 올리고, 공지를 전하는 등 수강생 관리를 편하게 할 수 있다. 

카이스트는 지난 3월 모든 수업에서 클라썸을 사용하도록 했고, 서울대와 연세대는 클라썸을 정규 도입했다. 고려대 경영대 학생회장 당선자는 공약으로 클라썸 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 클라썸을 도입하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클라썸은 언어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 최유진 대표는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 첫 번째 시도는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진행한 이매진컵에 아태지역 대표로 선발돼 미국에서 열린 월드파이널리스트에 참가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시장의 수요를 확인했다.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은 2019년 7월 중순이었다. 최 대표는 클라썸을 이용할 만한 학교를 선정해 이메일 목록을 만들고 미팅을 요청하는 콜드메일을 보냈다. Bay Area에 있는 40여명의 교수와 대학 관계자가 메일에 답을 보냈다. 그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빅베이슨캐피탈의 투자까지 받는 성과를 얻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폭발적인 성장의 기회로 작용했다. 코로나 시기에 기술적 대응이 어려운 교육 현장을 돕기 위해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이후 줌, 게더타운과의 연동도 빠르게 진행했다. 고객사들은 클라썸의 소통 서비스, AI서비스,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선택해서 유료로 사용할 수 있다. 클라썸을 이용하면 단순 출결사항뿐 아니라 수강자의 행동과 언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는 기업도 많다. 매출 기반의 빠른 성장세와 글로벌 확장성은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강력한 팀워크와 실행력이다. 10년 후 클라썸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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