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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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잦아지는 술자리로 간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연이은 술자리에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공유하지만, 항간에서 떠도는 잘못된 음주 상식들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김정희 교수가 전하는 ‘술에 대한 오해와 건강한 음주방법’을 소개한다.

▲ 술, 마실수록 주량 느는 거 맞아?

술을 많이 마실수록 주량이 느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간 손상은 몇 배로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술을 잘 마신다는 개념은 숙취가 덜하다는 뜻으로 이는 숙취를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몸에서 잘 분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성 음주자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 외에 비대해진 시토크롬과 같은 다른 효소들이 가동되는데, 평소보다 그 작용을 늘려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 하지만 이 효소들은 알코올을 분해하며 동시에 간 손상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만들기 때문에 주량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간이 손상되고 있다는 건강의 적신호로 볼 수 있다. 

▲ "내가 그랬다고?"...필름이 끊기는 이유

과음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 술자리에서 기억을 잃는 일도 있다.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데 이와 같은 블랙아웃은 알코올 농도가 빠르게 높은 수준으로 도달하거나 공복에 술을 마실 때 주로 나타난다. 김정희 교수는 “블랙아웃은 술 때문에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회로가 술로 인해 차단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MBC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만취한 연기를 보여줬던 황정음. photo 방송 캡처
MBC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만취한 연기를 보여줬던 황정음. photo 방송 캡처
▲ 인기만점 하이볼, 희석하면 더 취한다

최근 위스키에 탄산수를 넣고 희석한 하이볼이 인기다. 송년회에 빠질 수 없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도 단골 메뉴다. 희석주와 폭탄주의 공통점은 알코올 농도가 10~15%라는 점인데, 이는 인체에서 알코올이 가장 빨리 흡수되는 농도다. 결국, 이런 술들은 과음을 유도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빠르게 증가시켜 심한 숙취를 일으킨다. 간 손상의 위험도 커진다.

숙취가 덜하고 몸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흡수한 알코올의 ‘절대적인 양’이 중요하다. 조금씩 자주 먹든, 한 번에 많이 먹든 절대적 양에 의한 알코올성 간 질환의 위험성은 똑같기 때문이다. 다만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는 단위 시간당 분해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고 해독할 2~3일의 시간 간격을 두고 소량씩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 숙취해소제, 믿어도 될까

숙취를 없애기 위해서는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발생하는 숙취 유발요인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농도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시중에서 숙취해소제나 숙취해소음료로 알고 구입하는 제품 대부분은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를 낮추기보다는 위장관 내 알코올 흡수를 억제하고 알코올 대사를 촉진해 체내 흡수되는 시간당 알코올 농도를 낮추는 제품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생약 성분으로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숙취해소제나 숙취해소음료의 성분이 직접적인 위장점막 손상 등을 방지한다는 보고가 있다. 술을 마신 후 포도당과 수분 부족으로 생기는 피로감, 두통, 근육통 등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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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자리에서 실천하는 숙취해소법

술자리에서 물을 많이 마시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정희 교수는 “과음을 하면 알코올 분해에 수분을 이용하고 이뇨작용이 활발해져 체내 수분이 부족해진다”며 “이 때문에 탈수, 대사성 산증 등으로 숙취가 더 오래가기 때문에 물이나 이온음료로 수분 및 전해질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안주를 먹으면 위장에서 알코올이 흡수되는 속도를 느리게 해서 서서히 취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결국 마신 술의 알코올은 모두 흡수되기 때문에 간에 손상을 주는 것은 똑같다. 기름진 안주 역시 지방간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생선이나 콩류 같은 단백질과 과일, 야채같은 안주가 좋다. 꿀물과 같은 당류 역시 알코올로 인한 저혈당 및 대사 이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건강하게 음주하기

알코올성 간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주량은 일주일에 남성은 소주 3분의 2병, 여성은 소주 반병이다. 여성의 경우 간의 크기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알코올 분해 효소가 남성보다 적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알코올성 간질환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기저질환으로 간질환이 있는 경우는 한 잔의 술도 간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

술은 간헐적으로 간격을 두고 마시는 것이 매일 마시거나 한 번에 폭음하는 것보다 간질환의 위험성이 적어진다. 따라서 간이 회복할 시간을 두고 음주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정희 교수는 “심한 알코올성 간염은 적응증이 된다면 스테로이드 치료로 예후를 개선할 수 있지만,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고 지속적인 악화를 보이는 심한 간염, 간 경변의 경우 간 이식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평소 과한 음주를 자제하고,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간염, 간 경변이 있는 경우 한 잔의 술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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